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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로 내일의 거장"

[PIFF2008] 뉴커런츠 부문의 감독들 프리젠테이션 열려

뉴커런츠 부문에 영화를 출품한 감독들의 프리젠테이션이 6일 오전 그랜드호텔 스카이홀에서 열렸다. 올해 총 14작품이 출품된 뉴커런츠 부문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유일한 경쟁부문으로,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두 작품이 선정된 미화 3만 불을 상금으로 받게 된다. 프리젠테이션 자리에는 총 15명의 감독 중 9명만 참석했다. 참석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크리스토퍼 마르티네즈(<100>, 필리핀), 에드윈(<날고 싶은 눈 먼 돼지>, 인도네시아), 자오예(<잘라이누르>, 중국), 노경태(<허수아비들의 땅>, 한국), 백승빈(<장례식의 멤버>, 한국), 오 나타폰(<6월의 이야기>, 태국), 라제쉬 쉐라(<노인의 바다>, 인도), 김태곤(<독>, 한국), 리홍치(<국경일>, 중국).
ⓒ프레시안무비
원래 예정된 시간(11시)보다 15분 가량 늦게 시작한 프리젠테이션은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사회를 보는 가운데 9명이 감독이 각자 소감을 밝힌 뒤 테이블로 흩어져 자유롭게 인터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원래 예정된 시간인 12시를 훌쩍 넘겨 진행된 오늘 행사에서는 특히 <날고 싶은 눈먼 돼지>를 만든 필리핀의 에드윈 감독과 <허수아비들의 땅>을 만든 노경태 감독, <국경일>을 만든 리홍치 감독 등이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프레시안은 참석한 감독들 중 노경태 감독 및 오 나타폰 감독과 대화를 나누었다. 노경태 감독은 Kaist를 졸업한 뒤 삼성증권에서 근무하다가 미국으로 날아가 영화를 전공한 특이한 이력을 가진 소유자다. 데뷔작이었던 <마지막 밥상>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낸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을 이번 뉴커런츠 출품작인 <허수아비들의 땅>에도 여지없이 드러낸다. 그 자신이 원래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여기는 데다 유학시절 아웃사이더의 위치를 경험한 탓이라고 한다. 하지만 '잘못 돌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한 그의 반응이 분노에 가까운지 좌절 쪽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어쨌든 그 자신은 영화를 만드는 자신의 에너지로 '창작의 즐거움'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감독 자신은 세상에 대한 다소 염세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가 만든 영화 속에는 그리 노골적이지는 않아도 실날같은 희망이나 인간에 대한 연민의 시선이 분명히 있는 게 사실이다. 감독 자신은 의도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관객들은 그의 영화의 장면에서 그런 장면들을 여지없이 잡아낸다.
기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노경태 감독 ⓒ프레시안무비
노경태 감독은 대사나 플롯보다는 드라이한 이미지들을 충돌시키고 여기서 발생하는 아이러니로 드라마를 구성해낸다. 이에 대해 그는 "내 영화의 기반은 실험영화이기 때문"이라 말하며, 자신의 영화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오염'과 '아이러니'를 들었다.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마지막 밥상>과 <허수아비들의 땅> 역시 환경오염을 심층적인 주제로 놓고 있으며, 차기작 역시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같은 주제로 구상해 '환경 3부작'을 완성할 것이라는 게 노경태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한 장의 그림 혹은 사진이 주는 파워풀한 힘을 눈여겨보는 편"이라면서, 평소에도 이를 위해 이미지들을 수집하고 이를 뜨개질하듯 엮어 영화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의 영화에서 드라마보다 이미지가 더 먼저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현재 <허수아비들의 땅>은 스튜디오2.0이 해외배급을 담당하고 있으며 국내 배급은 감독이 직접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국내 개봉 날짜는 아직 잡히지 않았다. <6월의 이야기>로 부산을 찾은 오 나타폰 감독은 이번이 한국 방문이 처음이다. 태국에서 태어나 방콕, 런던, LA 등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는 오 나타폰 감독은 자신의 경험이 영화에 끼친 영향으로 '이별 장면이 보다 디테일하게 다뤄진 것'을 든다. 그는 호러영화가 강세인 현재 태국 영화산업에 대해 관객들이 좋아하고 상업적으로도 적은 돈으로 큰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호러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고, 많은 신인감독들이 슬랩스틱 코미디나 호러로 경력을 시작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장르가 무엇이냐보다는 어떤 영화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호러영화라 해도 좋은 영화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며 현재 태국의 장르 편향을 낙관적으로 진단한다. 하지만 자신은 호러영화를 무서워하기 때문에 호러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단다. 최근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도 아주 무서워하면서 봤다고 한다.
오 나타폰 감독 ⓒ프레시안무비

영화제 측에서 그를 "올해 태국에서 배출된 가장 탁월한 신인감독"이라고 소개했다는 말을 전하자 매우 놀라고 수줍어하며 웃는 이 신인감독은 차기작으로 영국에서 23분짜리 단편 TV용 영화를 만들고 있다. 그의 첫 영어 영화가 될 이 작품은 <네오 키우기 Raising Baby Neo>라는 제목으로, 흑인 남자가 자신의 어린 아들을 마약중독자인 아이의 엄마에게서 구출하려는 노력을 다룬다. 한 세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 세계와 관련된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이 작품의 주제라고. 웨일즈인과 흑인의 피가 섞인 각본가가 쓴 시나리오를 영화화하고 있는데,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마약과 관련된 커뮤니티에서 자란 각본가가 어릴 적부터 직접 보고 듣고 간접경험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쓴 시나리오다. 이번 뉴커런츠 부문에 출품된 다른 감독들의 작품들은 아직 허지엔준 감독의 <리버피플> 정도만 봤을 뿐이지만, 다들 자신보다 영화를 훨씬 잘 만들었을까 봐 보기가 겁이난다며 웃는 순수한 영화청년, 아니 신인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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