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끝장 단식단'(이하 단식단)의 단식이 25일째를 맞아 한계상태에 다다르고 있다. 다수의 단식단원들이 실신해 긴급히 병원으로 실려가는 등 목숨마저 위태롭다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다. 단식단을 이끌며 '국가보안법 연내 완전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이하 국민연대)는 "정치권은 쓰러져가는 국민단식농성단에 답하라"며 정부에 촉구했다.
***보안법끝장단식단, 실신 단원 다수 발생**
연내 보안법 폐지를 위해 20여일 남짓, 1천여명이 단식을 했지만, 연내 보안법 완전 폐지가 힘들다는 전망이 나오자 단식단 중 2백14명은 지난 29일 단식자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는 '물과 소금'마저 끊는다고 선언했다.
물과 소금마저 중단하자 29일 밤, 30일 오전에 접어들면서 단식단 실신사태가 속출했다. 국민연대에 따르면, 인천 오미숙(단식 18일차), 서울 박기연씨는 30일 오전 한남동에 위치한 국회의장 공관 항의방문을 진행하는 와중에 그 자리에서 실신 구급차에 실려 인근 순천향병원으로 이송됐다.
또 부산 민병렬·박미영·황임봉씨 등 6명은 여의도 문화마당에 마련된 농성장 텐테에서 단식단 건강을 관리하고 있는 참의료실천단 의료진에게 긴급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국민연대는 "실신상태였던 환자들은 심한 저혈당 증세와 구토·근육경련을 호소하고 있다"며 "나머지 단식단원 대부분도 감기, 호흡곤란, 탈수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연대가 현재(30일 12시 기준)까지 집계결과에 따르면, 총 12명의 단식단원이 녹색병원과 순천향병원에서 진료 중이고 나머지 경미한 환자들 수십명은 수시로 천막농성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단식단 실신사태가 속출하는 상황속에서도 정치권에서 '폐지'가 아닌 '대체입법' 논의가 부각되자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의 비판의 강도는 보다 높아졌다.
***정치권 대체입법 논의 비판 봇물**
30일 오후 국회 앞 국민연대가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임기란 전 민가협 대표는 "많은 시민, 활동가들이 한 달째 단식하며 목숨을 거는 투쟁을 하고 있는데, 김원기 국회의장은 따뜻한 방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냐"며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의장 직권상정을 결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전 대표는 여·야 지도부 사이에 급부상하고 있는 '대체입법' 움직임에 대해서도 "악법(현행 국가보안법)이 그대로 있었다면, (우리도) 꾸준히 투쟁을 하면 됐을 것"이라며 "제대로 하지도 못할 거면서 왜 폐지한다고 공언을 해서 수많은 생명을 위기에 몰아넣었는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며 "대체입법을 주장하는 것은 통일을 늦추고 가로막겠다는 발상"이라며 정치권의 대체입법 논의를 강하게 비난했다.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연합 사무총장도 "국가보안법의 진정한 대체입법은 '북한사랑법' 밖에 없다"며 "통일을 한다면서 북한을 찬양·고무하지 않을 수가 있나"라고 말했다.
또 국민연대는 기자회견문에서 "대체입법안은 분명한 야합이자, 보안법을 위장 존속시키려는 기도이며, 목숨을 건 단식단과 민주개혁을 열망하는 국민들을 배신하는 행위"라며 "보안법 폐지가 아닌 위장 존속을 기도하는 세력이 집권 여당 안에 있다는 점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연대는 이어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체입법안을 열린우리당이 채택한다면 그것은 아예 현행 법률을 그대로 두는 것보다 못한 야합"이라며 "목숨 건 단식농성단을 정녕 죽이려는 것이 아니면 국가보안법을 연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계남, "오늘 사태, 1백61석밖에 못 얻었기 때문"**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영화배우 명계남씨는 "1백61명의 의원이 발의한 보안법폐지법안이 일부 세력의 저항으로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되지 않고 있다"며 "해결방법은 결국 국회의장의 법안 직권상정밖에 없다"고 말했다.
명씨는 이어 "오늘의 이러한 사태는 개혁·진보세력이 1백61석밖에 못 얻었기 때문"이라며 "개혁·진보세력이 좀더 힘을 모아야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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