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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리먼 인수…'금융 핵폭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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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리먼 인수…'금융 핵폭탄' 되나

KB도 M&A 시동…은행들 '죽음의 레이스' 본격화?

최근 대기업들의 무리한 인수합병(M&A)로 시중에 '유동설 위기설'이 나도는 가운데 금융계에서도 'M&A 바람'이 불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먹지 않으면 먹힌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금융계에서 감도는 '2차 금융빅뱅' 기운은 금융공기업 민영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등 정부 정책이 사실상 단초를 마련해줬다. 이명박 정부 초기 금융산업 구조개편과 관련해 '산은 민영화 우선론'과 '메가뱅크론'이 다툼을 벌였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폭락, 경기침체와 물가.금리 상승으로 경영난에 봉착하는 기업들의 연체율 증가, 부동산 시장 위축에 따른 가계대출 부실 가능성 증가 등 M&A환경은 좋지 못하다.

때문에 지난 7월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국내 은행 간 인수합병과 관련해 공격적이거나 과도하게 경쟁적인 자세는 은행 경영환경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 만큼 당분간 자제하는 게 국가경제와 금융시장 전체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M&A 경쟁'에 대해 경고했다.

잠시 주춤하던 금융기관들의 M&A 경쟁이 최근 산업은행의 미국 투자은행(IB)인 리먼 브라더스 인수 움직임, 국민은행의 지주회사 전환 등을 계기로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검투사' 황영기, '2차 금융대전' 시동거나
▲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자 공격적 경영으로 이름이 높은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이 KB금융지주 회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하면서 금융계에선 '2차 금융대전' 조짐이 본격화되고 있다. ⓒ연합

국민은행은 4일 지주사 전환이 사실상 확정돼 예정했던 대로 오는 29일 KB금융지주로 공식 출범하게 된다. 국민은행은 국내 4대 은행 중 마지막으로 금융지주사 대열에 동참하면서 성장 전략으로 M&A를 제시하고 있다.

공격적 경영방식 때문에 '검투사'라는 별명이 붙은 황영기 초대회장은 지난 8월 주주총회에서 "은행, 비은행 가릴 것 없이 M&A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 대상인 산업은행, 기업은행, 우리금융지주, 장기적으로 우체국금융까지 M&A 대상으로 꼽았다.

우리금융그룹도 공격적인 M&A를 추진할 태세다. 이팔성 회장도 취임하면서 국내 은행 인수 의지를 밝혔다. 이를 통해 300조 원대의 자산을 500조 원까지 키워 글로벌 30위권에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하나금융지주도 '빅3'로 도약한다는 목표로 M&A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자금사정 등이 상대적으로 열세라 국민은행과 우리금융에 상대적으로 밀리지 않겠냐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마찬가지로 국민은행과 우리금융에 비해 열세인 신한금융은 최근 국내보다 해외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거대한 조직력과 자금력을 갖고 있는 농협,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몸집 불리기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는 미래에셋, 한국금융지주 등도 '2차 금융대전'의 주요한 플레이어가 될 전망이다.
다시 힘 받는 강만수의 '메가뱅크론'

이런 금융계의 'M&A 바람'에 정부 정책은 큰 영향을 미쳤다.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으로 산업은행, 기업은행, 우리은행 등이 시장에 대형 M&A '먹잇감'으로 던져질 예정이며, 또 내년부터 시행되는 자통법은 덩치를 키우지 않을 경우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 조성에 한몫을 하고 있다. 자통법이 시행되면 금융투자회사가 은행, 증권, 보험 업무 등을 한꺼번에 취급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산은 민영화'론에 밀린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메가뱅크론'이 최근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에 모두 MB 최측근 인사가 낙하산 인사로 내리 꽂혔기 때문이다. 황영기 KB 회장은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 경제특위에서 활동한 핵심 측근이며, 이팔성 우리금융회장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당시 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이팔성 회장과 황영기 회장 모두 '메가뱅크'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메가뱅크 전도사' 박병원 전 재경부 차관이 온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KB금융지주가 중심이 되는 메가뱅크가 추진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박해춘 이사장이 오면서 급락하고 있는 주식시장에서 '저가 매수'를 표방하며 주식을 대거 사들여 논란이 일고 있는 국민연금이 국민은행 주주다. 황영기 회장과 박해춘 이사장 모두 우리은행장 출신이다.

'검투사' 황영기의 쉽지 않은 '2차전'

황 회장은 노조의 인사 반대와 주가 하락 등 안팎의 악재를 딛고 지주회사로 전환에는 성공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미룬 주주들의 기대 때문에라도 황 회장은 적극적 M&A를 꾀할 필요가 있지만 지주회사 전환에 이미 4조 원 가량의 돈을 썼고, 조직 내부도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서 안팎의 환경이 모두 좋지 못하다.

