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법무부 단속으로 연행된 지 12시간 만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연행 후 이송 과정과 출입국관리소 구금 과정에서 그가 계속해서 통증을 호소했으나 적절한 조치가 제 때 취해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가슴 통증 호소했으나…"
버마 이주 노동자 따쏘에(Thar Soe Aye·39) 씨는 지난 9월 26일 오후 포천의 한 공장에서 법무부 단속에 걸려 인천 출입국관리소로 이송됐다. 포천 우리병원 내과과장이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그를 진료했지만 '도망가느라고 전속력으로 달린 뒤에 어지럽고 구역질 증세를 보인 것'이라고 소견서를 내며 수액을 놔주는 데 그쳤다.
인천 출입국관리소에 이송된 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증언이 엇갈린다. 법무부 측은 따쏘에가 병원비 부담 때문에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등은 같은 방에 입감됐던 미얀마인과 네팔인의 증언을 토대로 "따쏘에가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했지만 담당 직원이 밤이 늦었으니 내일 아침에 가자고 했다"며 "또 따쏘에가 돈은 충분히 있다고 대답했다"고 반박했다.
결국 따쏘에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신음하자 자정경 인천국제공항 공항소방대 구급차가 출동해 인하대학교 병원에 후송됐다. 그 곳에서 따쏘에는 급성 심근경색 판단을 받고 관상동맥확장수술을 받았지만 수술 직후인 9월 27일 새벽 숨졌다.
"법무부는 대충 넘어가겠다는 심산"
법무부는 가혹 행위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부검의의 소견을 발표하며 사건을 종결짓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버마행동,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등 43개 단체는 8일 성명서를 내고 "이 사건을 우연한 병사인 양 처리하려는 법무부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단속 직후부터 가슴 통증을 호소한 고인이 단속과 이송, 보호라는 일련의 '사실상 구금' 과정에서 긴급 진료를 요하는 그에게 적절하고도 신속한 조치를 받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단속 직후부터 인천공학의료센터에서 제대로 된 진단을 받기까지 약 7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응급환자를 거의 방치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천공항의료센터와 인하대병원의 진료 기록에 일관되게 나오는 '가슴 통증' 내용이 단속 직후 내원한 포천 우리병원의 소견서에는 나오지 않는 점도 의문이다"라며 "따쏘에가 병원비 때문에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법무부 측의 주장도 같은 방 입간인의 진술과 다른 점도 규명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회사 측에 확인한 결과 따쏘에가 평소 심장 관련 질환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내세우며 "이 사건은 단속으로 인한 극도의 공포가 원인이 되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며 "강제 단속이 야기하는 극도의 폭력성과 위험성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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