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이랜드로부터 홈에버를 사들인 삼성테스코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 결합 승인을 받아냈다. 그리고 오는 10월 초 홈에버의 경영권이 최종적으로 삼성테스코로 넘어간다.
홈에버의 새 주인이 완전히 이삿짐을 옮기는 날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더불어 지난해 6월 파업을 시작해 25일로 461일을 맞는 '이랜드 사태'도 완전히 새 국면으로 전환될 조짐이다. 삼성테스코 측이 그동안 "공정위의 승인 이후 노조와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새 주인의 등장으로 오랫동안 답보 상태에 놓여 있던 이랜드 노사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이랜드일반노조(위원장 김경욱)와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 각계 시민 단체는 25일 서울 역삼동 삼성테스코 본관 앞에서 "이승한 사장은 약속을 지켜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홈플러스가 장기 파업 사태를 전향적으로 해결할 경우 경영정상화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4개월을 기다렸다"
이랜드 그룹이 지난 5월 전격적으로 홈에버 매각을 발표한 이후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다. 홈에버를 팔아치운 이랜드는 전보다 더 '강 건너 불 구경'이었고, 홈에버의 새 주인 홈플러스는 '때가 아니다'는 입장이었다.
실제 이승한 홈플러스 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조와 대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때가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며 "기업 결합 심사가 끝난 시점이 돼선 만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노조가 매각 발표 이후 4개월을 "기다려 온" 것도 이런 입장 때문이었다. 홍윤경 이랜드일반노조 사무국장은 "5월 29일부터 6차례나 홈플러스 대표와의 만남을 정식 요청했으나 공정위 승인 이후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지난 18일 공정위 승인이 떨어졌다. 공정위는 홈에버 전 매장을 홈플러스가 인수하는 것을 허락했다. 노조가 "최상의 기업 승인 결과로 홈플러스는 가장 무거운 짐 중 하나를 우선 벗은 셈인만큼 이제 나머지 짐마저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다. 나머지 짐은 물론 노사 문제의 해결이다.
"삼성테스코, 이랜드 박성수 회장을 반면교사로!"
이날 기자 회견에 참석한 단체들은 "홈플러스는 최소한 악질 이랜드 그룹과는 출발부터 달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랜드 투쟁을 승리하지 못하면 깃발을 내리겠다'는 민주노총의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경고했고, 이상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도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홈플러스가 이랜드를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남신 이랜드일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이 왜 홈에버를 매각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잘 새겨봐야 한다"며 "홈플러스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홈플러스가 정당한 생존권 요구를 내걸로 투쟁해 온 여성 노동자들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대화를 통해 잘 해결하리라 믿는다"고 했다.
이미 노조가 삼성테스코의 홈에버 인수에 대해 '파업 사태 해결'이라는 조건 아래 적극적인 경영 정상화 협조 의지를 밝힌 상황에서, 핵심 쟁점은 28명에 달하는 해고자 복직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테스코의 선택이 주목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