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국내 거주 외국인도 장애인 등록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장애인 등록 제도를 개선할 것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국내에선 보건복지가족부에 장애인으로 등록해야만 정부기관과 민간이 제공하는 장애인 복지 시책의 수혜를 얻을 수 있는데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 국적의 장애인은 장애인 등록이 불가능해 장애인 복지 혜택을 얻지 못하고 있다.
국가인권위는 "'사회적 취약 집단의 사회통합 증진'이라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복지 서비스의 목적을 볼 때, 장애인 복지 서비스는 국적에 따라 그 대상이 확정되기보다는 사회통합 차원에서 상시 거주지 중심으로 적용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는 "또 사회 복지 서비스는 장애로 인한 개인의 일상생활과 사회생활 곤란에 대응하는 기능적 특징 때문에 공공부조와 같은 급여적 성격과는 다르다"며 "거주하는 지역에서의 이용 가능 여부가 해당 장애인에게는 기초적인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는 "장애인 관련 복지서비스 이용의 기초 자격증명 요건인 장애인 등록 신청을 국적과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헌법이나 각종 장애인 관련 국제 기준, 그리고 최근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의 입법 취지에 부합된다"고 판단했다.
다른 나라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복지시책의 적용대상을 개별 사업마다 다르게 정한다. 이와 달리 한국은 장애인 등록제를 통해 사회복지서비스의 대상자 및 급여적 성격의 수급권 적격자를 우선적으로 정하기 때문에 장애인 등록이 안 되는 외국인은 민간에서 제공하는 영화, 공연 할인 등의 기초적인 장애인복지서비스조차 이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국내거소신고를 한 재외동포나 외국인 등록을 한 외국인으로 보행 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장애인 자동차 표지를 발급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공공부조의 부담과 관리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외국인에게 장애인 등록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외국인이 장애인등록을 하더라도 이것이 바로 공공부조 성격의 급여대상자가 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고 별도의 자격기준에 해당하는지를 심사받게 된다"며 "외국인의 장애인 등록 허용이 바로 공공부조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비판했다.
국가인권위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거나 절차적으로 과도한 행정력이 필요하지 않은 한 외국 국적 장애인에게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보건복지가족부장관에 대해 국내 거주 외국인들도 장애인 등록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장애인 등록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권고는 대만 국적의 왕모(여, 37) 씨가 지난해 10월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에게 한국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장애인등록 신청이 되지 않아 장애인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은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면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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