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재직 때 '쌀 소득 보전 직불제'를 도입했던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상지대 총장)은 16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서 쌀농사를 짓는 농민을 보호하려고 도입한 이 제도가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소유하려는 이들 탓에 망가지면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2002년부터 도입된 쌀 농업 직불제는 세계무역기구(WTO)가 발족하면서 자국 농민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장치이다. WTO는 시장 기능을 교란할 수 있는 각종 보조금을 금지하는 대신 농민이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소득을 직접 보전해주는 이 제도를 허용했다.
WTO가 이런 제도를 도입한 것은 바로 농업의 여러 가지 공익 기능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농업은 먹을거리 공급, 일자리 창출 외에도 홍수 방지, 가뭄 방지, 토양 유실 방지, 지하수 함양, 온실가스 흡수 등 그 자체로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이런 농업의 공익 기능을 염두에 두면 시민이 낸 세금이 농민에게 지불되는 게 합리적이라는 국제 합의가 이뤄진 것.
김성훈 전 장관은 "2002년 이 제도가 시작될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었다"며 "그 때는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헌법 제121조)'에 따라서 농지 소유 관계도 지금처럼 엉성하지 않았고, 농민을 규정하는 요건도 아주 엄격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장관은 "이런 게 지난 몇 년간 엉망이 되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훈 전 장관은 "지난 몇 년간 농사를 짓지 않아도 논밭을 살 수 있게 되었고, 통작 거리같은 제한이 없어지면서 이장한테 실경작자 증명서에 도장만 받아오면 농민을 자처할 수 있게 되었다"며 "직불금을 불법 수령하는 이유도 이렇게 직불금을 일정 기간(8년) 수령하면 앞으로 농지를 팔 때 양도소득세를 안 물어도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성훈 전 장관은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의 관료와 국회의원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는데, 이렇게 투기, 불법을 조장한 세력이 마치 자기는 지금 아무 관계가 없는 양 숨죽이고 있으니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공무원,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할 것 없이 각 분야의 상층부 인사들 중에서 전국에 농지를 안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성훈 전 장관은 "대도시 주변의 농경지의 60~80%가 부재 지주 소유라는 건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라며 "행정안전부가 이런 현황을 하루 빨리 공개해야 하는데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고위 관료 역시 투기 목적의 농지 소유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것이 이런 주저함의 한 원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훈 전 장관은 마지막으로 "지금이야말로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강부자(강남 땅부자) 정권'이라는 오명을 벗을 때"라며 "도시 근교 농지의 부재 지주 소유 현황을 공개하고, 노무현 정부 때부터 계속 완화해온 농지 소유 규제 완화를 다시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이번 사태로부터 얻어야 할 교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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