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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다리'로 질주하려는 '민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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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다리'로 질주하려는 '민주연대'

[김종배의 it] 열린우리당의 말기 증상을 보다

두 요소가 담겨있다. 어제 발기인대회를 연 '민주연대'엔 결코 놓쳐서는 안 될 두 개의 요소가 스며있다.

정동영계가 참여했다. 실용노선을 주창하며 열린우리당의 우향우를 주도한 정동영계가 민주연대에 참여해 민주당 지도부의 정체성을 비판하고 있다. 지금의 민주당 지도부가 어느 좌표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그 밥에 그 나물이다. 발기인에 이름을 올린 50여명의 전·현직 의원은 모두 열린우리당 출신이다.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사람만 3명이다. '민주연대'가 부르짖고자 하는 '진보개혁'의 성격이 뭔지, 그에 대한 국민 평가가 어떻게 나올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다.
▲ ⓒ프레시안

두 요소를 뽑아내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구닥다리' 인사들로 뭘 할 수 있겠느냐고 비아냥대기 위해서가 아니다. 국정 실패를 자초한 사람들로 어떤 걸 새로 일굴 수 있겠느냐고 힐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들은 대선을 전후해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그냥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패자부활전이라는 게 있으니까.

중요한 건, 그리고 강조하고자 하는 건 '깊은 반성'이 '처절한 모색'으로 이어져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는가 하는 점이다. 이 게 보이지 않는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발기인대회에서 그랬다. '민간독재와의 단호한 투쟁'을 주문했고 다짐했다.

울림이 큰 말이긴 하지만 새롭지는 않다. 김근태 전 의장이, 그리고 민주연대가 단호히 투쟁해 지키고자 하는 건 87년 6월항쟁이 뼈를 세우고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살을 붙인 민주화의 성과다. 국민 대다수가 공유하고 있고 지키려고 하는 가치다.

이것이 민주연대의, 민주당의 새롭고도 유일한 가치가 될 수는 없다. 이 건 모색 대상이 아니라 실천 요강이다. 공안 분위기가 되살아나고 국보법이 다시 칼날을 가는 상황에서 강경하고 선명한 야당의 모습을 보이면서 '단호히 투쟁'해야 하는 문제다. 민주당의 틀을 벗어나 범민주세력이 함께 해야 하는 문제다.

'민주'가 민주연대의 필요조건을 구성할지는 몰라도 충분조건까지 부여하는 건 아니다. 민주연대가 '민간독재'에 맞서기 위해 한시적으로 구성된 항전조직이 아니라면, 민주당을 수권정당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정파라면 그 이상의 것을 내놔야 한다. 스스로 부르짖는 '진보개혁'의 가치가 뭔지, 그 실체를 내놔야 한다.

이건 선택사항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반민주'와 '신자유주의' 드라이브를 동시에 거는 게 엄연한 현실이기에 '민주' 이상의 가치를 모색하고 제시하는 건 의무에 가깝다. 하지만 민주연대는 제시하지 않는다.

한미FTA가 대표사례다. 민주연대는 한미FTA에 대해 '선(先) 비준 저지'라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비준 저지'가 아니라 '선 비준 저지'다. 단순화의 오류를 무릅쓰고 말한다면 타이밍을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비준할 경우 부상할 상황논리에 기대 묻어가겠다는 뜻이다.

바뀐 게 없다. 열린우리당 말기에 보여준 모습 그대로다. 그래서 부각된다. 민주연대에 이름을 올린 인사들의 면면에 스며있는 열린우리당의 흔적이 필요 이상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 인식된다. 국민들 사이에 '그 밥에 그 나물'이란 인식이 퍼져나가지 않을 수 없다.

가능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선 민주연대가 희망하는 '선순환'은 달성될 수 없다. 민주연대가 나서 민주당을 선명야당·투쟁야당으로 일신하면 사람이 꼬이고 국민 지지가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 민주당을 골간으로 해서 외부세력을 영입하는 외연 확장 전략은 실현될 수 없다.

외다리로는 결코 오래 달릴 수 없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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