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내내 장 분위기를 짓누르던 프로그램 매도세는 오후 들면서 매수우위로 바뀌었다.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공세를 시장이 이기지 못했다.
주가가 전날 폭락에 이어 이틀 연속 약세를 보이며 1200선마저 내줬다. 바닥 확인시도도 쉽지 않아 보인다. 3분기 실적발표 시즌에 들어서며 실물경제 위축이 각종 지표로 확인되면서 얼어붙은 투자심리 개선이 어려워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소폭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3.11(2.73%) 떨어진 1180.67로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으로 연중 최저점까지 밀렸다. 장중 한 때 연저점인 1166.88까지 밀리는가 싶더니 마감 기준으로 1200선마저 이탈했다. 코스피지수가 1200선 밑으로 종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5년 11월 1일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이다.
장 초반은 바닥을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오전 한 때 저점에서 30포인트 가까이 반등하는 등 소폭의 회복 기미가 엿보이기도 했다. 미국증시 급등 소식이 장이 출발할 때까지는 호재로 작용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프로그램 매도 물량(선물 매입, 현물 매도)이 증시에 2000억 원 가까이 쏟아지며 하락을 부추겼다. 대형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프로그램 매매의 특성상 대형주들이 줄줄이 약세를 보였다.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업종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고 KB금융지주, 신한지주 등 금융주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오후 들면서 비차익거래를 중심으로 저가매수세가 유입, 프로그램은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날 차익거래는 415억 원 매수우위, 비차익거래는 1520억 원 매수우위였다.
프로그램이 매수우위로 장을 마감했음에도 지수가 힘을 못 받은 이유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물 공세 때문이었다. 이날 외국인은 4018억 원, 기관은 1960억 원 순매도 기조를 보였다. 외국인은 이번 달 들어 지난 14일을 제외한 모든 거래일에 매도로 일관했다. 개인이 근 1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인 5922억 원 순매수로 매도공세에 대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는 지난 해 11월 8일(9527억 원) 이후 개인이 기록한 가장 큰 순매수 규모다.
프로그램의 영향을 덜 받은 코스닥은 코스피에 비해 비교적 적은 편인 2.25(0.63%) 하락한 352.18로 장을 마감했다.
한편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2.00원(3.07%) 하락한 132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개장과 함께 120.10원이 한 번에 빠져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지만 오후 들면서 점차 하락폭을 축소시켰다.
외화시장에 대한 정부의 달러공급 방침이 시장 분위기를 어느 정도는 바꿔놓았지만 실물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감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날 정부는 은행 간 외화거래를 직접 보증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한국은행도 외환스왑거래에 경쟁입찰방식으로 들어가 은행에 직접 달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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