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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신화'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신화전문가 유재원 교수의 <신화학교> 열려

"당신의 머릿 속에 신화가 들어있다면? 그렇다면 '권태'란 걸 느끼지 않을 겁니다. <오디세이아>를 읽고 자란 그리스인들은 어떤 역경을 당해도 헤쳐나가는 오디세우스의 모습을 닮아갔습니다"

유재원 교수는 이렇게 '신화'의 첫 고리를 풀었다. 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강남출판문화센터에서 열린 <인문학습원> 유재원 교수의 '신화학교' 첫 강의 '왜 다시 신화인가'에서다.

"'글'만 봐서는 허약하고 '길'만 가봐서는 아는 게 없다"고 말하는 그는 '글'과 '길' 모두를 섭렵한 신화 전문가다. 그는 우리 나라 최초로 그리스에서 유학한 현지파다. 2003년에는 국내 최초로 한국외국어대에 그리스어과를 만들어 그리스 전문가를 키워내고 있다. 그리스 외에도 터키, 러시아 등 신화와 관련된 각종 유적지는 모두 십수 번 이상씩 답사했다.

'이성에 대한 오만'은 파멸의 길로

유 교수는 신화가 개인의 삶뿐 아니라 인류의 삶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20세기에 왜 인류 역사상 유난히 전쟁이 많았는지 아십니까? 그건 신화가 배제됐기 때문입니다. 신화가 사라지고 과학은 설명하지 못할 때 사람들은 절대자에게 의존합니다. 자기 스스로는 낯선 세계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 때 나치와 사이버 종교, 쇼비니스트, 광기가 난무하는 시대가 오게 됩니다"

우리가 모르는 세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 초월의 세계를 설명해주는 게 바로 신화라는 설명이다. 유 교수는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와 실제 세계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지 못할 때 오이디푸스와 같은 비극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주의와 합리주의가 오만에 빠질 때 파멸의 길로 빠져든다는 경고다.
유재원 교수는 "20세기에 왜 인류 역사상 유난히 전쟁이 많았는지 아십니까? 그건 신화가 배제됐기 때문입니다"라며 이성주의와 합리주의가 오만에 빠질 때 파멸의 길로 빠져든다고 경고했다.프레시안

그는 개미의 예를 들었다.

"거의 2차원의 세계에 가깝게 사는 개미를 잠깐 공중으로 들어올렸다가 내려놓으면 어떨까요? 아마도 개미는 도대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을 겁니다"

그는 "어쩌면 3차원을 살아가는 우리 인간 세계를 결정하는 진짜 중요한 것은 4차원의 세계에 일일지 모른다"며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두루 아우르는 체계'인 신화가 그래서 필요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날 '왜 다시 신화인가?'라는 주제로 시작된 <신화학교>는 제2강 '트로이아 전쟁을 다룬 서사시들'(10월 7일) 제3강 '일리아스의 세계'(11월 4일) 그리고 제4강 '오디세이아의 세계'(12월 2일)로 이어질 예정이다. 개별 강의 신청도 가능하다(☞ 바로가기)
'적을 사랑한 여인들' 신화는 나라마다 다르다?

신화가 발휘하는 기능의 하나는 민족이나 국가를 신성시하는 것이다. 쉽게 잊혀질 수 있는 역사나 영웅도 '신화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영구히 기억되기도 한다.

유 교수는 이러한 신화가 각 국가별로 유사한 구조를 갖지만 그 민족의 특성이 반영돼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여러 신화에서 '적을 사랑한 여인들'의 모습은 다르게 나타난다.

그리스 신화의 여성은 사랑 앞에 매우 적극적이다. 메데이아는 자기 친동생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면서까지도' 가족을 버리고 적인 이아손에 대한 사랑을 지켰다. 아리아드네와 스킬라도 사랑 앞에서는 부모도 조국도 다 버리고 열정적으로 사랑에 몸을 던졌다.

반면 유대 신화에서는 강렬한 유대민족의 자부심이 사랑을 앞선다. '삼손과 데릴라'가 그 예다.

아일랜드나 스코틀랜드 지방의 켈트 신화에서는 '사랑을 통한 화해'가 중시된다. '로미오와 줄리엣' '트리스탄과 이졸데' 이야기에서 보듯 비록 결과는 비극적일지언정 연인은 애틋하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 여성들은 절충적이다. 낙랑공주는 호동왕자를 위해 자명고를 찢었지만 결국 사랑에 성공하지 못하고 아버지 최리에게 죽임을 당한다. 영화 '쉬리'의 이방희는 유중원의 저격에 실패하고 폭탄의 위치도 알려주었으나 결국 유중원의 총에 맞아 죽는 비련의 여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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