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KTX 승무원의 '40m 고공농성' 6일째인 1일 코레일(사장 강경호)은 "승무원들의 모순적이고 잘못된 투쟁으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법과 원칙이 무너진다면 이후 모든 고용 질서의 근간이 무너질 것"이라며 "법적 효력을 갖는 사법부의 결정 없이는 '직접 고용'은 안 된다"고 밝혔다.
2년 넘게 끌고 있는 KTX 승무원 문제와 관련해 노동부가 두 차례의 조사 결과 적법 도급이라는 판정을 내렸던 점을 '법과 원칙'의 근거로 들었다. (☞관련 기사 : "더 이상 갈 곳이 없다"…KTX·새마을호 승무원, 고공시위)
코레일은 이어 "아무리 승무원이 2년 여의 투쟁 기간을 강조하고, 철탑 고공 농성 등 효과를 높이기 위한 투쟁 방법을 동원하고, 감성적 구호를 내세운다고 해도 그들의 요구가 우리 사회의 법과 원칙의 범위를 넘어서는 한 이 문제 해결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코레일은 "일자리 제공 및 고용 안정 차원의 계열사 정규직만이 현재의 유일하고도 합리적인 해결책"이라며 "이런 인도적 노력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직접 고용해야 할 법적 의무도, 방도도 없다"
코레일은 이날 보도 자료를 통해 "승무원을 직접 고용해야 할 어떤 법적 의무도, 방도도 없다"고 밝혔다. "승무원 스스로 두 차례에 걸쳐 노동부에 진정했지만 모두 적법 도급 결정이 내려졌고 이외에 지금까지 어떤 법적인 효력을 갖는 판결도 없었다"는 것이다.
코레일은 승무원들에게 "지금이라도 노사 공동으로 사법적 판단을 구하자는 제안을 수용하든지 아니면 직접 고용 주장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논란은 존재한다. 비록 KTX 승무원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 대한 결론은 아니었지만,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이 다른 건과 관련된 판결에서 "철도공사가 KTX여승무원의 사용자"라고 판결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파업 20개월 KTX승무원, 법원 "철도공사가 이미 사용자")
고등법원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나왔다. 지난 4월 서울고등법원은 "철도공사는 위장 도급 형식으로 근로자를 사용하기 위해 유관단체인 홍익회나 자회사인 철도유통이라는 법인격을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며 "실질적으로는 철도공사가 승무원들을 직접 채용한 것과 마찬가지로서 근로 계약 관계가 존재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다만 이들 판결이 승무원들의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가리는 재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코레일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정규직 철폐' 주장한 것부터 잘못이었다"
코레일은 또 "(승무원들이)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한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코레일은 "'비정규직 철폐'를 핵심 주장으로 내세우면서 '코레일의 직접 고용'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 파업 800일 "아직도 옷장 안엔 KTX 승무원 유니폼이…")
코레일은 "법적 근거를 분명히 하거나 자신들의 투쟁 목표가 정치적 투쟁인지 생계형 투쟁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승무원들이 무기한 고공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코레일이 승무원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KTX 승무원 문제가 노사 합의를 통해 해결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코레일은 코레일투어서비스에서 진행하는 '열차 까페' 사업에 승무원들의 고용을 알선해주는 방안을 가이드라인으로 내놓고 있지만, 승무원은 지난해 말 잠정 합의까지 갔었던 '역무 계약직'을 최소한의 합의 수준으로 얘기하고 있다.
한편, 최근 파업 900일을 넘긴 KTX 승무원 등 5명은 지난달 27일 서울역 뒤편 40m 조명철탑에 올라 고공 농성을 시작했다. 조명철탑 꼭대기에는 장희선 새마을호 승무원 대표 등 남자 2명이, 그보다 10m 아래엔 오미선 KTX열차승무지부장 등 여자 3명이 농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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