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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형 교수가 안내하는 매혹적인 중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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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성형 교수가 안내하는 매혹적인 중남미"

[현장] 인문학습원 '중남미 학교' 개강 풍경

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출판문화센터에서 <인문학습원>의 '중남미 학교'가 개강했다. 중남미 학교의 교장은 이성형 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한국에서 중남미 분야 최고의 권위자로 꼽히는 학자다.

이날 열린 첫 강의를 들어온 학생들은 이성형 교수의 경계를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과 재치 있는 입담에 두 시간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수업을 들었다. 중남미 지역이 아직은 한국인에게 다소 낯선 공간이지만 이 교수가 준비한 백여 장의 영상 자료와 생생한 현지 이야기를 통해 남미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대륙처럼 보이지만 섬이다"
▲ <인문학습원> 중남미 학교의 첫 강의를 하고 있는 이성형 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프레시안

'중남미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주제답게 중남미의 역사와 지리, 산업을 망라한 다양한 내용들이 쉬지 않고 이어졌다. 이성형 교수는 중남미는 국가라는 경계보다 아마존, 안데스 산맥 등 지리적 특징에 따른 구분이 더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중남미를 이해하려면 국가 지도뿐 아니라 지형 지도를 함께 챙겨봐야 한다.

그는 "다섯 개의 지형으로 나눠진 중남미는 하나의 대륙이기보다는 '섬들의 집합'이다"라며 "안데스 산맥과 아마존이 가로막고 있어 인프라와 물류를 합치는 중남미 통합은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동고서저 형의 중남미에서 해발고도에 따른 지대의 구분은 중남미인의 생활을 이해하는 데 매우 필수적이다"라며 "어느 지대에 사는지만 말해도 그 사람의 현재와 미래를 말할 수 있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총을 피해 달리는 흑인

이 교수는 "중남미에서는 '길에서 백인이 달려가고 있으면 운동하는 것이고 흑인이 달려가고 있으면 소매치기다'라는 말이 있다"며 "인종과 연관된 빈부격차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브라질 축구 선수의 대다수가 흑인인데 이들이 축구를 잘 하는 이유가 어린 시절부터 경찰을 피해 죽기 살기로 뛰어다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스개소리만은 아니다"라며 "실제로 남미엔 청원 경찰이 범죄자를 그 자리에서 쏘아 죽이는 사례도 부지기수다"라고 말했다.

흑인들은 식민 시기 이곳에 노예로 대거 유입되어 주로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에 동원됐다. "흑인이 없었다면 사탕도 사탕수수도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 교수는 "흑인을 포함해 중남미에는 가난한 층, 그리고 중간층과 극소수의 부유층이 존재한다"며 "이 구분을 쉽게 알 수 있는 게 멕시코시티의 패스트푸드점 지도이고 이곳이 정확히 중산층의 지역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사탕수수와 더불어 바나나, 커피 등이 많이 재배되지만 대부분의 남미인들은 더 없이 가난하다. 값싼 임금과 재료값이 제공될 뿐이고 대다수는 유통업자 몫이기 때문이다. 그는 "1kg의 커피가 80잔으로 팔릴 때 약 16만원 정도인데 정작 커피 농가에는 약 200원이 떨어진다"며 "6~8단계를 거치는 유통업자 주머니로 모든 수익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유통과정을 줄이는 '공정무역(fair trade)'운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아직 큰 실효성은 없다.

미국에 대거 유입되는 젊은 인력

이렇게 가난한 중남미인들이 미국으로 대거 유입하면서 미국 내 히스패닉계에 대한 견제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곳에서는 이중국적과 투표권이 인정돼 실제로 멕시코의 경우 멕시코에 1억 500만이, 그리고 미국 내 멕시코시티에 2500만이 살고 있다.

이성형 교수는 "최근 인구 노령화가 공통적으로 선진국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 중남미는 미국에 젊은 인구를 무한정 공급해 주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이유로 미국의 평균 나이는 유럽에 비해 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 내의 저임금 불법노동이 미국 경제를 받치고 있는 힘"이라며 "만약 히스패닉계가 미국에서 전부 빠져나간다면 호텔, 포도주산업, 건설업 등의 산업이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년 400명에 이르는 사람이 중남미에서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넘어가려다 사망한다며 이 교수는 "이 같은 일은 제 3세계 경계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강의를 들은 직장인 김선영 씨는 "5~6년 전에 건축 관련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며 "그런데 최근에는 사진이나 마케팅 등 실용적인 강의가 많아지고 인문학 강의가 점차 사라져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인문학습원>의 여러 강의 중에서 시간이 맞아서 이 강의를 골랐다"며 "앞으로도 이런 인문학 강의들을 계속 찾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남미에 대한 소개로 시작한 강의는 앞으로 다섯 번 더 진행되며 '신들이 숨쉬는 곳-테오티와칸, 아스텍, 마야'(9월 22일), '벽에 그린 역사 - 혁명벽화의 자취'(10월 6일), '멕시코, 탈영토화의 흔적들'(10월 20일), '쿠바혁명의 유산'(11월 3일), '설탕과 담배로 풀어보는 쿠바문화'(11월 17일)로 이어진다.

현재 전 강좌의 수강신청이 마감돼 추가로 신청하지 못하지만 추후 공석이 있는 강좌에 한해 개별 수강신청할 수 있다.
▲ 강의실을 꽉 채운 학생들이 이 교수의 강의와 영상 자료에 열중하고 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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