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과 민주당이 정권을 번갈아 잡게 됨에 따라 그들의 정책의 상이성은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념의 스펙트럼상 한미양국간의 집권 정당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불일치할 경우, 반드시 그랬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으나 한미간의 외교적 마찰과 갈등은 높아졌다. 그 결과 미국의 대한정책은 한반도의 평화상태와 긴장상황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왔다.
이런 점에서 2008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선거다.
그것도 미국의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한국의 보수당인 한나라당 출신의 이명박 대통령과 불편한 외교관계에 돌입할 것 같아 걱정스럽다. 북핵을 푸는 방식과 한미FTA를 보는 시각이 서로 다른 가치관에 입각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화당 출신의 호전적인 매파로 알려진 존 멕케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우리의 안보걱정이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멕케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한반도의 위기 상황은 전쟁상황에 버금갈 정도로 커질 수도 있고, 한미관계는 지금의 부시대통령의 집권시기 보다 훨씬 악화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든다.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적 리더십이 매우 유약하다는 점이다.
차기 미국 대통령이 어떤 정당의 어느 후보가 당선 되든지 이에 상관없이 한미관계를 능수능란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외교적 리더십을 이명박 대통령이 갖추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 의 문제인 것이다.
만일 외교적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외교력과 비전을 준비해 놓고 있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한반도는 불운한 상황을 맞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미국 대선과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적 리더십은 지금 대한민국 국가의 운명을 책임질 만큼 무거운 것이다.
대미외교와 대북외교의 미숙은 단순한 외교적 실수에 그치지 않고 국내정치를 불안정한 상황으로 몰아가며 반미감정을 내세운 반정부 투쟁을 야기한다. 그리고 이러한 반정부 투쟁은 사회적 혼란을 불러 일으키면서 경제환경을 어렵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외국 투자자들은 탈출을 시도하고 새로운 투자객들은 한국을 꺼리게 된다. 외교미숙으로 인한 정치 불안과 사회혼란을 촉발한 상태에서 경제를 살리겠다고 호언하는 것은 한마디로 국정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일 뿐이다.
이 대통령이 지금까지 보여준 미숙한 외교력은 미국 대선에서 멕케인과 오바마 중, 어느 정당의 어떤 후보가 미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한미관계가 별 어려움 없이 순탄하게 진행될 것이란 믿음을 주기에는 미흡하다.
그래서 미국 대선이후 한반도 상황에 더욱 큰 불안감을 갖게 된다.
한미관계가 어려워진다는 것은 북한을 보는 시각이 한미상호간에 조화롭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곧바로 한반도에 새로운 긴장과 위기의 파고를 몰고 올 것이란 점에서 큰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한국의 외교적 리더십이 유약한 상황하에서는 미국에서 어떤 대통령이 나오더라도 한미관계는 매우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또한 한국과 미국에서 서로 상이한 정치적 가치관을 갖고 있는 정당들이 집권을 했을 경우, 한미관계는 매우 불편했었다는 점을 한미관계사 속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민주당 헤리 투루먼 대통령과 한국의 보수 자유당 이승만 정권이 집권했을 때, 한반도에서는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당시 미국무장관 에치슨은 미국의 극동 방위선은 알류산 열도에서, 일본열도, 필리핀으로 이어진다고 발표하면서 한반도의 남반부와 대만을 미국의 방위전선에서 제외시켜 버렸다. 이것은 후에 한국전쟁의 발발 요인이 되었다는 해석이 있다.
그리고 미국의 민주당 지미 카터 대통령이 인권의 가치를 주창하면서 한국의 공화당 박정희 정권의 인권유린에 불만을 표출함과 동시에 이를 계기로 주한미군의 철수를 시사했던 점은 한국의 안보전선에 커다란 흠결로 남는다.
이와 유사한 역사적 사례는 멀리 가지 않아도 쉽게 발견된다.
그 하나는 한국의 보수당인 한나라당의 김영삼 전대통령과 미국의 진보당인 민주당의 클린턴 행정부와의 관계이며, 다른 하나는 한국의 진보당인 열린 우리당의 노무현 전대통령과 미국의 보수당인 부시 행정부때의 한미관계에 관한 역사적 사실이다.
한국과 미국에서 가치관과 스펙트럼이 상이한 정당이 집권을 했을 때, 북한 문제로 인하여 한미간의 마찰과 충돌 그리고 갈등의 폭은 전례 없이 컸었다.
심지어 한미동맹관계가 와해될 순간을 맞기도 했으며, 전쟁 발발이라는 일촉즉발의 은밀한 위기의 벼랑끝 상황을 맞기도 했다.
포용정책을 주장했던 미국 민주당의 빌 클린턴 행정부는 "핵을 가진 집단과는 대화할 수 없다"며 대북 강경정책을 표방한 한나라당 김영삼 정부와는 대북정책에서 부조화를 이뤘다. 그래서 항상 충돌했다. 북핵문제를 놓고 한미간의 불일치는 극에 달했었다.
