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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대표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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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대표를 위한 변명

[고성국의 정치분석]지금 필요한 건 뭐? '야성'? '수권능력'?

명색이 정치평론을 하는데 제1야당인 민주당을 논평주제로 잡은 적이 언제였던가 싶다. 한동안 민주당을 평론하지 않았음이 분명한데 아직 편향성 시비가 있었다는 얘기를 편집자로부터 들은 적이 없으니 듣고도 전하지 않았다면 과잉보호요, 아예 없었다면 평론이 졸작이었던 셈이다. 만약 이도저도 아니라면 민주당이 문제의식도 위기의식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 되겠다. 이런저런 이유로 첫 번째 경우였으면 그나마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나 진실은 편집자만 알 터이므로 객쩍은 소리는 이쯤에서 접겠다.

민주당에 대한 논평이 어려운 것은 당내 권력대립구도가 있긴 있는데 그것이 묘하게 뒤틀려 있기 때문이다. 정국운영방안과 대여전략, 차기 집권전략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것들이 흩어져 있고 약간씩 방향이 틀어져 있어 간명하게 정리되지 않는 것도 이유가 되겠다. 워낙 여러 세력이 단기간에 흩어졌다 합치는 과정을 되풀이 한 탓이다. 그런 이유로 오늘의 논평은 대략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겠고 논의의 출발도 지금의 지도부가 될 수밖에 없겠다. 주류이기 때문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으로부터 "더 이상 좋을 수 없었다"는 격찬을 받은 청와대 영수회담을 정세균 대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 ⓒ뉴시스

정치적 수사들, 예컨대 '국정동반자'나 "매우 진지하고 허심탄회하게 국정 전 분야에 걸쳐 대화한 생산적 회담"과 같은 표현들을 다 걷어내고 보면 이번 영수회담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경제살리기, 대북정책 등 총론적 국정운영에서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그러나 둘째, 촛불집회 참석자에 대한 보복성 수사중단 문제, 교과서 수정 등 이념공세문제, YTN사태나 민영 미디어렙 등 언론문제, 지역균형발전 문제, 종부세 등 감세정책 문제와 부동산문제 등 핵심 쟁점사안에 대해서는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철학적 차이"만을 확인하고 "나에게 맡겨 달라"는 대통령의 일방적 답변만 듣고 끝났다.

대연정 제의를 매몰차게 거부함으로써 자신의 대권행보에 또 하나의 디딤돌을 놓는 것으로 만족했던 박근혜 대표와 노무현 대통령의 여야 영수회담이나, 거의 아무런 실무준비 없이 무작정 만나고 보는 바람에 "그럴 거 왜 만났느냐"는 비아냥이나 받았던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대표와의 여야 영수회담에 비해 이번 영수회담이 '6+2' 합의문이라는 구체적 성과까지 냈다는 점을 들어 청와대와 정세균 대표 측이 "잘된 회담"이었다고 자평하는데 대해 무턱대고 아니라 할 것까지는 없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민주적 기본가치와 질서에 대한 야당의 우려가 없도록 하고, 결과적으로 빈익빈 부익부 정책이 되지 않도록 신중히 검토해 달라"는 민주당의 주문을 대통령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에 대해서는 정세균 대표가 직접 판단해주어야 할 듯하다.

대변인들의 전언에 따르면 정 대표의 이 주문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공감을 표했다 하는데, 철학의 차이가 분명한 대통령이 민주당의 철학을 집약한 이 주문에 공감을 표했다면 무언가 앞뒤가 안 맞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경제문제는 정부를 레슨하고 남북·안보문제는 보완해주고 공안정국, 언론문제 등 사회문제는 확실히 싸운다'는 정세균 대표의 대여 노선은 매우 잘 구성된 테제로 보인다. 시시비비를 가려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투쟁할 것은 투쟁하겠다는 상투적 수사보다 얼마나 구체적인가. '레슨과 보완과 투쟁'의 어디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라는 문제가 곧바로 제기될 것이나 이 문제야말로 '그 때 그 때 다를 수밖에 없다'가 정답일 것이다. 그런 것이 바로 정치 아닌가 말이다.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하는 책무를 진 민주당의 대표가 초당적 협력이라는 미명하게 제대로 비판과 견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지금도 2중대 소리를 듣는데 뭘 더 협력하느냐."

"햇볕정책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깎아내리는 것에 왜 침묵하는가."

이종걸, 최문순, 추미애 의원들의 비판은 맥락은 좀 달라도 대체로 민주연대라는 비주류 개혁블록으로 수렴되는 듯하다. 김근태, 정동영, 천정배가 모두 나섰으니 비주류라 하더라도 그 힘과 영향력이 간단치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민주연대가 '레슨과 보완과 투쟁'이라는 정세균 테제에 필적할 대안적 테제를 제안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레슨과 보완과 투쟁'은 대안적 비판을 통해 수권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국민적 당위를 적어도 테제 수준에서는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연대가 세 결집에 나서면서도 섣불리 정치노선을 앞세운 전면전을 벌이지 못하는 이유다.

민주연대가 결과적으로 노선 경쟁보다 당내외의 세결집에 주안점을 두는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 것도 다시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부단히 외연확대를 시도했던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누구보다도 민주당이 잘 알 것이다.

정세균 대표에 대한 민주연대의 비판적 주문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야당다운 야당"이 될 것 같은데, 이 시점에서 국민이 민주당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이 "야당다운 야당"인지 "대안을 갖춘 집권가능 야당"인지도 다시 한 번 곰곰이 따져봐야 할 문제일 듯하다. 민주당이라고 '집토끼론'이 없겠는가? 상황이 어려울수록 미래가 암울할수록 '집토끼론'이 기승을 떨칠 것은 민주당이라해서 다르지 않지 않겠는가? 민주당이 왜소하게 변형된 '집토끼론'의 프레임에 매몰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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