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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환율…1200원 진짜 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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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환율…1200원 진짜 넘나

앉아서 돈 버는 대기업…중소기업ㆍ서민 가계에는 빨간불

원.달러 환율이 6거래일 간 40원 이상 폭등하면서 1180원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 7월 말 1달러당 1000원대였던 환율이 두 달 새 180원 가량 급등하자 1200원대 진입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제수지 적자에 따른 외화 유동성 부족과 경제지표 둔화가 짧은 시일 내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은 환율의 변동위험을 헤지하지 않는 수출 대기업에는 앉아서 돈 버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키코(KIKO) 등 외환파생상품에 가입한 중소기업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물가에도 큰 부담을 줘 서민 가계의 시름을 깊게 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환율 6일째 급등…달러 부족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오전 10시32분 현재 지난 주말보다 달러당 24.50원 급등한 118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이 현 수준으로 거래를 마치면 2004년 5월 20일 이후 4년 4개월 만에 1180원대로 상승하게 된다. 6거래일 간 45.30원이 오른 것으로, 지난 7월 28일 1006.00원에 비해서는 두 달간 179.00원 급등했다.
  
  원.달러 환율의 급등은 달러화 유동성 문제 때문이다. 올해 들어 9개월 간 증시에서 외국인이 32조 4000억 원(약 425억 달러) 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고 무역수지도 지난 달까지 8개월 간 115억 7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측면에서 모두 외화가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미국계 투자은행(IB)의 잇따른 파산으로 인한 신용경색 현상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달러화 부족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미국의 구제금융 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그 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복잡한 부실 자산의 구조를 분석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구제금융 안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외환당국이 단기 외화자금 시장인 스와프 시장에 달러화를 공급하면서 패닉(심리적 공황) 현상이 다소 완화되고 있지만, 외화 유동성 부족에 대한 불안 심리는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현물환율과 선물환율 간 차이인 스와프포인트(1개월 물 기준)는 지난 23일 -10.00원에서 지난 주말 -1.50원으로 상승했지만 이날 -3.00원으로 떨어졌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외환보유액 가운데 100억 달러를 스와프시장에 공급하기로 하면서 현물환 시장 개입 여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이날 기획재정부 최종구 국제금융국장이 구두개입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달러화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기업은행 이명훈 팀장은 "외화 유동성과 경제지표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원화를 팔고 달러화를 매수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며 "외화 유동성 부족이 전 세계적인 현상이어서 당국도 개입에 부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정상적 상황…1200원 염두에 둬야"
  
  미국 정부와 의회의 구제금융안 합의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전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조만간 1200원 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주에는 미 재무부의 구제금융안이 의회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환율 상승세가 이어졌다. 이번 구제금융 합의로 이 같은 의구심이 해소된 만큼 환율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날 개장부터 환율이 급등하면서 시장이 비정상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종우 SC제일은행 이코노미스트 "수급 상황, 대내외적인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오늘 오르는 것은 너무 과도하고 뭔가 앞뒤가 안 맞는다"며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구제금융 안 합의로 환율 상승이 둔화될 것으로 봤는데 오히려 달러 강세 등의 영향으로 환율이 오르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래도 오르고 저래도 오르는 상황인데 이런 분위기라면 1200원 돌파까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외화차입에 잇따라 성공했고 이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수세를 나타내고 있어 전반적으로는 환율 하락 요인이 많다. 월말을 앞두고 수입업체의 결제수요가 몰린다는 요인 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이다.
  
  전종우 이코노미스트는 "기본적으로 4분기부터는 주가가 상승하고 외국인이 순매수로 전환하면서 환율이 고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ㆍ가계에 직격탄
  
  환율의 꾸준한 상승세는 당장 물가 걱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유가나 원자재.곡물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고환율이 이를 상쇄하면서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최근 4분기 유류할증료에 적용하는 원.달러 환율을 전 분기보다 7.6% 상승한 1104.04원으로 정했다. 유류할증료는 환율과 유가에 따라 결정되는데 국제유가 하락분을 환율 인상이 잡아먹은 셈이다.
  
  물가 상승은 '가계 실질소득 감소→내수경기 위축→경기 둔화'로 이어질 공산이 커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과 함께 한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한국은행은 환율이 1% 오르면 소비자물가가 연평균 0.08%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9월엔 금융위기설에 미국발 금융쇼크가 겹치면서 환율이 고공 행진을 거듭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전달보다 높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게다가 환율 상승은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의 숨통을 옥죄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으로 뛰면 키코 가입 중소기업의 70%가 부도 위험에 처할 것이란 조사 결과도 있다.
  
  현재의 환율 상승은 수출 경쟁력 강화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신용 경색으로 수출이 호조를 띠기 어려운 탓이다.
  
  당장 유학생을 둔 가정에선 수시로 보내줘야 하는 생활비나 학자금 부담이 점점 커지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가정 경제에 주름살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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