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위기 여파가 국내 경제에 번지면서 기업어음(CP) 금리가 치솟는 등 기업 자금조달 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단기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번 달 들어 단기차입금증가결정을 공시한 기업은 30일 현재 28개사다. 특이한 사항은 단기차입금을 조달하는 금융기관이 7개사며 이 중 증권사가 4개에 달할 정도로 예전에 비해 늘어난 것. 지난 4월만 해도 단기차입금을 조달하는 금융기관은 2개에 불과했다.
지난 29일에도 신영증권이 담보대출 형태로 자기자본의 31%에 달하는 2000억 원의 단기차입금 조달을 공시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에는 대신증권이 1000억 원을 단기차입금으로 조달했다. 대신증권은 이전에 단기차입금이 전혀 없었다. 삼성증권 역시 지난 9일 기업어음(CP) 발행 한도를 5000억 원으로 늘렸다. 단기자금 조달이 필요할 경우를 미리 대비한 셈이다.
금융기관이 이처럼 단기차입금 조달을 예전에 비해 늘리는 까닭은 신용 경색에 따라 시장 전반적으로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보통 증권사는 고객의 환매 요청 등 출금 상황에 대비해 콜시장에서 단기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콜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됨에 따라 담보를 걸고 비싼 금리를 지불하고서도 단기차입금 시장을 이용하게 된 것이다. 어려워진 상황을 반영하듯 "XX증권사는 하루살이나 다름없다"는 소문이 도는 등 여의도 증권가 민심은 흉흉해진 지 오래다.
증권사들은 앞으로 시장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회사 운영자금을 사전 확보하기 위해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단기자금 조달 비용이 더 늘어날 것을 감안해 미리 급전을 확보키로 결정했음을 의미한다.
대신증권 강승건 선임연구원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에 전반적으로 유동성 경색이 심화됨에 따라 콜자금을 빌리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며 "유동성 확보 경쟁이 보다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성 우려가 갈수록 커지면서 주요 CP 수요처였던 머니마켓펀드(MMF)와 종금사 등에서는 CP 편입비중을 줄이는 추세다. 개별 기업이 발행하는 CP의 특성상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 그만큼 수요처에서 리스크를 떠안을 가능성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현금유동성이 부족한 기업이 발행한 CP를 매입한 금융기관은 고스란히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 CP는 기업의 초단기 자금 조달 수단의 하나다.
이에 따라 CP금리는 갈수록 치솟고 있다. 증권업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30일 현재 91일물 CP 최종호가수익률은 전날에 비해 0.02%포인트 증가한 6.56%다. 13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금리 인상은 그만큼 기업의 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한 시장 관계자는 "회사채도 기피하는 분위기인데 시장 변동성에 고스란히 위험이 노출되는 CP를 누가 사려하겠나"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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