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지역 초등학교 학부모 등 20여 명이 모여 구성한 '국제중 강북주민대책위원회'는 22일 오전 영훈중 정문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이날부터 국제중 전환에 반대하며 1주일간 농성에 돌입했다.
대책위의 김옥성 공동대표는 "미아동에 30년 이상 살고 있는 주민으로서 비장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며 "지역의 많은 학부모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어떡하냐며 발만 동동 구르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정부는 영훈중에 진학할 이 동네 학생을 새로 설립하는 미양중으로 보내겠다고 한다"며 "그러나 왜 이 학생들이 새로 생기는 인근 아파트 주민을 위해 산꼭대기에 신설되는 학교로 통학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김 대표는 "지금 주민들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힘들어하고 있다"며 "교육청이 신경써야 할 부분은 서민층이 많은 이 지역 학생들이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더군다나 외국어고의 경우를 봐도 국제중 설립으로 집값이 오른다는 홍보는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참교육학부모회 박범이 서울지부장은 "공정택 교육감이 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국제중 입학 전형을 보면, 결국 각종 경시대회 실적이 없거나 외국어를 뛰어나게 잘하지 않으면 원서도 낼 수 없는 구조"라며 초등학교 정규 과정을 마친 학생이면 누구나 진학할 수 있다는 홍보는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박범이 부장은 "강남, 서초구 학부모에게는 '누워서 떡먹기'인 국제중 입학 전형을 놓고, 마치 국제중이 이 지역을 위한 특혜인 것처럼 말하는 교육 당국과 영훈학원은 당장 국제중 설립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공정택 교육감의 첫 번째 선물인가"
이들은 기자 회견문에서 "국제중이 들어오면서 강북구에는 학교가 하나 사라지고, 아이들은 더 먼 거리의 중학교로 내쫓길 수밖에 없는 처지가 돼버린다"며 "이것이 서울시 민선 교육감이 강북구에 내려주는 첫 번째 선물이란 말인가"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초등학생에게 헛된 꿈을 갖게 하고, 초등학교를 사교육 시장과 경쟁으로 몰아 아이들의 희망과 영혼을 짓밟아 버리고야 말 교육 정책을 가만히 앉아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강북구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집값 인상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꿈"이라며 "더군다나 국제중 설립은 서울시의 초등학생들을 입시지옥으로 끌어들이는 좁은 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불 보듯 뻔한 사교육 폭증은 또 한 번 강북구 주민들에게 교육을 통한 정신적 박탈감에 시달리게 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박탈감을 자녀들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역에서 하나의 학교가 없어지는데 주민들에게 단 한번의 질문도, 의견 청취도 없었다"며 "게다가 우리 지역 아이들은 갈 수도 없고, 그저 구경만 해야 하는 국제중이라면 더더욱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 회견에는 소식을 듣고 왔다는 주민자치위원장, 통·반장 등 10여 명의 주민들이 찾아와 기자 회견 참가자들에게 고함을 지르고, 농성을 방해하면서 긴장된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들은 "누구 마음대로 갑자기 와서 주민대표라고 칭하냐"라며 "좋은 학교가 들어오는데 왜 반대하나"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주민자치센터 간사를 맡고 있는 백모(63) 씨는 "국제중이 들어오면 학군이 좋아지고, 이게 다 지역이 발전되는 일 아닌가"라며 "이 지역 주민들은 모두 찬성"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 회견과 농성장을 지나던 인근 주민들 중 상당수는 국제중 반대 의사에 동조하는 의사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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