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수사본부가 27일 발표한 북한의 직파 여간첩 사건을 계기로 보수진영의 '안보 공세'가 전면화 되는 분위기다.
군 관계자들과의 접촉, 한·중·일을 오가는 간첩 행각, 대북 정보요원 살해용 '독침' 소지 등 '드라마' 같은 줄거리에 '미모의 30대', '군 장교와의 애정 행각' 등 자극적 소재가 소상히 공개되면서 언론은 '한국판 마타하리 사건', '성로비 여간첩 사건' 등으로 제목을 뽑아내고 있다.
이 같은 언론 보도에 힘입어 보수진영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간첩이 잡혔다'는 틀짓기로 이 사건을 포괄적으로 규정하려는 눈치다. 경제의 '잃어버린 10년'이 안보의 '잃어버린 10년'으로 쉽게 연결된다. 모두 '좌파정부 10년' 비판으로 통한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며칠 전부터 '드디어 10년 만에 간첩이 잡혔다더라'라는 말을 들었는데 전모가 밝혀진 셈"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판 마타하리라고 하네', '김현희보다는 못하지만 신아무개보다는 인물이 빼어나 미인계로 군정보를 빼냈다네' 며칠 전부터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 의원은 "우스개 소리로 '요즘 한국사회에서는 나 간첩이라고 명함에 써갖고 다녀도 된다'는 말까지 나돌았을 정도로 우리 안보와 보안 상황이 무방비상태였다"며 "여간첩이 하는 수상한 강연을 우리 군인이 들었다니 참 상상만 해도 기가 찰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자유선진당 이명수 대변인도 "지난 10년 간의 김대중, 노무현 정권동안 처음 적발된 간첩사건"이라며 "그간 국내에 간첩이 활동해 왔었다는 증거로서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여전히 시대착오적인 대남전략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백일하에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금도 어디에선가 암약하고 있을 위장간첩들에 대한 색출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에 대한 보수진영의 '구멍 뚫린 안보 10년' 주장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공안 사건과도 맥이 닿는다.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은 국보법 혐의로 긴급 체포된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사건과 관련해 "좌파정부 10년 동안의 보호 속에서 경계를 넘어서 기업을 국유화하고 소비에트를 목표로 하는 조직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공안당국 관계자들이 밝힌 '10년 만에 처음 적발된 간첩사건'이라는 단정은 사실과 다르다.
지난 2006년 9월 북한 당국이 공작원을 곧바로 남한으로 침투시킨 '직파간첩' 정경학 씨가 구속 기소돼 그해 12월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10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또한 2006년 발표된 '98년 이후 연도별 간첩 검거실적'에 따르면 국정원은 98년부터 2005년 7월까지 ▲고정간첩 9명 ▲우회침투간첩 24명 등 총 33명의 간첩을 검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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