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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위기설'에 함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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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위기설'에 함정 있다

[김종배의 it] 위기설을 인위적 경기부양의 호재로?

부동산 위기설이 퍼진다. 건설사가 미분양 덫에 걸리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고 한다. 부도율도 올라간다고 한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건설사에 돈을 꿔준 금융사가 부실해지고 이것이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될지 모른다고 한다.

살 떨리는 얘기다. 미국의 부동산발 금융위기를 똑똑히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우려를 넘어 공포감에 휩싸일 정도로 걱정스런 얘기다. 앞뒤 가리지 않고 건설사를 살리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얘기다.

실제도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많은 언론이 나서서 정부에 주문한다. '확실한 대책' '특단의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한다.

근데 왜일까? 켕긴다. 위기설의 근거가 께름칙하고, 위기설이 지향하는 방향이 석연치 않다.

당장 이런 의문이 싹튼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던 시절, 분양가를 천정부지로 올려도 아무 탈 없이 분양되던 시절에 벌어들인 이익금은 다 어디로 간 걸까?

2007년에 3조3200억원을 벌어들였다. 2006년엔 3조2500억원이었다. 국내 10대 건설사가 거둔 (공식적인)영업이익이 이랬다. 도대체 이 천문학적인 이익금이 다 어디로 간 것이기에 몇 달 지나지 않아 위기설이 도는 것일까?

그냥 넘기자. 이익금으로 다른 땅을 샀는데 그 땅이 미분양에 발목 잡혀버렸다고 생각하자. 엉뚱한 곳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은 아예 쳐다보지도 말자. 그래야 속이 편하다.
▲ ⓒ연합

그럼 이건 어떨까?

건설사 위기설의 진원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다른 곳이 아니다. 건설업계 스스로 위기설을 전파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의 대한전문건설협회 등이 나서 수치를 내밀고 있다. 8월까지 부도를 낸 건설사가 224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8% 늘어났다고 하고 미분양 주택수가 25만 가구에 달한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면 일단 검증해야 한다. 더 많은 '과자'를 얻어내기 위해 '꾀병'을 부릴 가능성을 먼저 살펴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수치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많은 것 같지만 많지가 않다. 부도 건설사 224개를 전체 건설사 숫자에 대비하면 그렇다. 전국 건설사는 대략 4만5000여 개, 이 가운데 부도 건설사 224개가 차지하는 비중은 0.5%다. 건설사 부도율이 이렇다.

다른 수치가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07년 건설사 부도율은 0.57%다. 건설경기가 한창 좋던 2004년의 1.03%, 2005년의 0.85%보다 오히려 낮다. 올 8월까지의 부도율 0.5%도 이때와 비교하면 낮다.

미분양 주택수도 그렇다. 25만 가구라는 숫자는 미신고 물량과 영세 건설사의 물량을 모두 합한 추정치다. 공식집계 된 미분양 주택 수는 올 6월 기준으로 15만 가구다. 이 가운데 건설사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3만여 가구다. 전체 미분양 물량의 20%에 지나지 않는다.

수치에 수치를 대비하니 확연해진다. 뻥튀기 돼 있다. 건설업계가 호소하는 위기의 근거가 너무 과장돼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접어두자. 단순논리로 흐를 수가 있다. 건설업계가 숫자놀음을 하듯 반박논리 또한 숫자타령을 하는 것일 수 있다.

유동성 위기라는 게 그렇다. 구조는 튼실한데 일시적 계기 때문에 닥치기도 한다. 그래서 흑자도산이란 게 나온다. '준공 후 미분양'이 3만여 가구에 불과하다고 해도 그게 폭탄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행사와 시공사가 지급보증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있으니까 어느 한 곳에서 폭탄이 터지면 다른 곳에도 유탄이 튄다. 더구나 금융사가 건설사에 대한 대출을 막고 있는 건 엄연한 현실이다.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래도 마찬가지다. 사정이 이렇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돌려 말하면 정부가 나서 '확실한 대책'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게 없다.

건설사 위기의 본질이 유동성 문제라면 특효약은 재정지원을 늘리거나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정부가 금융사에 건설사에 대한 대출 제한을 풀라고 강제하거나, 담보인정비율(LTV)과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DTI)를 풀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방안은 원천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두 방안 모두 금융사의 부실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정부가 미국을 따라 모방 자살을 하기로 작정하지 않는 한 강구할 수 없는, 강구해서도 안 되는 대책이다.

묘책은 따로 없다.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마지 않았던 시장 원리에 맡기는 것 외에 다른 도리가 없다. 미분양 물량도, 부도도 따지고 보면 건설사가 자초한 일이다. 마구잡이로 분양가를 올린 결과이고, 수요가 없는 곳에 무턱대고 아파트를 지은 결과다.

그냥 내버려둬야 한다. 그래서 거품이 꺼지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소 금융사(주로 저축은행)가 일부 부실해지더라도 어쩔 수 없다. 이 또한 자초한 일이기에 감내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과 달리 주택대출 규제를 강화해 그나마 경우가 다르다고 하지 않는가. 대형 은행의 경우 건설사 대출을 경계해 왔다고 하지 않는가. 건설사 위기가 금융권 전체에 초대형 폭탄을 터뜨린다고 단정할 상황은 아직 아니다.

어설프게 나서면 안 된다. 교묘하게 틈을 비집고 꼼수를 부려서도 안 된다. 건설사 위기설을 건설경기 부양의 호재로 삼으려는, 그렇게 해서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려는 꼼수를 부려서는 안 된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푼다고 하지만 그것과 작금의 건설사 위기와는 큰 상관이 없다.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는 지금 당장의 문제이고, 재개발·재건축은 적어도 삼사 년 후에나 시행되는 일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정부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위기설을 차고 부양하려 하면 안 된다. 그렇게 묻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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