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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 이사 "돈 줄 테니 북한으로 가"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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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 이사 "돈 줄 테니 북한으로 가" 막말

[현장] 용역·구사대·경영진 '폭언'…그 밤 기륭전자 앞

"해결책? 그래, 나 해결책 있어. 니들 내가 돈 줄 테니 전부 다 북한으로 가!"
"변호사면 다야? 니가 노조를 사주해서 다 망가뜨려놨잖아! 꺼져!"


기륭전자 노동자들이 올해 들어 3번째 고공농성에 들어 간 20일 밤, 서울 금천구 가산동 기륭전자 앞에서 쏟아져 나온 말들이었다. 이 발언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회사 경영진, 김영창 기획이사였다.

김영창 이사는 아수라장이 된 회사 앞에 직접 나와 때로는 변호사들을 향해, 때로는 기륭전자 비정규직과 연대하고 있는 네티즌을 향해, 때로는 금속노조 등 민주노총 관계자들을 향해 이런 막말을 퍼부었다. (☞관련 기사 : "죽으라면 죽겠다"…기륭, 어디까지 가야하나)

그 뿐 아니었다. 회사 측이 고용한 젊은 남성으로 구성된 용역 경비원 50여 명과 70여 명의 회사 직원으로 이뤄진 이른바 '구사대'의 '입담'도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한 용역 경비원은 취재 중이던 문화방송(MBC) 촬영 기자를 향해 "너 이 새끼, 자꾸 라이트 키면 내가 죽여 버린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이날 밤새도록 기륭전자 앞에서 시시 때때로 벌어진 이 같은 '막말의 향연'은 기륭전자 노사 문제가 왜 이리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 회사 측이 고용한 젊은 남성으로 구성된검은 옷의 용역 경비원 50여 명과 70여 명의 회사 직원으로 이뤄진 이른바 푸른 점퍼의 '구사대'.ⓒ프레시안

"진짜 94일 굶었다고? 거짓말 하지 마라"
▲ 이날 밤새도록 기륭전자 앞에서 시시 때때로 벌어진 이 같은 '막말의 향연'은 기륭전자 노사 문제가 왜 이리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프레시안

이날 밤 9시 경, 현장에 도착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의 조영선 변호사 등이 현장을 지휘하던 금천경찰서장을 향해 "연행자를 접견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륭전자 정문 뒤에서 나온 것은 경찰이 아니라 이 회사의 김영창 이사였다.

김 이사는 조 변호사를 향해 "니가 조합원을 배후 조종해서 이 지경이 난 거 아니냐"며 "꺼져라. 넌 안에 못 들어온다"고 욕설을 퍼부었다. 조 변호사는 지난 8월 14일 기륭전자 노사의 교섭에서 법률 자문을 맡았던 바 있다. 김 이사는 마치 조 변호사가 기륭전자 노사 교섭 결렬의 원인이라도 된다는 듯한 '억지'였다.

김소연 분회장을 향해서도 그는 독설을 쏟아냈다. 당시 정문을 지키고 있던 구사대 뒤에서 10m 철탑 위의 김 분회장을 향해 "94일을 굶었다는 것이 말이 되냐. 음식 다 먹고 굶었다고 한 거 다 안다"고 소리쳤다. 이 말을 들은 120여 명의 용역 경비원과 구사대는 웃음을 터뜨렸다.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에 최근 계속 연대해 온 네티즌 모임 '함께 맞는 비' 회원들을 향해서도 김 이사는 "아줌마는 모르면 집에나 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이 "회사 이사면 경영진답게 이 사태부터 해결하라"고 함께 목소리를 높이자 나온 김 이사의 답은 "북한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이 발언에도 용역 경비원과 구사대는 한 목소리로 환호했다.

방송사 카메라 라이트에 단체로 박스 가리던 회사 '구사대'

용역 경비원들의 폭언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이들은 취재 중인 기자들에게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 사진 기자에게는 여러 명에 에워싼 채 "자꾸 사진 찍으면 내가 사진기 부숴버리겠다"며 "사진기 내 놔라"고 협박을 했다.

