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측은 농성을 벌이고 있는 해고자 7명을 업무 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6일 새벽에는 병원 로비에서 농성 중이던 10여 명을 끌어내기 위해 수간호사, 경비 직원, 수녀까지 60여 명이 동원됐다. (☞관련 기사 : "신부님, 우린 1회용 주사기만도 못하나요?")
병원 측은 "비정규직법에 따르면 파견 허용 기간은 최장 2년을 넘지 못한다"며 이번 '집단 해고'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2년 이상 같은 업무에 사람을 써야 할 정도로 상시적인 업무라면 정규직으로 쓰는 게 맞다"는 것이 비정규직 관련법의 제정 취지라는 점에서 병원 측의 이 같은 주장은 빈축을 사고 있다.
강남성모병원 "지나치게 경직된 고용 관계는 사용주에게 큰 부담"
지난달 30일 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간호보조원 28명을 집단 해고한 강남성모병원 비정규직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병원 측이 이와 관련된 입장을 밝혔다. "해고자들의 채용 요구는 법적·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명백한 불법"이라는 것. (☞관련 기사 : 강남성모병원, '병원계의 이랜드' 되나)
6일 강남성모병원 비정규직 '지원 대책 모임'에 따르면 병원 측은 최근 병원 로비 등 곳곳에 '환자와 가족 분들께 드리는 글'을 게시했다. 황태곤 병원장 명의로 작성된 이 글에서 병원은 "현재 불법 농성 중인 이들은 수급 받은 파견업체의 직원이며, 파견업체와 해당 직원들의 근로 계약이 만료된 상태"라며 이번 집단 해고의 법적 하자가 없음을 강조했다.
병원은 또 "계약 기간이 종료된 파견 근로자들은 더 이상 본원에서는 일할 수 없지만, 다른 기관에서 새로운 근로 계약을 체결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다시 일할 수 있다"며 "지나치게 경직된 고용 관계는 사용주에게 큰 경영 부담이 되기 때문에 대다수 사업장에서 시대 상황에 따라 탄력성 있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만나자"는 보건의료노조 제안도 '무시'로 일관
병원은 "농성자들이 막무가내로 정규직 채용을 요구하고 있다"는 입장 아래 보건의료노조 등 노동계의 면담 요구에도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최근 황태곤 병원장에게 "오는 7일 만나자"고 제안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무시'를 넘어 농성자들에 대한 경찰 고소·고발 및 로비 농성 해제에 힘을 쏟았다. 이날 오전에는 농성 7일째를 맞은 병원 로비 농성장에 60여 명을 동원해 전체 농성자를 끌어냈다. 지원대책모임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팔에 인대가 늘어나고 다리에 타박상을 입는 등 부상자가 속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규직 고통 분담해야 할 종교 병원이 법 맹점 악용해서야…"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병원의 입장은 엄밀히 말하면 틀린 것은 아니다. 현행 법이 2년이 '지난' 때부터 직접 고용 의무를 지우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 2년이 되기 하루 전날 계약이 해지된 이들은 '2년 고용 후 정규직화'라는 법 조항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노동계가 "강남성모병원이 법을 제대로 알기는 하는 것이냐"고 반발하는 이유도 따로 있다. 2년마다 사람을 바꿔 가며 같은 일자리에 파견 노동자를 사용하는 것은, 말하자면 파견법의 입법 취지와 정면으로 위배되는 '편법'이기 때문. 실제 강남성모병원은 계약해지된 이들을 대신해 다른 파견 노동자를 간호보조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노동계는 '직접 고용'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동당도 이날 논평을 통해 "비정규직의 고통을 분담해야 할 종교병원들이 비정규직법의 맹점을 악용하는 것은 정상적인 사회 꼴이 아니다"라며 "파견법도 2년이 넘으면 직접 고용 의무를 지는 것으로 간주하는 만큼 이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7일 황태곤 병원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 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어서, 강남성모병원의 비정규직 갈등의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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