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내 '불륜 발언' 파행으로 오후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9일 경찰청 국정감사는 '촛불 국감'으로 진행됐다.
여야 의원 모두 어청수 경찰청장을 질타했지만 방향은 정반대였다. 민주당 의원은 어청수 경찰청장을 향해 "과잉 수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고, 한나라당 의원은 "시위를 왜 막지 못하나"라며 강도 높은 대처를 주문하면서 집시법 등 관련법 개정을 약속했다.
어청수 "보복 수사 하고 있지 않다"
민주당 최규식 의원은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할 자신의 귀를 막고 국민의 입을 막으려는 정부와 어청수 청장을 상대로 국감 질의가 무슨 소용이 있을지 심한 무력감과 자괴감을 느낀다"며 질의를 시작했다. 최 의원은 "경찰은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에서 한 자신의 말처럼 자신보다도 자녀 건강을 걱정해서 유모차를 끌고 나온 그 어머니를 아동학대죄로 처벌한다고 했다"며 "이게 (대통령이 말한) 뼈저린 반성이냐"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도대체 촛불의 'ㅊ'자만 나와도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수사하는 목적이 뭔가. 시민에게 겁을 주고 협박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가다가는 촛불 집회라는 말을 만든 사람, 양초를 만든 사람까지 수사할 것 아닌가"라고 몰아갔다. 그는 "대통령 사과가 진실이었다면, 경찰은 이런 식으로 보복 수사를 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어청수 청장은 "저희는 보복 수사를 하고 있지 않다"며 맞섰다. 어 청장은 유모차 부대, 중·고생, 촛불자동차연합 등에 대한 수사를 놓고 "그것은 제가 지시한게 아니라 실정법에 위반되기 때문에 당연히 경찰이 해야될 사항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그는 유모차 부대 수사에 대해서도 "단순히 시위에 참가한 사람을 조사한 게 아니라 물대포를 가로막고 공무를 집행하는 장비를 막고, 적극 가담자에 대해서 수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어 청장의 반응에 최인기 의원은 "경찰청장과 정부는 우선 촛불 집회가 왜 그렇게 일어났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며 "촛불 집회는 정부가 화해와 통합 차원에서 그런 문제에 선처하는 의지를 갖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강경은 또 다른 강경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며 "이에 관해 어청수의 답변은 필요없다"고 어 청장을 질타했다.
집회 과정에서 경찰이 휘두른 폭력에 대한 어청수 청장의 '감싸기' 발언은 이날도 이어졌다. 민주당 김희철 의원이 "촛불 집회 당시 경찰 공무원도 실정법을 많이 위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를 어떻게 처리했나"라고 묻자 어 청장은 "일부 부상자는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불법 집회의 폭력과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비교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답했다.
"복면도 막고, 최루탄도 쓰고"…어청수 "맞다, 맞다"
한나라당은 집회 시위를 엄격하게 다스려야 한다고 강조하며 어청수 청장의 다짐을 받는데 주력했다.
신지호 의원은 "폭력 시위가 이른바 복면조에 의해 이뤄진 것 맞나"라고 물었고 어청수 청장은 "폭력 행위가 시작될 때는 복면 마스크를 쓰고 시위에 나서는게 일반적"이라고 답했다. 신 의원은 "시위 현장에서 복면하고 쇠파이프를 들고 나타난 사람은 폭력을 휘두를 것이 거의 확실시 되는 사람들 아니겠나"라며 "이런 사람을 사전에 격리해서 폭력 사태 일어나기 전에 격리하는 것이 예방적 수법으로서 효과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경찰이 시위를 보고 있다가 폭력이 이뤄지면 경고 방송을 하고, 해산 안 하면 잡으러 간다고 하면서 잡으니까 다 도망가고 없고 하는게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어청수 청장은 "의원님 지적에 공감한다"며 "복면이나 마스크 썼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조치는 현행법에 없다"며 안타까워 했다.
한나라당 원유철 의원은 전국 239개 경찰서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내세우며 최루탄 사용, 직무집행법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 의원은 "일선 경찰서장의 78.7%가 필요하다면 최루탄 사용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하며 "집회 시위 사범이 일반 사범에 비해 관대한 처분을 받는다고 보는 견해가 78%였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강화해야 하는가에 대해 '아주 그렇다'고 보는 견해가 75.5%였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어청수 청장은 "선진국에 비해 (법적 제재가) 많이 미흡하다는 우려가 있으며 직무집행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맞장구치며 "현행법 상으로는 불심 검문을 거부해도 제지할 방법이 없고, 현장 법 집행이 약하게 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라고 답했다.
'촛불 수사' 비호하고, 민원 넣고…
집회와 시위에 대한 '즉석 민원'도 제기됐다.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은 "한나라당 당사 앞 시위는 물론이고 주요 당사 앞에서는 휴일을 제외하고선 거의 매일 시위가 있다"며 "민생을 생각하는 차원에서 과감한 법을 내서 이런 시위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같은 당 이범래 의원도 촛불 집회 중 경찰버스를 끌어내리는 등의 장면을 짜깁기한 동영상을 상영한 뒤 "경찰이 텐트치고 가족과 놀고 춤 추는 청소년들 조사한 적 있나. 지금 조사하는 중·고등학생은 바로 저 현장에서 차를 끌고 갔던 학생들이 아닌가"라며 경찰의 수사를 옹호했다.
이범래 의원은 "유모차 부대도 다 조사한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스스로 참여해 모인 게 아니라, 일정한 계획을 가지고 집회를 주도한 사람과 연결돼 있거나 물대포차의 진행을 막은 사람을 조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찰의 촛불 집회 수사를 옹호했으며 어 청장도 "맞다"고 연신 답했다.
장제원 의원도 유모차 부대를 두고 "촛불 집회에 나온 아이들이 괴로워서 울었다"며 "이것은 비뚤어진 모정이자 빗나간 모정이었다"며 경찰이 수사를 하도록 놔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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