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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충남지사가 '양면전' 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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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충남지사가 '양면전' 펴는 이유

[김종배의 it] 요동치는 '충청 민심'에 '한나라 간판' 부담

이완구 충남지사는 또 왜 그럴까? 김문수 경기지사가 정부와 각을 세우는 이유는 이미 짚은 바 있으니까 논외로 하자("'김문수 '도발' 속내? '손학규'를 보라" 참조). 이완구 충남지사는 왜 나서는 걸까?

김문수 경기지사가 정부의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 규제완화' 조치에 포문을 연 지 열흘 쯤 뒤에 이완구 지사도 공격을 개시했다. 지난 5일 충남을 찾은 한나라당 지도부 앞에서 '충청홀대론'을 격하게 폈고 박순자 최고위원과는 하이톤으로 설전을 주고받기까지 했다.

그러더니 이번엔 김문수 경기지사를 향해 거침없는 언사를 쏟아내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한 김문수 경기지사에게 '지도자의 덕목'을 거론하며 "실망했다"고 쏘아붙였고, 정부정책을 따르라고 충고했다.

일각에서는 이완구 지사의 이런 행보를 '꿈'과 연결 짓는다. 김종필 씨가 정계를 은퇴한 후 무주공산이 된 충청의 맹주가 되려는 '꿈'을 안고 '충청인 대변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럴 듯하다. 이완구 지사가 박순자 최고위원과 설전을 벌인 직후 지역 민심이 "속이 다 후련하다" "이런 강한 분이 대권 도전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대전일보>가 전한 걸 보면 상당히 근거 있는 분석 같다.
▲ 이완구 충남지사 ⓒ충남도청

하지만 아니다. 그렇게 단정하기엔 충청 지역의 사정이 간단치 않다.

정우택 충북지사가 7월 21일에, 박성효 대전시장이 지난 13일에 자유선진당을 찾았다. 지난 12일에는 대전·충남·충북 3개 광역단체가 자유선진당과 정책협의회를 열기도 했다. 한나라당 소속의 충청권 광역단체장 3명이 자유선진당을 찾아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이유가 있다. 자유선진당이 4.19총선에서 충청(특히 대전·충남)지역을 휩쓸다시피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충청 장악력을 더 확장하고 있다. 자유선진당이 '충청당'으로, 이회창 총재가 '충청 맹주'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 때문에 한나라당 안에서는 2010년 지방선거 때 충청지역 지자체장이 대거 자유선진당으로 '투항'할지 모른다는 괴담이 돌고 있다. 8월 5일 한나라당 지도부가 충남을 찾은 연유도 여기에 있다.

이완구 지사가 이런 현상을 읽지 못할 리 없다. 그가 '충청홀대론'을 펴는 이유는 위기감의 발로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호연지기'로 볼 게 아니다. 오히려 '궁여지책'으로 보는 게 맞다. 한나라당 안팎에서 돈다는 '충청 괴담'에 따르면 이완구 지사는 '충청 맹주'는 고사하고 지사직 연임조차 장담할 수 없다. 그의 말대로 정부여당이 충청을 홀대하는 한, 그리고 그가 한나라당 간판을 유지하는 한 그렇다.

방법은 달리 없다. 신한국당에서 자민련으로, 다시 자민련에서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긴 그다. 또 한번 당적을 옮기는 건 멋쩍다. 정면돌파를 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오히려 그게 부가가치를 키울지 모른다. 당적을 다시 옮기면 편안한 안식처는 보장받을지 모르지만 정치적 디딤돌은 얻을 수 없다. 그냥 고만고만한 정치인으로, 충남지사로 연명하는 게 전부일지 모른다.

하지만 한나라당 소속으로 자유선진당의 방벽을 타고 넘을 수만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건 예선전에서 금메달 후보를 누른 것과 같다. 그 뒤에는 탄탄대로가 열린다.

관건은 자유선진당의 벽을 넘을 수 있는 비책이다. 어지간한 힘으로는 자유선진당의 충청 조직을 누를 수 없고, 웬만한 기상으로는 이회창 총재의 위상을 넘을 수 없다. 비전절기를 확보하는 건 절박하고도 필수적이다.

그래서 감행한다. 실리전과 여론전의 양동작전을 편다.

정부여당 앞에서 '충청홀대론'을 폄으로써 실리를 최대한 끌어내려 한다. '충청 몫'을 최대한으로 키워 충남도청 쇼윈도에 전시하려 한다. '충청 발전'의 상징이 돼 버린 행복도시에 '딴죽'을 거는 김문수 경기지사에게 '맞장'을 뜸으로써 이미지를 제고하려 한다. 지역 민심을 누구보다 앞장서 헤아리고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이완구 지사는 지금 '공세적 방어전'을 펴고 있는 것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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