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촛불 집회에 참가한 누리꾼을 상대로 전면전에 돌입했다. 방식은 조직 사건 수사를 방불케 한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4일 온라인 커뮤니티 '촛불자동차연합' 개설자 정모(34) 씨 등 회원 2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들이 지난 7월 19일 밤 열린 촛불 집회에서 차량을 타고 도심을 행진하는 촛불 집회 행렬의 뒤를 따른 것을 두고 일반 교통 방해 등의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이들이 촛불 집회에 참가해 무전기를 통해 연락을 주고 받고, 카페 게시판과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회원들을 동원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 외에 운전면허 취소 등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차량을 이용한 불법 시위에 대해서는 채증 자료를 분석해 가담한 운전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는 등 법질서 확립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경찰은 지난 2일 온라인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였던 배성용(28) 씨와 조모(47)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가져갔다. 배성용 씨는 청와대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며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촛불 정국 중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히 활동해 왔다. 경찰은 이들을 지난 2일 구속된 나모 씨와의 공모관계를 확인하고, 이들의 지시에 따라 시위에 참가한 누리꾼을 모두 형사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4일 <한겨레>에 따르면 경찰이 병원 구내에 있는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녹화 화면과 집회 채증 사진을 통해 집회 참가자를 찾고, '부산 원정 촛불집회를 간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뒤 감시에 시달리는 등의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 "불법 집회 주최자 수사가 잘못됐나?"
이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관계자는 4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대법원 판례는 불특정인이라도 일정한 장소에 모여서 공통된 의사를 외부에 표시하는 행위"라며 누리꾼들의 행위는 불법 집회를 주최한 혐의로 간주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법에는 집회를 하려면 신고를 하라고 나와 있다"며 "신고하지 않고 진행하고, 도로를 점거하고, 또 이런 집회를 한두 번 한 게 아닌 불법 행위를 수사하는 게 뭐가 잘못된 건지 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온라인 상에서 누리꾼들이 집회를 주최하는 방식을 수사하는 것은 처음 아니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렇다"라고 답한 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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