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국제영화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영화제다. 연초에 열리는 독일 베를린 국제영화제와 5월에 개최되는 칸국제영화제가 최근 들어 점점 더 상업화되고 있는 가운데 베니스국제영화제는 나름대로 예술영화와 독립영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아시아 영화에 대한 애정도 매우 많아서, 1950년 구로자와 아키라의 <라쇼몽>을 비롯해 97년 기타노 다케시의 <하나비> ,2005년과 2007년 이안의 <브로크백 마운튼>과 <색,계>에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여했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어 <씨받이>의 임권택과 강수연 , <오아시스>의 이창동과 문소리, <빈집>의 김기덕 감독을 유럽 및 세계 영화계에 소개한 영화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들어 토론토국제영화제의 맹추격을 받으면서 베니스국제영화제가 예전같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국제적인 경기침체의 여파로 각국 영화사들이 예술성이 강한 인디영화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관련조직을 축소하고 있는 것도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 등 비유럽권 영화사들이 비용절감과 마케팅효과를 이유로 베니스보다는 차라리 토론토행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버라이어티는 최근 기사에서 "할리우드가 영화제 (참가)비용을 따지고 있다"면서, 경기침체로 돈줄의 죄고있는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유럽 영화제 참가를 점점 더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번 애프터 리딩(Burn After Reading) | |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이 지난해 베니스 개막작이었던 <어톤먼트> . 배급사인 파라마운트측은 이 영화의 개막행사만을 위해 100만달러를 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평론가들의 호평에 제작 및 배급사는 이 영화의 '대박'을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에 못미쳤다는 분석이다. 베를린, 칸, 베니스 등 3대 영화제에서 떠들썩한 관심을 모으는 것이 반드시 흥행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란 이야기이다. 특히 미국 영화관계자들은 칸에 비해 베니스가 호텔 가격 등 비용이 더들어가는데 비해 편의시설이나 마케팅 조건이 더 좋은 것도 아니란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 프랑스 파테 영화사가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신작 <더치스>를 베니스 대신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첫선보이기로 한데에는 바로 이런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미국 등 전세계에서 흥행에 성공한 <주노> 경우는 3대 국제영화제 대신 로테르담 영화제, 스톡흘름 영화제, 테살로니키영화제 등 유럽의 중소규모 영화제들을 집중 공략해 비용대비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영화로 꼽힌다. 버라이어티는 영화 관계자들이 베를린, 칸, 베니스의 부름을 받아 무조건 감격을 나타내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으며, 이제는 계산기를 두드려 영화제 참가의 비용대비 효과를 냉정하게 따지는 시대가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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