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인지상정이고 자식교육을 잘 시켜보겠다는 것은 동서고금 부모들의 공통된 소망이다. 자식 잘 키워보겠다고 맹자의 어머니는 세 번씩이나 이사를 다녔고 제임스 밀은 아들의 조기교육에 그렇게 열을 올렸으며 한석봉의 어머니는 밤에 불을 끄고 붓글씨 쓰는 자식과 함께 떡을 썰었던 것이다. 요즘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재벌 회장의 폭행사건도 발단은 '지극한 자식 사랑'이었다. 이참에 온 국민을 허탈하게 만든 이번 사건을 교육의 차원에서 접근해보자.
사건의 개요는 대학생인 재벌 회장 아들이 강남의 고급 술집에서 아침 7시에 다른 일행과 사소한 시비 끝에 폭행을 당해 눈 주위를 10여 바늘 꿰맬 정도로 다쳤다는 것이다. 상처를 입고 집에 돌아온 아들을 본 아버지가 격분해서 경호원들과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가해자를 색출한 뒤 청계산 공사장과 술집 등지에서 직접 폭행을 가하고 아들에게도 맞은 만큼 때려주라고 시켰다고 한다. 본인은 폭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나 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의 진술은 일치하고 있다는 것이 전말이다.
우선 상처를 입고 집에 돌아온 아들을 보고 아버지가 격분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다친 자식을 보고 화가 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정상적인 부모라면 치료가 끝나고 생명에는 지장 없음을 확인한 다음에는 학생이 그 시간에 술집, 그것도 고급 술집에는 왜 갔으며 싸움은 왜 했느냐고 꾸짖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런 다음에 사정이 억울하다고 판단되면 법적조치를 취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재벌 회장은 경호원과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해 사적보복을 가했다. 그것도 자기아들이 눈을 맞았다고 가해자에게도 눈 주위를 주로 때렸다고 한다.
그는 아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려 했던 것일까.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세상살이의 이치를 가르치려 했던 걸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함무라비법전의 정신을 가르치려 했던 걸까. 보도에 의하면 그는 아들이 남자답게 직접사과받기를 원해서 이런 소동을 벌였다고 한다. 과연 그 아들은 경호원과 폭력배가 둘러선 가운데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에게서 남자다움을 배웠을까. 재벌회장의 비교육적인 처사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건이 불거진 이후 그는 일관되게 폭행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기를 믿고 싶지만 만일 그가 폭행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는 아들에게 남자답지 않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건당일의 알리바이를 대보라는 질문에도 그는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비서와 경호원을 항상 대동하고 다닌다는 재벌회장이 자신의 한 달 반전 일정하나를 확인하지 못할까. 그런 아버지의 솔선수범교육은 벌써 효과를 보는 듯 그 아들도 현장에 같이 있었던 친구의 전화번호를 모른다고 시치미를 떼고 있고 심지어는 자신의 전화번호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아버지의 지극하다는 자식사랑은 실상 그리 지극하지도 교육적인 것 같지도 않다.
무려 300년 동안이나 만석의 재산을 유지하며 많은 선행과 사회공헌으로 칭송을 받는 경주 최부자 집안에는 육훈이라는 가훈이 전해 내려온다. 그 내용을 보면 첫째,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마라 둘째, 재산은 만석 이상을 모으지 마라 셋째,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넷째, 흉년기에는 재산을 늘리지 마라 다섯째,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여섯째, 며느리들은 시집온 후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 등이다. 권력을 멀리하고 일정규모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며,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말고 검소하게 살며 자선을 베풀라는 것이 존경받는 부자의 자식교육이다. 비뚤어진 자식사랑은 극진할수록 자식도 부모도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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