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 문화유산연대,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3일 오전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해체 작업 강행을 비난했다. 이들은 "서울시청사가 안전하지 않아 철거한다면 경복궁도 부수는 게 마땅하다"며 "서울시는 서울시청 본관을 원형 보존하라"고 요구했다.
D, E급 판정 때문에 '철거'?…"보강 공사하란 말"
서울시는 지난 2일 "1996년 보고서에도 안전 우려 지적돼"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내고 "서울시는 앞으로 본관(서울시청사 중 부분 철거된 곳)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 드리는데 있어 문화재 보존이라는 가치를 지키되,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사건 등 안전 불감증으로 발생한 인재(人災)가 반복되지 않도록 시민 안전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재청과 시민·사회단체의 권고에도 계속 해체 작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그러나 문화단체와 민노당·진보신당은 서울시가 안전성을 근거로 서울시청 본관을 해체하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서울시가 1996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구조 안전 진단 보고서를 근거로 콘크리트의 부식이 심해 안전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주장하지만, 이 보고서의 종합 결론을 무시한 어이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보고서는 서울 시청 본관에 대한 부분별 진단에 따른 종합 결론으로 '서울시청은 안전하다'고 했고, 부분별로 문제가 되는 것은 전면 철거 방식이 아니라 보수, 보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즉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청 본관이 정밀 안전 진단 결과 D, E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철거해야 한다고 하는 주장의 논거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논리대로 안전 진단 결과에 따라 서울시청사를 취급하더라도 D급 판정은 보강공사를 해야 하고, E급 판정이면 안전 조치 후 보강 공사를 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규정 어디에도 철거하란 말은 없다"고 설명했다.
2008년 서울시가 한 안전 진단, 문화재에는 적용되지 않아
또 이들은 "건축 문화재에 대해 현대적 건축을 위한 안전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울시의 주장대로라면 모든 건축 문화재는 폐기물감"이라며 "근대 건축물인 덕수궁 석조전, 한국은행, 명동성당, 정동교회, 나아가 경복궁, 창덕궁 등의 궁궐과 불국사 등의 불교건축 문화재도 모두 철거해야 되는가"라고 꼬집었다.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황평우 위원장은 "안전 진단은 문화재에 적용되지 않는다"며 "서울시가 최근 자체적으로 시행한 안전 진단이란 것은 아파트에나 적용되는 것이며, 문화재에는 안전 진단 등급 같은 게 존재하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황평우 위원장은 "문화재의 보수는 전문가가 하는 일"이라며 "건축물 구조 안전팀이 이를 도맡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서울시가 맡긴 업체는 2007년 12월에 생긴 업체로서 안전 진단은 사업주의 요구에 맞춰 등급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서울시가 C등급을 원하면 그에 맞춰 진단해 줄 것이니 더욱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비난했다. 그는 "안전 진단 논리는 서울시청의 논리"라며 "아예 언급할 가치도 없는 얘기"라고 못 박았다.
문화 앞세워 도시를 공사판으로 만들지 말라
이들은 "문화도시는 새롭고 화려한 건조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축적되어온 수많은 삶 속에서 역사·문화적인 맥락을 짚어내고 가치를 부여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하지만 이미 서울의 많은 역사, 문화적 현장들은 파괴됐다"며 "서울시청뿐 아니라, 동대문야구장, 구의 정수장 등 서울시민의 삶을 담아냈던 공간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서울시는 온통 공사판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모든 것이 서울 시장 재선이라는 정치적 야심을 위해 '문화 도시 서울'을 주장하는 오세훈 시장 때문"이라며 "도대체 언제까지 '문화 도시 서울'을 운운하며 그 이면에서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파괴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일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오 시장은 허물린 태평홀을 복원하고 잘못에 대해 공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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