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되는 전의경 내의 인권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의경 부대 내 구타와 가혹행위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지난 5~7월 서울청 3개 부대, 대구청 2개 부대, 충남청 1개, 경기청 1개 등 7개 부대를 방문해 설문, 면담, 서면 조사 등을 실시해 지난 18일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미싱' '걸레짜기' '땡겨' '잠께스'
전의경은 내무반에서 '미싱' '바닥돌리기''걸레짜기' 등을 20~30분씩 계속해야 한다. '미싱'과 '바닥돌리기'는 내무실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걸레나 솔로 바닥에 짜낸 치약을 한 방향으로 약 30여 분간 닦게 하는 것으로 행동을 천천히 하면 고참이 후임을 발로 걷어차기도 했다. '걸레짜기'도 까치발로 걸레 위에 쪼그리고 앉아 20여분 간 솔을 이용해 물기가 하나도 없을 때까지 밀게 하는 것이다.
피해자 김모 씨는 지난 2월 미싱 과정에서 쌓인 감정을 참지 못하고 청소도구를 집어던지고 부대 밖으로 뛰어나가 도로에 주행 중인 버스에 들이박아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땡겨(양반다리로 앉아 목을 뒤로 제치고 팔을 앞으로 미는 자세를 20여 분 동안 하는 것)'와 '잠께스(버스 안에서 휴식 중 선임병들과 달리 후임병들은 허리를 꼿꼿이 세워 대기 자세로 있는 것)' 등이 후임병들에게 빈번하게 지시됐다.
'회식 중 조금 먹는다' '숨소리가 크다' 이유로 폭행
가혹행위와 구타는 다양한 이유와 상황에서 자행됐다. 회식 중 많이 먹지 않는다고 식당 화장실로 불러 주먹으로 폭행하고 샤워장에서는 동작이 느리다고 때리고 헬스장에서 숨소리가 크다고 따귀를 때리는 등 어이 없는 이유들로 폭행이 자행됐다. 평소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욕을 하며 손바닥과 주먹으로 얼굴 부위를 폭행하기도 했다.
'물PET'라고 하여 출동 시 소대별로 PET병 40여 개를 준비해야 하는 것을 취침 시간을 이용해 정수기 물을 받게 해 후임병이 수시간 동안 취침을 할 수 없도록 하기도 했다.
대원장기자랑을 위해 근육질 몸매를 만드는 과정에서 후임대원이 런닝머신 속도를 줄였다는 이유, 줄넘기를 멈췄다는 이유, 밥을 많이 먹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구타하여 상해진단 3주를 입히고 정신과적 치료를 받게 한 사례들도 있었다.
내무반 내 성희롱도 발견됐다.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고 내무반으로 들어오는 후임병을 성희롱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고 후임병 바지를 강제로 벗게 한 후 외설적인 그림을 그리는 등의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4월에는 구타와 가혹 행위를 견디지 못한 한 전의경이 외박 중 버스기사를 위협해 방송국에 돌진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선임병을 '아버지'라 불러라"
내무반 내의 공식적, 비공식적 위계 질서가 이런 행태를 부추긴 측면이 크다. '보호수경제도'는 신임 대원이 배치될 때 선임대원이 적응을 도와주는 제도인데 실질적으로는 후임 수경이 선임 수경을 '아버지'라 부르며 그의 물건을 챙겨주는 등의 역할을 해야 했다.
비공식 계층구조도 있었다. 원칙적으로는 이경->일경->상경->수경의 계급구조이지만 대원들간에는 비공식적으로 막내->쫄짱->받대기->바깡->챙으로 구분했다. 심지어 수경이라고 해도 대원들 간의 문화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곧바로 '받대기'로 취급받아 내무반에서 눕지 못하거나 책을 못보는 등 왜곡된 조직문화가 존재했다.
인권위는 "전의경을 관리하는 간부들의 잦은 이동과 부대관리를 최고참 기율경(질서 유지 임무를 수행하는 고참대원)에게 일부 위임하는 관행 등 형식적인 부대 관리와 후임 대원에 대한 업무 지시와 폭언이 묵인되고 사고 발생 시 자체적으로 처리하려는 경향 등의 왜곡된 조직 문화가 이 같은 구타와 가혹행위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를 토대로 인권위는 관계자들의 획기적인 의식 전환과 더불어 경찰청장이 구타 및 가혹 행위 예방을 위한 모니터링을 하고 전의경과 관리자에 대한 인권교육을 정례화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가혹행위 사건이 있었던 해당 지방경찰청장에게는 관계자에 대한 징계조치 등을 권고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