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통일평화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문정현 신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난해 1월 대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이 내려진 소위 '인혁당 사건(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 이후 유가족이 국가로부터 받은 배상금 중 일부를 출연해 올해 설립한 이 재단은 지난 21일 뜻깊은 기부금 전달식을 열었다. 바로 일본 우토로 마을 매입 비용으로 5000만 원을 기부한 것.
이날 오후 서울 정동 세실 레스토랑에서 열린 전달식에는 문정현 신부를 비롯해 인혁당 사건 유가족들, 우토로 주민회·대책회의 관계자, 아름다운 재단 윤정숙 상임이사 등이 참석했다.
인혁당 사건 희생자나 우토로 주민 모두 억울함 당한 사람
우토로 마을은 일제 강점기 비행장 건설을 위해 강제 동원됐던 조선인들이 모여 살던 마을로서 현재 그곳에는 200여 명의 후손이 살고 있다. 이 마을은 한국과 일본의 무관심 속에서 1980년대가 되어서야 상·하수도가 놓이는 등 열악한 환경의 주거지였지만, 이마저도 토지 소유주인 '서일본식산'의 개발 계획으로 마을 주민들은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었다.
이 같은 사정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지난 2005년부터 전국에서 모금 운동이 일어났고, 지난 해 국회에서 30억 원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토지 매입 비용이 마련되어 갔다. 그러나 50억 원가량의 매입 비용은 아직 다 마련되지 못했다. (☞관련 기사 : 우토로 토지매입, 5억 원만 더 모으면…)
이날 전달식에서 문정현 신부는 "지난해 인혁당 사건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재판해 보상을 받았지만, 정작 가족들은 없는데 (이런 보상이)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라며 소회를 밝혔다. 문 신부는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된 이들은) 억울하게 떠나신 분들"이라며 "이들처럼 억울함을 당하는 분들이 다시는 없도록 이렇게 돈을 전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가족 대표 김영교 씨도 "남편이 살아있었다면 동참했을 것"이라며 "남편과 함께 하고 싶은 일이 외면 받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었고, 그런 이유로 이번 기부에도 동참하게 됐다"고 밝혔다.
"우토로, 아무도 구해줄 수 없는 땅에서 희망의 땅으로"
우토로 주민회 김교일 회장은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에게 보내는 감사문'을 통해 "그동안 아무도 몰라주는 땅, 아무도 구해줄 수 없는 땅, 역사에 기억조차 안 될 땅, 그것이 우토로였다"며 "그러나 지금 우토로에는 희망과 꿈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토로를 지키도록 귀중한 성금을 보내주신 15만 명을 넘는 수많은 국민 여러분, 국회의원 여러분, 누리꾼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며 "조국이 있는 한 우리에게는 무서운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우토로 국제대책회의 배덕호 사무국장은 "한국의 관심으로 인해 일본 정부도 움직였다"며 "일본 국토 교통성이 3자 협의체를 구성해 올해 초 최초로 마을 실태조사를 벌이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우토로 매입, 갈 길 더 남아…약 7억 원 더 필요
한편, 이런 십시일반의 모금 운동에도 아직 우토로 땅을 사들이기 위해서는 가야할 길이 더 남아 있다.
배덕호 국장은 "오늘 기부금을 포함해 지난 3년 동안 한·일 두 나라 국민의 모금과 한국 정부의 지원을 합쳐 매입금 5억 엔(약 50억 원)을 거의 다 채우긴 했지만, 아직 약 7억 원을 더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환율이 100엔에 955원이기 때문에 2007년 잔여금으로 집계된 금액보다 액수가 더 늘어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아름다운재단은 지난 15일부터 오는 9월 15일까지 한 달간을 '우토로 마을 살리기 마지막 희망 모금 2차 캠페인' 기간으로 정했다. 이 기간에 '우토로 마을에 문패 달기' 모금 이벤트 등 온·오프 모금 행사를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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