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트랑 뒤르플레 국제노사정기구연합 사무총장은 16일 자신이 던진 이 질문에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뒤르플레 사무총장은 "그렇게 생각해서도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는 경제 살리기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최대 목표로 삼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충고이기도 했다.
뒤르플레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2008 아시아 사회적 대화 포럼'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사회적 협의 없는 일자리 창출이 오히려 극단적 사회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다이아몬드 탄광 얘기는 가정일 뿐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대화 없는 정책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 사례들이 존재한다"며 "정부는 단순히 경제 살리기를 통한 일자리 창출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나 사용자, 농민 등 사회 구성원이 모두 참여하는 협의를 통해 일자리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사회적 대화, 역사도 짧고 불충분"…10년 역사 노사정위 앞날은 '불투명'
뒤르플레 사무총장은 "한국의 사회적 대화 구조나 기구는 그 역사도 굉장히 짧고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더 노사정 대화를 위해 공을 쏟아야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10년의 두 정부 아래에서와 달리 현 정부에서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의 3자 간의 대화는 '찬 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 발제자로 나온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노무현 정부 후반기부터 사회적 대화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그리 높지 않았고 사회적 대화는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는 민주노총의 탈퇴와 더불어 타협 자체가 어려운 갈등적 의제들을 놓고 지루한 줄다리기와 버티기가 끝없이 이어진 점이 작용했다. 최 전 원장은 "이때부터 국민은 사회적 타협에 대한 기대를 접기 시작했고 정부의 의지도 꺾였다"고 분석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대화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노사정위원회에 노동계와 경영계는 모두 각각의 이유로 불만이 많았고 노무현 정부 후반기부터는 결과물을 내놓기만 하면 '반쪽 합의'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는 정부마저 노사정위원회의 합의기구로서의 역할에 대한 무용론에 가세하고 있다. 진짜 위기는 이제 시작된 셈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도 전부터 중앙 차원의 대화보다는 지역 차원의 대화를 강조해 왔다.
"한국노총-MB정부의 정책연대, 기존의 대화 채널에 큰 영향"
최 원장은 "이명박 정부는 지난 정부가 지나치게 중앙 차원의 대화에만 치중하고 법치의 확립에 소흘했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은 판단에 따라 (노사정 대화의 한 주체인) 민주노총에 대해서도 적극적 대화 참여 전략보다는 법 집행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현 정부가 사회적 대화에 소극적인 이유는 또 있다. 한국노총과 현 정부와의 정책연대가 그것이다. 최 전 원장은 "한국의 사회적 대화에서 한국노총이 차지하는 독특한 위상 때문에 기존의 대화 형식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당면하고 있는 정책 과제가 노사 간 의견 차가 막대한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라는 점에서도 "이해관계 조정에 실패할 경우 사회적 대화가 중단될 수 있다"고 최 원장은 내다봤다.
"노사정위, 합의 기구 아니라 협의 기구로"…정부와 경영계의 '이심전심'
현 정부가 사회적 대화 무용론을 갖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이재필 노동부 노사협력정책국장은 "정부도 노사정 대화에 기대가 많으며 적극 참여하고자 한다"며 일단 부인했다.
하지만 이 국장은 '잘 놀던 사람도 멍석 깔아주면 못 논다'는 속담을 꺼내들며 노사정위원회라는 제도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고, "합의에 집착하면 성과보다는 단점이 부각되며 노사관계의 기본 규칙을 정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는 노사정 합의를 통한 정책 추진보다는 단지 사회적 대화를 통한 '의견 수렴'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얘기였다.
"노사정위원회만을 통한 대화를 고집해서는 한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노동부의 평가는 경영계와도 똑같았다. 김영배 한국경총 부회장은 "합의를 위주로 하다 보니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노사갈등의 촉발 기제로 작용하기도 했다"며 "합의 보다는 노사 간 의견 개진을 통해 협의 과정을 거치는데 무게 중심을 둬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노동계의 한 축인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 참여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경영계가 이처럼 한 마음으로 "합의 대신 협의만"을 외치고 있는 만큼,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직후와 같은 사회적 합의는 새 정부 아래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