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최종 승인을 통보한 서울시교육청의 국제중학교 전환 계획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해당 지역 주민을 비롯해 사회 각계로 번지고 있다.
국제중 전환을 신청한 대원중이 위치한 광진구 주민 및 교육단체 인사 10여 명은 25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주민 의사 수렴 없이 갑작스럽게 대원중을 국제중으로 전환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중곡동의 부족한 중학교부터 먼저 설립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 22일에는 역시 국제중 전환 신청을 한 강북구 영훈중 앞에서 국제중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기자 회견이 열렸으며, 이들은 현재 학교 근처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 관련 기사: "국제중 설립? 지역 주민은 벙어리 냉가슴" )
"부족한 중학교 수는 외면…누굴 위한 국제중인가"
이날 '대원중학교를 지키는 주민대책위원회'라는 이름으로 기자 회견문을 낸 이들은 "광진구, 특히 중곡동은 인구가 10만여 명으로 초등학교 4개와 중학교 2개가 있는 지역"이라며 "중학교 시설의 부족으로 매년 1000여 명의 초등학생 중 700여 명만 중곡동 내 중학교로 진학하고 나머지는 원거리 배정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대원중이 국제중으로 바뀌면 사실상 절반의 어린 학생이 원거리 학교를 다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아이들 학교 문제로 심각한 불편이 초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중학교 시설 확충은 지역 주민은 물론 서울시 및 성동교육청의 오랜 과제이자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민원"이라며 "이미 2006년에 서울시교육청이 국제중 설립을 위한 조사를 할 때 결국 성동교육청이 반대 의견을 낸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시교육청은 그 흔한 공청회와 토론회 등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단 한 차례도 거치지 않고, 수년 동안 문제가 된 중학교 시설 부족에 대한 어떤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제중의 폐해를 구태여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광진구의 대표적 서민 주거 밀집 지역인 중곡동 거주 학생과 학부모에게 엄청난 불편을 끼칠 국제중 전환을 서둘러 진행하는 것은 주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중곡동에 살며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준기 씨는 이날 기자 회견에서 "이제 중곡동 아이들이 중학교에 걸어서 다니려면 영어를 잘하든지, 아니면 버스를 타고 먼 거리의 학교에 가야하게 생겼다"며 "주위 학부모 중에서 국제중을 환영하는 주민은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중이 집값을 높일 거라고 얘기하지만 중곡동에 있는 대원외고만 봐도 그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소리인지 알 수 있다"며 "중곡동은 서울에서 가장 집값이 낮은 지역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국제중 설립하면서 학원비 걱정…휘발유 부으면서 불길 잡으라고?"
한편, 이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학부모회 등 20여 개 교육·시민단체로 구성된 '4·15 공교육포기정책 반대 연석회의'는 서울 중구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국제중 설립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선언을 통해 "학원을 단속해 사교육비 폭등을 막겠다는 것은 몸통은 놔두고 곁가지만 탓하는 방안"이라며 "초등학생들을 입시 경쟁으로 내모는 국제중학교를 설립하고, 전국적으로 일제고사를 실시하면서 사교육비가 줄어들기를 바라는 것은 휘발유를 부으면서 불길이 잡히기를 바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서울에서 국제중학교를 설립하면 각 시도 단위마다 국제중학교 신설이 추진될 것이고, 이는 특목고로 인해 팽창한 사교육 시장을 초등학생과 유치원생들에게까지 무한 확장하도록 허가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진정으로 사교육비 폭등을 막을 의지가 있다면 국제중 설립을 철회하는 것이 학원비 종합대책의 첫 출발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그동안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 국제중 설립에 반대하는 여론이 압도적"이라며 "서울시교육위원회가 시민의 뜻을 정확하게 대변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으로 국제중 설립에 반대하며 서울시교육청 주변에서 인간띠 잇기 등 다양한 행사와 함께 시민소송인단을 모집해 국제중 지정 취소 소송 운동 등 법률 대응 활동 등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선언에는 유인종 전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해 정진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홍세화 학벌없는사회 공동대표, 박거용 상명대 교수, 이석행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등 80여 명의 각계 인사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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