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의 유일한 경쟁부문인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들의 기자회견이 3일 오전 11시에 그랜드호텔 스카이홀에서 열렸다. 장-뤽 고다르 감독의 영화에서 활약한 배우이자 감독이기도 한 안나 카리나를 심사위원장으로, 영화제작자이자 독일의 예술영화 배급사인 판도라의 설립자이기도 한 칼 바움가르트너, 김기영 감독의 영화에서 독특한 매력을 선보였고 최근 연기 활동을 재개한 배우 이화시, 그리고 인도의 촬영감독이자 감독으로 <테러리스트>, <비가 내리기 전> 등을 연출한 산토시 시반이 참석했다. 애초 뉴커런츠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던 사미라 마흐말바프 감독이 출국 직전 건강상태의 악화로 불참하게 됨에 따라 올해는 네 명으로 심사위원단이 꾸려지게 됐다.
|
|
김동호 집행위원장, 안나 카리나 심사위원장, 칼 바움가르트너, 배우 이화시, 산토시 시반 감독 ⓒ프레시안무비 |
심사위원단은 완성도가 높으며 감동을 주는 영화에 시상을 할 것이라고 공통된 포부를 밝혔다. 특히 심사위원 중 배우 이화시 씨는 "영화의 대해에 진출하기 위해 자맥질을 준비하고 있는 신인감독들의 영화인만큼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며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뉴커런츠의 두 개의 상이 상금의 의미보다 차기작 제작 지원의 의미가 더욱 큰 만큼 새로운 감독이 뉴커런츠를 통해 발굴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나 카리나는 지금도 누벨바그의 여신으로 불리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오래 전에 작업했던 영화로 아직까지 기억된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고, 시간이 오래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울림을 갖는 현대적인 영화에 출연했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는다."고 대답하면서도, 자신에게 '누벨바그의 여신'이라는 호칭은 너무 과분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부산영화제에서는 안나 카리나가 연출한 <빅토리아>가 상영된다. <빅토리아>는 캐나다 퀘백 주에서 촬영된 저예산 영화로, 안나 카리나는 프랑스의 유명한 샹송가수 필립 카트린과 투어를 하던 도중 영화 프로듀서 빌 바우의 제안을 받고 만들게 된 로드무비라고 밝혔다. 매 질문마다 느릿한 영어로 답변한 뒤 "답변이 충분히 되었나요?"라고 덧붙인 안나 카리나는 이전에는 부산을 잘 몰랐지만 참 아름다운 도시라며 부산을 처음 방문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
|
왼쪽부터 김동호 집행위원장, 산토시 시반 감독, 안나 카리나 심사위원장, 칼 바움가르트너, 배우 이화시 ⓒ프레시안무비 |
독일의 제작자 및 유럽의 배급자로, 첸 카이거 감독과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해외배급하기도 했던 칼 바움가르트너는 전세계 영화시장에서 아시아영화가 차지하는 위상에 대해 "일정한 주기를 갖고 아시아 각국의 영화들이 저마다 전성기를 맞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럽의 관객들 역시 아시아영화가 새롭고 독창적인 흐름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유럽의 시장에서 아시아 국가의 영화가 꾸준히 주목을 받고 상영되려면 그저 '좋은 영화'로는 부족하며 '특별하고 탁월한' 영화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헐리웃에 진출해 <비가 내리기 전>을 완성해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는 산토시 시반 감독은 현재 아시아의 다양한 인재들이 헐리웃 및 전세계에서 제작자 및 감독으로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헐리웃과는 다른 새로운 흐름을 전세계 영화계에 부여할 수 있으며 그만큼 아시아의 색채를 드러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기영 감독의 여배우' 이화시 씨는 자신이 배우활동을 했던 70년대 및 80년대 초에 비해 요즘은 "촬영현장도 규모가 커지고 젊고 출중한 인재들이 영화계에 많이 모여 있어 격세지감을 느꼈다"며 한국영화가 앞으로 세계영화사에 걸작으로 남을 영화를 배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하면서, "그렇기에 이번 부산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것은 더욱 영광"이라며 감격을 내비쳤다. 심사위원들은 7일까지 뉴커런츠 부문의 영화를 전부 관람하고 토의를 거친 뒤 총 두 편을 선정해 각각 3만 달러의 상금을 시상하게 된다. 올해 사미라 마흐말바프 감독의 심사위원 불참으로 심사위원이 네 명이 된 만큼, 2대 2의 동수가 됐을 경우 일반적인 관행대로 심사위원장이 결정권을 갖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