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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노믹스, '공공의 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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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노믹스, '공공의 적'인가

사회 전반에 몰아치는 '시장 논리'

이명박 정부가 이른바 '공기업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민영화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시키고 있다. 그런데 비단 공공의 영역에 대한 시장 논리 도입이 공기업이라는 법인 형태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공공의 영역으로 분류되던 언론은 물론 변호사, 병원, 약국 등에 대해서도 시장 논리 강화 계획들이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병원, 약국, 법률사무소 시장도 '선진화'

약사법 제20조 제1항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 변호사법 제34조 제4항 "변호사가 아닌 자는 변호사를 고용하여 법률사무소를 개설·운영해서는 아니 된다." 약사만이 약국을 개설할 수 있고, 변호사만 법률사무소를 열 수 있다.

마찬가지로 병원은 의사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만이 개설할 수 있다. 일반 국민들은 잘 알지도 못하던 이 제도에 대해 정부가 개편을 추진 중이다. 제목도 '전문자격사제도 선진화 방안'으로 '선진화'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약사나 변호사가 아닌 자도 약사나 변호사를 고용해 약국이나 법률사무소를 개업할 수 있게 시장 진입 장벽을 철폐하겠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문자격사 서비스 분야에 자본의 참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대형화, 규모화를 통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국내 시장에만 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의지대로라면 대기업들이 편의점 사업에 뛰어들어 동네 구멍가게를 쓸어버렸던 것처럼 대기업이 운영하는 약국 체인이 들어설 수 있게 된다.

변호사단체, 약사회, 의사회 등 관련 직역 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와 같은 분야에 대한 진입장벽을 둔 것은 이들 직역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분야이기 때문인데, 장벽을 없앨 경우 지나친 상업주의가 초래돼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입게 된다는 것이다.

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외국에서도 개인 의료정보는 보험회사들이 노리는 고급 정보에 해당한다"며 "병원이나 약국이 거대 자본에 장악되면 의료정보 장사의 폐해가 심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송광고 시장 개방, 신문-방송 겸영 허용

매일 보는 TV 광고가 한국방송광고공사에 의해 독과점 상태로 공급된다는 것을 아는 국민들이 많지 않다. 중앙 일간지 맨 뒷면 전면 광고가 1억 원인데, 9시 뉴스 앞 시간 광고가 15초에 1000만 원밖에 안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MBC에 1000만 원짜리 광고를 내기 위해서는 CBS에 200만 원짜리 광고를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조선일보가 왜 TV방송을 하지 않는지 이유를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이렇게 규제를 해왔던 것은 방송과 신문 등 언론은 공공의 영역이라는 사회적 규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논리에만 맡긴다면 거대 자본이 방송이나 신문을 장악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이 경우 사회 여론 형성 기능이 한 방향으로만 흐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주의자들이 보기에는 이건 말도 안 되는 상태다. 이명박 정부는 방송사들이 광고를 마음대로 팔 수 있는 민영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 도입을 추진 중이고, 신문사가 방송사를 만들 수 있게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부와 한나라당의 계획대로라면 조선일보가 MBC에 버금가는 채널을 만들어 방영할 수 있고, SBS는 15초에 1000만 원짜리인 광고를 1억 원에도 내다팔 수 있게 된다.

■ 공공영역, 자기 개혁 통해 시장화 막아야

문제는 이렇게 사회 전반의 공공 영역이 무너지고 시장 논리가 강조될 때 가장 강력한 공공의 영역인 현재의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체제도 위협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사회보험 시스템을 갖고 있으면서도 개인보험의 규모가 나날이 커져 가고 있는 중이다. 개인보험의 덩치가 더 커질 경우, 부유층을 중심으로 시장 논리를 바탕으로 조세 저항과 비슷하게 사회보험을 거부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또 시장논리의 도입과 함께 가장 큰 혜택을 받는 대상이 거대 자본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현재 정부 정책을 두고 '특권 소수층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난을 가중시켜 사회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게다가 '묻지마 개혁'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기존 시스템의 장단점에 대한 분석은 중요치 않다. 단지 '시장의 논리'에 맞지 않는 것은 무조건 개혁의 대상이다. 시장에 맡기면 알아서 해결된다는 맹신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물론 적당한 시장원리의 도입으로 인해 국민들이 서비스 강화의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특히 두터운 벽을 치고 지켜오던 기존의 이기주의 행태를 감안할 때 정부의 법률사무소, 약국, 병원 시스템 개편은 결과는 둘째치고 '메스를 댄다'는 것만으로도 국민적 호응을 얻을 수도 있다. 마치 '공기업 직원들의 돈 잔치'와 같은 국민감정 자극용 헤드라인을 걸치고 공기업 개혁에 나서는 것이 국민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위기라면 그 위기에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 방송계로부터 항상 원성이 끊이지 않았던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코바코)였지만, 이명박 정부가 이 체제를 바꿔버린다니까 '코바코 체제를 다시 평가해보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들이 자신들을 보호하는 장벽을 지키면서 가장 전면에 내세우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봉사'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다시금 뼈저리게 성찰해야 할 때다.

물고기가 물의 소중함을 잊고 살 듯 '공공'이라는 이름으로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왔던 공공 영역 종사자들은 스스로 개혁에 나서 국민들을 설득하고 민심을 얻어야 할 때다. 그들 앞엔 막강한 '공공의 적'이 눈앞에서 칼날을 희번덕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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