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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눈으로 본 '부끄러운 한국,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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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눈으로 본 '부끄러운 한국, 한국인'

[화제의 신간] 세계인권일 맞아 인권위가 펴낸 5편의 동화

외국인 이주노동자가 유입된지 10여년이 흘렀다. 대부분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에서 일자리를 찾아 우리가 기피하는 어렵고 고된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60-70년대 우리가 독일, 미국 등지로 돈 벌러간 것과 다를 바 없지만, 여전히 이들을 보는 우리의 시각은 차갑고 낯설다. 때로는 이들을 노골적으로 착취하기도 하고, 이용하기도 한다.

10일 세계인권선언일을 맞아 이같은 우리의 자기모순을 되돌아보게 하는 뜻깊은 책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의 기획으로 만들어진 5편의 이야기를 담은 <블루시아의 가위바위보>(창비. 2004)가 그것으로, 이 동화책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땅에서 받고 있는 차별과 폭력을 ‘아이’의 시선으로 담아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세계인권선언일 맞이 인권동화집 나와**

1편 <반두비>(김중미 작)는 초등학교 3학년 동갑내기인 ‘민영’과 ‘디이나’의 얘기다. ‘민영’은 공사판을 전전하며 세 달에 한 번 집에 오는 ‘아빠’와 동생 민철, 할머니와 산다. 신용불량자이기도 한 아빠는 관광비자로 일본에 일하러 간다. ‘디이나’는 방글라데시에서 8살 때 한국에 왔다. ‘디이나’의 아빠는 제때 치료 받지 못해 손가락 한마디가 잘렸다. 피부색만 다를 뿐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었다는 점은 ‘민영’과 ‘디이나’는 크게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 둘은 ‘말다툼을 하고 나면 오히려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사이가 됐다.

어느 날 ‘디이나’는 선생님에게 방글라데시에 대해 친구들에게 이야기 해 줄 것을 요청받는다. ‘디이나’에 대한 같은 반 친구들의 ‘무시’와 ‘놀림’이 ‘디이나’에 대한 이해부족이라고 생각한 선생님의 배려다. ‘디이나’는 선생님의 요구를 받고 난감해 하지만 ‘민영’의 격려로 이내 자리에 선다. ‘디이나’는 “방글라데시가 가난하지만 한국처럼 학교도 있고, 버스, 텔레비전, 승용차, 극장도 있다”며 “한국 친구들이 마치 방글라데시에는 그런 것들이 없지라고 놀릴 때 가장 섭섭했다”고 털어놓는다.

‘반 두비’는 방글라데시 말로 ‘참말 좋은 친구’란 의미다. <반 두비>는 국적, 피부색, 습관, 종교의 차이가 주위의 관심과 배려 속에 충분히 이해되고 융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는 ‘깜둥이’,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면박을 주는 아이들도 ‘디이나’가 ‘봉숭아물’ 들이는 것을 좋아하고, ‘감자부치개’를 먹는 것도 좋아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알고 나서는 디이나의 ‘반 두비’가 된다.

1편 <반 두비>는 어떤 의미에서 ‘해피엔딩’이다. 갈등은 보기좋게 화해와 이해로 마무리된다. 반면 2편 <아주특별한하루>(박관희 작), 3편 <혼자먹는 밥>(박상률 작) 등은 ‘보기좋은’ 마무리를 선택하지 않았다. 기승전결 구성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절정부분에서 ‘툭’ 끊어지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한국생활, 아이의 시선으로 드러내**

<아주 특별한 하루>는 몽골에서 온 ‘빌궁’ 가족과 ‘바왠’아저씨 이야기다. ‘빌궁’가족은 매달 셋째 일요일은 외국인노동자 쉼터에 가서 반가운 사람들을 만난다. 이날이 ‘빌궁’에게는 ‘특별한 날’이다. ‘특별한 날’이 ‘아주 특별한 하루’가 된 것은 친 할아버지 같은 바왠 아저씨가 쉼터에 보이지 않은 날이다. ‘빌궁’ 가족은 바웬아저씨 집을 찾아갔고, ‘술 냄새만 맡아도’ 취하는 바왠 아저씨는 굴러다니는 술병들과 함께 취해 자고 있다. 믿었던 사장에게 모은 돈을 빌려주고 떼이는 바람에 절망한 탓이다.

사장을 찾아 따지러 간 빌궁 아빠에게 공장 사장은 “난 할 만큼 했어. 남들처럼 자네들 여권을 뺏기를 했어? 월급을 떼먹기를 했어? 난 외국인 노동자 쉼터 사람들도 인정해 준 양심적인 사람이야”라고 도리어 큰 소리다. 빌궁 아빠는 “사장님은 우리에게 커다란 은혜를 베푼 것처럼 늘 말씀하시는데, 잘못된 생각입니다”라고 대걸이를 했지만, 돌아온 말은 “내가 거둬 주지 않았으면 네 깟게 어디서 밥을 빌어먹었을려구...”라는 독설이다.

<혼자 먹는 밥>은 ‘김치찌개가 입에 맞는’ 베트남에서 온 ‘티안’ 이야기다. ‘티안’은 한국말도 금방 배웠고, 축구도 잘한다. ‘티안’은 한국이 ‘맘에 든다’고 한다. 그래도 불만은 있다. 친구들은 축구를 할 때만 ‘티안’이라고 부르지만, 축구가 끝나면 ‘튀김’이라고 부른다. ‘티안’은 자신이 가난한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친구들이 무시하는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티안’이 제일 듣기 싫은 말은 ‘불법’이다. 친구들은 싸우거나 화가 나면 “불법은 너네 나라나 가라”고 자주 말한다. ‘티안’ 부모는 정말 ‘불법’이다. 한국에 온지 4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단속에 하루하루 불안하던 ‘티안’ 가족은 어느날 ‘덩치 큰 아저씨들’에게 잡히고 만다. ‘티안’은 이제 혼자 밥을 먹게 된다.

이밖에 <마, 마미, 엄마>(안미란 작), <블루시아의 가위바위보>(이상락 작) 두편이 더 있다. 5편의 짧은 이야기는 이주노동자 가족들이 현실에서 흔히 겪는 일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놓았다. 산업재해, 임금체불, 불법단속 등 무거운 이들 단어는 짧은 이야기 속에 버무려져 있다. 이야기들은 나름의 ‘현실’과 ‘진실’을 담았고, 이를 읽은 아이들이 ‘현실’과 ‘진실’을 알기 바라는 작가들의 노력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추천사를 쓴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의 말처럼 이 책은 “잘못된 현실에 대한 경종이며 인간 본성의 항변”이다. 홍 위원은 “꽃들은 다른 꽃들의 아름다움을 시샘하지 않으며 자기 아름다움을 드러낼 뿐”이라는 비유로 서로 다른 고향, 서로 다른 문화, 서로 다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간의 존중과 공존의 중요성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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