칠흑 같은 어둠과 가을 밤 차가운 공기가 전쟁 직후의 폐허 같은 기륭전자 앞에 내려앉는 긴장감 속에서도 그들은 비아냥을 일삼았다. "죽겠다면서 진짜 죽어라"는 용역의 말에 흥분한 김소연 분회장이 "죽겠다"며 철탑에 매달린 뒤 잠시 철탑에 올라간 한 인터넷 까페 회원에게는 "얼굴 좀 보자. 나이도 많아 보이는데 뭐하는 거냐. 올라가려면 끝까지 가지 중간에서 뭐하냐. 고소공포증이라도 있나보지" 등의 발언을 자기들 끼리 주고받았다.

기륭전자 직원들로 구성된 이른바 구사대는 특히 방송사 촬영 기자들의 취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방송사 촬영 기자들이 라이트를 켜고 현장을 카메라에 담으려 하자, 푸른 점퍼를 입은 직원들이 단체로 박스로 얼굴을 가리는 기이한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이 "카메라가 무섭긴 하냐"고 따져 묻자, 한 회사 직원은 "무서운 게 아니라 더럽다"고 맞받아 쳤고, 밤 11시 경에는 수위실 옥상에 대형 라이트를 들고 나와 취재 기자들을 향해 비추며 촬영 자체를 방해했다.
▲ 기륭전자 직원들로 구성된 이른바 구사대는 특히 방송사 촬영 기자들의 취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방송사 촬영 기자들이 라이트를 켜고 현장을 카메라에 담으려 하자, 푸른 점퍼를 입은 직원들이 단체로 박스로 얼굴을 가리는 기이한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프레시안

경찰이 한 일은? 집단으로 모닥불 끄기와 무차별 연행

이날 현장에는 4개 중대의 병력이 배치돼 있었지만 이들은 용역 경비원과 구사대를 막아주진 않았다. 오히려 현장에 있던 참가자들을 철탑에서 멀리 떼어놓기 위해 강제 진압을 자행했고, 이날 밤에만 1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연행됐다. 부상자도 속출했다.
▲ 이날 밤에만 1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연행됐다. 부상자도 속출했다.ⓒ프레시안

"용역이 내 사진기를 빼앗아 갔다"는 시민의 항의에도, 연행자를 접견하게 해달라는 변호사의 요구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던 경찰은 밤 12시가 넘으면서 추위를 달래기 위해 피운 작은 모닥불에는 20여 명이 집단으로 몰려 나와 소화기를 뿌려댔다.
▲ 모르쇠로 일관하던 경찰은 밤 12시가 넘으면서 추위를 달래기 위해 피운 작은 모닥불에는 20여 명이 집단으로 몰려 나와 소화기를 뿌려댔다.ⓒ프레시안

"당신들이 법대로 안 하고 매번 이렇게 약자들에게만 강하게 구니까 지금 이 밤에도 고생하는 지구대 경찰들까지 통째로 욕을 먹는 거야."

한 시민은 절규했지만, 경찰은 침묵뿐이었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할 수 있는 일이 참 없네요."

이날 밤 기륭전자 앞에는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홍희덕 의원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외에도 지관 스님 등 종교계 인사를 비롯한 사회 각계 인사들도 밤이 깊어가면서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들은 하나 같이 이처럼 탄식했다. 지관 스님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 내 힘이 그만큼 약하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함께 자리를 지키면서 경찰이, 용역 경비원이, 구사대가 김소연 분회장이 올라가 있는 10m 철탑을 뒤흔들지 않도록 지켜보는 일 뿐이었다.

그나마 국회 의원 뱃지가 있어 오후 5시에 철탑 위에 올라가 아무 것도 먹지 못한 두 사람에게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물과 먹거리를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저 사람 팔자도 참…."
"저 사람만 그런 게 아니라 이 땅에서 없이 사는 사람의 팔자가 다 그렇죠."


점점 더 깊어가는 가을 밤, 꼬박 여름 한 계절에 이어 다시 한 번 하늘로 올라간 김소연 분회장을 바라보며 지관 스님과 기륭전자 윤종희 조합원이 나직이 나눈 대화였다.
"저 사람 팔자도 참…." "저 사람만 그런 게 아니라 이 땅에서 없이 사는 사람의 팔자가 다 그렇죠."ⓒ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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