황 회장은 특히 삼성생명(1997-1999년)과 우리금융(2004-2007년)에 재직할 당시 계열사 부당 지원과 금융실명제법 위반 등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여러차례 경고를 받았다. 또 황 회장의 공격적 경영은 우리은행에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7000억 원 가량의 투자 손실을 입혔다는 점에서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MB 최측근을 꼽히지만 황 회장이 금융위원장 등 공직으로 가지 못한 이유가 이런 흠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국민은행 노조와 시민단체들은 황 회장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황 회장에게는 추후 행보에 계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산은의 위험한 도박, 리먼 브라더스 인수

이런 가운데 산업은행이 미국계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산업은행의 리먼 인수를 놓고 금융계 안팎에서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프레시안

미국 4위 투자금융회사인 리먼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320억 달러에 달하는 모기지와 부동산 부실자산은 떠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확인된 부실만 이 정도이지 투자은행의 복잡한 구조상 드러나지 않은 부실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월가 뿐 아니라 영국의 홍콩상하이은행(HSBC), 일본의 미쯔비시 등 다른 선진국에서도 리먼을 인수하겠다는 주체가 섣불리 나서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민유성 새 산은 총재가 리먼 서울 사무소 출신으로 리먼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다는 점과 리먼을 인수를 통해 투자은행으로 탈바꿈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절호의 기회라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독자 인수가 힘들 경우 우리금융, 하나금융 등 다른 금융기관이나 군인공제회 등 연.기금과 공동으로 인수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리먼이 덩치도 만큼 부실규모도 클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이처럼 무리한 '도박'을 하려는 것을 놓고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산은이 1차로 50-60억 달러에 리먼의 25% 지분을 인수하는 것을 놓고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비용이 지나치게 비싼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브프라임 사태로 침체기에 빠진 월가에서 의욕에 비해 협상력은 턱없이 부족한 한국을 일종의 '봉'으로 여기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때 리먼 공동 인수설이 언급됐던 우리금융, 하나금융, 신한금융, 국민은행 등이 일제히 "리먼 지분 인수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완강히 부인하고 나선 것도 시장의 싸늘한 시선 때문이다.

'몸집 불리기'에 골몰하고 있는 국내 4대 금융기관조차 위험성 때문에 내치고 있는 리먼 공동인수를 덥썩 받아문 기관이 있다. 바로 군인공제회다. 조영호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지난 4일 "아직 산업은행으로부터 공동 인수 참여 제안을 받지는 않았지만 제안이 오면 받아들이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인공제회는 독자적인 자금력으로 어려울 만큼 교직원공제회나 지방행정공제회 등 다른 공제회들과 컨소시엄 구성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에 연기금까지 동원…배후세력 있나

국책은행인 산은 뿐 아니라 연기금들이 리먼 인수의 주체로 적극 나서는 모양새가 되자 이 '위험한 도박'의 배후가 정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움직이지 않고서 산은이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며, 연기금은 왜 갑자기 끼어들었겠냐는 의혹이다. 인터넷에서는 산은의 리먼 인수와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 금산분리 완화 등 금융규제 완화 등을 둘러싼 '괴담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산은의 리먼 인수 추진에 대한 금융계 안팎의 시선은 차갑다. 정용건 사무금융노련 위원장은 "글로벌 투자은행을 지향하는 산은이 '우리들이 실력을 키워서는 힘들다'는 판단 때문에 현실적으로 투자은행 인수를 통해 시기와 노력을 앞당기려고 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 시간을 갖고 바라보는 것은 몰라도 인수까지 감행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민 총재가 리먼과 씨티은행에 있어서 투자은행에 대해 잘 안다고 할 지라도 리먼의 리스크 실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또 국내 현실에서 지금 당장 투자은행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은행은 노하우를 가진 유능한 인적자원이 핵심인데 리먼을 인수한다고 해도 그 직원들이 과연 그대로 남아 있을까. 또 투자은행의 고임금 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 직원들이 다 떠난 리먼은 그야말로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금융계 인사는 산은의 리먼 인수 움직임에 대해 "민영화의 전제조건과도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을 선택하겠다는 것"이라며 "자기 밥그릇 지키기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만약 리먼을 인수했으나 그 부실이 예상보다 훨씬 큰 것으로 드러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엄청날 수 있다"며 "산은이 부실덩어리를 떠안을 경우 결국 이는 국민의 혈세로 메꿔야 하는데 이런 점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 섣불리 추진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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