그 결과 94년 당시 페리 미 국방부 장관은 펜타곤에서 "미국 공군이 매우 효과적이면서도 빠르게 북한의 영변 핵시설만을 공격하여 해체할 수 있다"는 긴급, 비상 대책(contingency plan)을 보고 받았고, 급기야 이 문제는 백악관에서까지 영변 핵시설을 군사공격으로 폭파시킬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를 논하게 되었다. 이 토론의 수준은 미국이 영변핵시설을 공격했을 때 한반도에서 새로운 전쟁이 발발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의 단계로까지 확대되었다.
백악관이 한반도의 전쟁 재발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을 때, 대한민국은 아무런 정황도 포착하지 못했다.
헝클어진 한미동맹의 현주소였다. 미국이 불편한 동맹국의 지도자에게 자국의 안보와 방위전략에 치명적인 정보를 알려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미간의 상이한 가치관과 인식의 불일치에 기반을 둔 두 정당이 집권당으로 존립했을 때, 한미 두 나라간의 외교적 노선 충돌은 이 만큼 커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동맹국의 현실을 무시한 채 일방적인 군사행동을 취할 단계에 까지 이르렀고, 그렇게 되었을 경우 한반도는 참혹한 전쟁의 순간을 맞을 수도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이명박 정부는 알아야 한다.
다른 한 가지는 미국의 보수당인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과 한국의 진보당인 열린우리당의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시, 한미간의 마찰과 충돌이 얼마나 컸었는가를 보면, 한미 두 나라에서 서로 다른 가치관에 입각한 정당출신들이 집권을 하여 서로 다른 현실 인식관을 가 질때 한미양국간의 외교관계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는가를 역사적 사례에서 이명박 정부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노무현 전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집권 기간 동안, 워싱턴 주재 씽크탱크의 한 연구원은 "미국은 한국과 이혼하라"고 외교적 이혼을 목청 높이 요구했을 정도였으며, 한미 지도자의 상이한 가치관의 충돌로 한미관계는 극단의 단계에 이르렀다.
그리고 대북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은 북한에 관한 어떤 기밀정보도 한국에 쉽게 넘겨 주어 공유하는 것을 꺼렸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미국의 그런 태도 변화에는 다름 아닌 한국정부에 대북 정보를 주면 이 정보가 곧장 북측에 전달되어 북한이 미국의 핵전략을 모두 알아버리기 때문이었다는 말들까지 나돌았다.
미국의 진보당인 민주당의 클린턴 행정부와 한국의 보수당인 민자당의 김영삼 정부 때나 한국의 진보당인 열린우리당의 노무현 정부와 미국의 보수당인 공화당의 부시 행정부 때 모두 한미동맹관계가 흔들려 양국간의 소통이 부재했었음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차기 미대선에서 민주당의 오바마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길 바라는 대한민국 국민이 있다면 그의 당선을 즐거워하고 바라는 것은 그의 자유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진보당인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과 한국의 보수당인 한나라당 출신 대통령간의 서로 다른 가치관과 대북인식관으로 인하여 김영삼 전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대통령하의 한미관계를 또다시 반복하지 않고 피할 수 있는 방안이 어디에 있는가를 먼저 연구하고 찾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동맹국인 미국이 전쟁논의를 하는 것을 막거나 피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고 미국의 보수당인 공화당의 멕케인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길 바라는 우리 국민이 있다면, 그것 또한 판단의 자유에 맡길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부시대통령 보다 더욱 강력한 대북정책을 펼칠 것이 뻔해 보이는 존 멕케인의 대북 강풍정책이 펼쳐진다면, 대한민국은 어떤 정책과 전략으로 한반도의 위기와 긴장을 막아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대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
미국 공화당 출신의 닉슨 대통령이 발표한 닉슨 독트린은 주한 보병사단 2만 명을 철수할 계획임을 밝혀 같은 공화당 출신인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으로 하여금 핵무기 제조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고, 박정희-닉슨의 불편한 관계는 최악의 한미관계사로 기록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주변 4대 강대국들에 둘러 싸여 있는 대한민국은 한마디로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전장과 시장, 지옥과 천당, 전쟁과 평화, 식민과 해방, 안정과 불안정의 양극단을 청룡열차처럼 왔다 갔다 했었다. 한국전쟁이후 이승만부터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 까지 그랬었다. 한미 상호간의 이질적인 정치적 신념에 입각한 정당들이 동시기에 집권을 했을 경우, 서로 다른 가치관에 따라 한미양국은 불편한 시기를 보내야 했고, 동질적인 정치적 신념에 입각한 정당들이 같은 시기에 집권을 했을때도 한미양국관계에 시련은 있었다. 문제는 동맹국을 바라보는 우리 지도자들의 외교적 리더십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시작과 더불어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고통을 겪게 된 것도 대미외교력 미숙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 6개월만에 겪은 일이었다. 그러나 아직 4년 6개월이 남았다. 지금 우리나라가 미국의 대선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외교에 경험이 없는 이 대통령이 그리고 그의 외교담당 참모진들이 지금 미국 대선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만일 차기 미국의 대통령으로 베트남전의 실전경험을 갖고 있는 공화당의 존 멕케인 후보가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차별성을 부르짖으며 북한을 선제공격하겠다고 포문을 연다면, 이명박 정부는 어떤 외교적 리더십을 갖고 대응할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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