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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이젠 '슬로우 패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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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이젠 '슬로우 패션'으로!

여성환경연대 "노동, 환경 생각하는 '책임 있는 소비' 필요"

'신상' 열풍이 한창이다. 각종 숍과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신상' 이름표를 건 옷이 눈에 띈다. 자꾸 새 옷을 찾게 되면서 옷의 유통기한은 점차 짧아지고 있다. 옷장은 가득 차지만 몇 번 입지 않고 고스란히 버려지는 옷들도 상당수다.

이렇게 시시각각 변화하는 유행에 따라 쉽게 옷을 사고 또 쉽게 버리는 것이 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소비 패턴을 반영한 패션 산업은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으로 불린다. 저가 생산을 기반으로 해서 빠른 회전율을 보이는 '패스트 패션'에 대해 여성단체인 여성환경연대가 반기를 들고 나섰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슬로 패션(slow fashion)'을 제안했다.

"세 벌을 사면 한 벌은 공짜!"

여성환경연대(환경연대)는 1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KT&G 홍대상상마당 강의실에서 "불편한 옷을 벗고 슬로 패션을 입자"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들은 "최근 한국 온라인 시장에서는 단돈 몇천 원이면 티셔츠를 살 수 있고 '3+1'과 같은 행사로 초특가 구매도 가능하다"며 "조사 결과 지난해 한 온라인 쇼핑물의 경우 230만 명에 이르는 십대들이 이 같은 저가 옷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이런 저가 옷의 대부분은 중국의 공장을 거쳐서 들어온 것.

또 이들은 "전세계적으로 패스트 패션의 바람도 거세다"며 "Z 브랜드와 M 브랜드 등 글로벌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속속 한국에 착륙하면서 한국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며 "이들의 진입이 한국 의류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 박은진 여성환경연대 대안생활팀 활동가는 "슬로 패션 캠페인의 핵심은 '책임 있는 소비'"라고 지적했다. ⓒ프레시안

저가 생산 뒤에는 이런 문제가…

이처럼 저렴해지는 옷 가격이 왜 문제일까. 명품이나 백화점 의류가 거품 가격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떠올리면 저가 의류는 오히려 바람직한 방향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환경연대는 저렴한 옷 가격 뒤에 감춰져 있는 심각한 사회문제들을 들여다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실제 초특가 저가패션의 가격에는 그 옷을 생산, 유통,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회적, 환경적 비용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말한다. 저임금과 열악한 환경에서 옷을 생산하는 제3세계 생산자들의 노동문제, 최종적으로 의류 폐기물이 매립 소각되는 과정에서의 환경 오염 문제, 유통 과정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의 낭비 등의 문제가 저가 생산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그뿐 아니라 면화나 화학섬유가 생산되고 의류로 제작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각종 유해화학물질과 중금속은 생산노동자만이 아닌 최종 소비자들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새옷 증후군'이나 옷을 통해 발생하는 '아토피'에 대한 염려는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덜 사고, 골라 사고, 돌려 입기"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고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슬로 패션'이다. 저렴하면서 빠르게 바뀌는 유행을 즉각 반영한 패션이 '패스트 패션'이라면 공정한 임금, 생태계와 건강을 생각하고 유행보다는 개성,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패션이 바로 '슬로 패션'이다.

슬로 패션은 '공정(Fair)' '친환경(Eco)' '반소비주의'의 세 가지 가치를 지향한다. '공정'에는 △ 생산자에 대한 공정성(임금, 작업환경, 아동노동금지 등) △ 다양한 공동체의 문화적 정체성을 담은 옷이, '친환경'에는 △ 재활용, 수선, 리폼 △ 유기농 면 △ 동물 권리를 보호하는 옷 △ 자연환경 및 건강에 미치는 영향 △생산과 농민의 삶 △ 탄소발자국에 대한 고려 등이 해당된다. 또 '반소비주의'에는 △ 자기 개성을 나타내는 옷 △ 관계를 생각하는 옷(바꾸어 입거나 물려입기, 기증, 선물 등)이 포함된다.

박은진 여성환경연대 대안생활팀 활동가는 "슬로 패션 캠페인의 핵심은 '책임 있는 소비'"라며 "구체적으로는 소비를 최소화하고 의류를 구매할 때 원산지와 성분, 환경영향 등을 고려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구매'보다는 탄소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재활용, 돌려 입기 등의 '서비스'에 중점을 두며 직접 제조사에 오가닉 코튼을 이용하거나 공정무역 윤리를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연대는 올해 전반기 패스트 패션에 대한 의식조사를 시행하는 등 슬로 패션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져왔다.

이날 워크숍을 통해 슬로 패션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 여성환경연대는 19일 "패스트 패션을 넘어 슬로 패션으로" 토론회에서 '패스트 패션의 실태' '패스트 패션과 환경,건강' ''슬로 패션의 필요성' 등의 다양한 주제를 놓고 논의를 활성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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