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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학ㆍ박노빈은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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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학ㆍ박노빈은 억울하다"

이건희 '맞춤형' 판결…피고에 따라 판결이 다르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을 위한 '맞춤형'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형사 1부(서기석 부장판사)가 10일 경영권 불법승계와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삼성SDS BW(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면서 이 전 회장은 경영권 불법 승계 관련 의혹을 모두 털어줬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의 나머지 한 축인 에버랜드 CB(전환사채) 헐값 발행 의혹은 1심과 2심 모두 '무죄'로 판결했다.

기존 판결을 무시한 1, 2심 재판부
▲ 허태학 에버랜드 전 사장. ⓒ뉴시스

그런데, 여기서 관심이 쏠리는 인물이 있다.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인 허태학·박노빈 씨다. 이들은 이 전 회장의 외아들 이건희 씨에게 자금을 몰아주기 위해 CB를 헐값으로 발행해 회사에 피해를 입혔다는 혐의로 기소됐고,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에버랜드 CB 헐값 발행을 둘러싼 비슷한 혐의에 대해 재판부에 따라 다른 판결이 내려진 셈이다.

허태학·박노빈 씨 사건에 대한 2심 재판부는 "CB 헐값 발행을 결의한 에버랜드 이사회가 정족수 등 절차상 요건을 갖추지 않아서 '무효'"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건희 전 회장 등이 연루된 사건을 다루는 재판부는 이런 판단을 무시했다. 이 전 회장 사건에 관한 1심 재판부는 사회가 절차상 요건을 갖추지 않은 문제에 대해 "중대한 하자가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또 이 전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씨에게 헐값에 에버랜드 CB를 몰아준 것에 대해서도, 1심 재판부는 기존 주주들이 '자발적으로' 실권한 결과라며,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 "CB·BW 헐값 발행, 비난 가능성은 높지만 무죄다"
▲ 박노빈 에버랜드 현 사장.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에 따르면, 허태학 씨와 박노빈 씨는 에버랜드 CB 발행 자체를 몰랐다고 한다. 김 변호사의 주장대로라로면 허 씨와 박 씨는 이건희 일가를 대신해서 죄를 뒤집어 쓴 셈이다. ⓒ뉴시스

2심 재판부는 1심보다 삼성에 더 유리한 해석을 내놓았다. 2심 재판부는 "지배권 이전을 목적으로 CB와 BW를 저가 발행할 때 적정가로 발행해 그에 따른 자금이 들어오게 할 의무는 없다"며 "경영진이 적정가로 발행했다면 저가로 발행했을 때보다 유입 자금이 많을 텐데 회사에 그 차익만큼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회사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을 스스로 포기한 경우를 '손해 발생'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과거 재판에서 논란이 됐던 "헐값이냐, 아니냐"의 쟁점 자체가 허물어 진다. 2심 재판부는 헐값 발행 자체가 문제 없다고 해석했다.

물론, 2심 재판부도 "지배권 이전을 목적으로 CB와 BW를 저가 발행"하는 행위를 '옳은 일'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이날 "실정법상으로는 무죄를 선고하지만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은 행위인 만큼 사회 지도층으로서 국가 발전에 헌신해 달라"고 이 전 회장 등에게 당부했다.

재벌 오너와 전문 경영인은 각각 다른 법리를 적용받는다?

허태학·박노빈 씨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대법원이 이 전 회장 사건에서 적용된 법리를 수용할 경우, 허태학·박노빈 씨도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다면, 재벌 소유주와 전문 경영인 사이에 서로 다른 법리가 적용됐다는 지적을 받게 된다. 물론, 이건희 전 회장과 허태학·박노빈 씨에게 각각 다른 법리가 적용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법조인들도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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