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을 살펴보니 그럴 만합니다. 각료 18명 가운데 11명이 아버지나 할아버지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은 세습 의원입니다. 입각한 세습 의원 11명 가운데 4명이 총리 가문 출신입니다. 입각한 세습 의원 숫자가 아베나 고이즈미 내각 때보다 두 배 가량 증가했습니다. 그 뿐인가요? 아소 본인 역시 세습 의원이자 64개 계열사를 거느린 아소 재벌 가문 출신입니다.
조각 명단을 살핀 도쿄의 한 주부가 그랬다네요. "아소를 포함해 (세도가)2-3세가 서민의 삶을 알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고 합니다.
당연히 제기할 만한 의문입니다. 부모 잘 만나 호의호식하고 출세가도를 달린 사람들이 서민의 고통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경험과 처지에서 자유롭지 못한 존재가 인간이거든요. 오죽했으면 프랑스 왕비가 빵을 달라는 파리 시민들에게 '빵 없으면 고기 먹어'라고 망발을 했겠습니까?
이렇게 보면 도쿄 주부가 했다는 또 다른 말은 실현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우선 경기를 어떻게든 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바람이 공염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소 내각이 경기를 살린다 해도 그것이 민생 호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처지가 사고를 규정하고 사고가 정책에 투영되게 돼 있으니까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아소가 일제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데 들이는 열성의 반의반만이라도 한국 정치를 공부하는 데 쏟았다면 어땠을까 하고 상상해 봅니다.
한국 정치에 회자되는 명언이 하나 있죠? '인사가 만사'라는 말…. 한국 정치에 깊게 새겨진 경험이 하나 있죠? '인사가 망사'가 된 경험….
너무 오래 됐네요.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이니까요. 그럼 이건 어떨까요? 한국 국민 사이에 '강부자 내각'이란 표현이 회자되고 있는 사실, 그 '강부자 내각'이 펼치는 정책에 대해 한국 서민이 심하게 반발하고 있는 현상을 주의 깊게 봤다면 어땠을까요? 그래도 '무대포 인사'를 감행했을까요?
'아니오'라고 자답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네요. 아소가 이웃나라의 실정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고 보는 게 오히려 이상합니다. 알고도 '무대포 인사'를 감행했다고 보는 게 차라리 타당합니다.
그럼 뭘까요? 도대체 어떤 연유로 '망사'로 흐를 게 뻔한 인사를 감행하는 걸까요? 욕심일까요?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쌓고 싶은 욕심에 코드가 일치하고 손발이 맞는 사람을 쓰려 하는 걸까요? 그렇게 해서 국정을 앞만 보고 내달리게 만들려는 걸까요?
하지만 이건 답이 되지 못합니다. 균형을 잃어버리고 통합을 지향하지 않는 국정은 필패라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합니다.
도대체 뭘까요? 편향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심리는 어떤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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