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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노조, 이번엔 생기나?

삼성SDI 노동자, 금속노조 가입

삼성SDI 울산공장 노동자 17명이 지난 13일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울산지부에 가입했다. 이들은 이날 밤 서울 영등포에 있는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앞으로 삼성에 노동조합이 건설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무노조 경영을 표방해 온 삼성에 자생적으로 노조가 생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속노조에 가입한 삼성SDI 노동자 17명 가운데 15명은 삼성SDI 울산공장 MD(모바일 디스플레이) 사업부 소속이다. 이들은 "MD사업부가 자회사인 SMD(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에 일방적으로 편입됐으며, 이 과정에서 회사가 무리하게 전적(轉籍, 소속을 옮긴다는 뜻)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회사 측은 노동자들에게 전적을 강요하면서도 고용 보장 여부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삼성SDI 측이 취한 이런 태도가 이들로 하여금 노조 문을 두드리게 했다.

나머지 2명은 다른 사업부에서 근무한다. 이들 2명은 "그동안 회사 측의 태도에 대해 부당하다고 느껴왔다"며 노조 가입 이유를 짧게 밝혔다.

고용 보장 문서 약속 꺼리는 삼성…"장기 근속자 물갈이 하려는 것 아니냐"

이날 간담회에는 금속노조에 가입한 MD사업부 소속 삼성SDI 노동자 13명이 참석했다. 이들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 9월 말 울산공장 MD 사업부를 자회사인 SMD에 편입시키는 과정에서 삼성SDI 노동자 1080여 명에게 전적 동의서를 작성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전적 동의서는 올해 12월 30일까지만 고용을 보장하는 내용이었다. "내년 초 삼성전자와 SMD가 합쳐져 새로운 회사가 출범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MD사업부 소속 노동자 사이로 번졌다.

결국, MD사업부 소속 노동자 120여 명이 전적동의서 작성을 거부했다. 회사 측은 이들 120여 명을 천안공장으로 발령냈다. 회사 측은 이들에게 3년 안에 다시 울산공장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설명을 믿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과연 울산공장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 불안해 하는 노동자들은 회사 측이 문서로 약속해주길 원했지만, 회사 측은 이런 바람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사 측의 믿을 수 없는 태도에 실망한 16명이 천안공장 발령을 거부했다. 이 중 15명이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삼성SDI 노동자 김동선 씨는 "여기 온 13명은 모두 많게는 20년, 적게는 10년 정도를 부산사업장에서 근무했다. 살아온 기반을 갑자기 버리고, 천안으로 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라며 답답해 했다. 이어 그는 "'천안 가서도 계속 근무하는 것이냐, 울산공장으로 돌아올 수 있냐'고 물어도 회사는 확실하게 문서로 보증해 주지 않는다"고 거듭 말했다.

이날 간담회 참가자 가운데 8명은 지난해 브라운관 사업부가 정리되면서 MD 사업부에 오게 됐다. 이들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근무지를 옮기는 셈이다. 이들을 지켜본 동료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장기 근속자를 물갈이하려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회사 편만 드는 노사협의회, 있으나 마나"

천안 공장 발령을 거부한 MD사업부 소속 노동자들에 대해 회사 측이 취한 조치는 '격리'와 '면담' 이었다. 이날 간담회 참가자들은 회사에서 소규모 회의실에 격리된 채 관리자들과 개별 면담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손철식 씨는 "면담 과정에서 강압적이고 위협적인 내용을 듣기도 했고, 때로 회유하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며 "동료 중 한 명은 실제로 공황장애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SDI 측은 "삼성SMD 설립 과정에서 사원대표기구와 협의했고, 이사회, 주주총회 등 모든 필요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돼 왔다"며 "일부 전직을 원치 않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직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현재 15명이 개인적인 사유와 이해부족으로 전직을 거부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종학 씨는 "노조가 없는 삼성에서는 사원대표기구인 노사협의회가 우리와 회사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노사협의회는 일방적으로 회사 편만 들었다. 아예 없는 기구나 다름 없었다"라고 이야기 했다.

"회사가 하는 짓을 보니, '노동조합이 없으면 안 되겠다' 싶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들은 한 목소리로 "회사와 여러 차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힘이 얼마나 미약한지 느꼈다"고 말했다. 고용 승계 약속을 문서로 보장해달라고 요구하는 게 그토록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는 뜻이다.

이런 깨달음이 이들을 노조에 가입하게 했다. 이들이 가입한 금속노조는 산별노조이므로, 개별 가입과 동시에 회사와 교섭권을 갖게 된다. 금속노조는 가까운 시일 내 운영위원회를 열어 조합원 17명으로 삼성SDI 지회를 만들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만약 지회로 승인된다면 삼성에 노조가 최초로 생겨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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