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정부의 8.21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발표됐다. 이번 대책에는 조합원 지위 양도 확대 및 층수 완화 등의 재건축 규제완화, 분양가 상한제 개선, 신도시 2곳 추가 건설, 수도권 전매제한 완화, 건설업체들에 대한 종부세 완화, 2주택자 양도세 완화, 미분양주택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비수도권 지역 매입 임대주택 사업 세제지원 등의 다양한 내용이 포함됐다.
그런데 상이해 보이는 이 대책들을 관통하는 것이 코드가 있으니 투기심리 조장 및 불로소득 보장이 바로 그것이다.
MB식 시장경제는 기업 책임을 정부가 떠맡는 것?
이번 대책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건설업체들에 대한 종부세 부담을 완화했다는 점이다. 비록 주택분 종부세에 대해서는 비등하는 여론 때문에 손을 대지 못했지만 말이다.
건설업체에 대한 종부세 완화 내용을 살펴보면, 주택신축판매업자(시행사)가 건축해 소유한 미분양주택에 대해 종부세 비과세 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시공사가 주택신축판매업자로부터 대물변제로 받은 미분양주택에 대해서도 5년간 종부세를 비과세하며, 주택건설사업자(시공사)가 주택건설 목적으로 취득해 보유하는 토지에 대해서도 종부세를 비과세하기로 했다.
정부는 미분양 등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건설업계의 입장을 반영해 종부세를 완화시킨 것 같은데 이는 그릇된 판단이다. 개별 기업이 자의에 의해 계획하고 생산한 상품이 일시적으로 팔리지 않는다고 해서 이에 대해 정부가 세제 상의 혜택을 주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이익을 얻고자 하는 자가 손실도 부담할 의사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자기책임의 원칙에 어긋난다.
시장경제에 위반되는 정부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이번에 주공과 대한주택보증 등이 보유하고 있는 3조 원대 여유자금을 이용해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를 현행 공공매입가격 수준(최초 분양가의 70~75% 수준)에서 공공부문이 매입하되, 준공 이후 사업시행자가 원할 경우에는 당초 공공매입가격에 공공의 자금조달비용(수수료 수준의 일정수익 포함)이 보장되는 수준의 가격으로 환매받을 수 있는 방안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또한 자기책임의 원리에 위반되는 정책이다.
지방의 미분양이 심각한 상황임에는 틀림 없지만, 이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은 수요 예측을 잘못한 데다가 고분양가를 고집한 건설업체들에 있다. 시장경제원리에 따르면 미분양 사태를 맞은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낮춰 현금을 확보하고 그래도 분양이 되지 않는 물량에 대해서는 시쳇말로 땡처리를 하는 게 맞다. 물론 그런 와중에 도산하는 기업들도 있을 것이다. 비정하게 들리겠지만 그런 것이 바로 시장경제다. 놀라운 것은 시장경제를 입에 달고 사는 MB와 한나라당이 개별 기업의 잘못을 정부가 대신 책임지겠다고 나섰다는 점이다. 아마 MB와 한나라당이 생각하는 시장경제는 기업이 져야 할 책임을 정부가 대신 부담하는 것인가 보다.
이번 대책 가운데 사람들이 흔히 간과하고 있는 것이 비수도권지역의 매입임대주택 사업에 대한 세금혜택요건을 크게 완화한 정책이다. 만약 정부안대로 시행되면 현재 임대사업자가 전용 85㎡이하 5가구 이상을 10년 이상 보유해야 종부세 및 양도세 감면 혜택을 볼 수 있었던 데서 전용 149㎡이하 1가구 이상을 7년 이상만 갖고 있으면 세금 혜택을 보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비록 비수도권이라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임대사업용으로 1가구만 갖더라도 종부세 및 양도세 중과를 피할 길이 생긴 것이다. 이는 종부세에 구멍을 냄과 동시에 비수도권 지역에서 주택 투기를 하라고 국민들에게 권유하는 셈이다.
또 정부는 1세대 2주택 양도세 중과 배제 대상 저가주택의 범위(공시가격 기준 3억 원)를 도지역에서 광역시까지 확대키로 했다. 이게 다주택자들을 제외하고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수도권도 미분양 넘치는데 또 신도시 개발?
이번에 내놓은 정책 중 가장 이해하기 힘든 대책이 바로 신도시 2곳 추가 건설이다. 수도권마저 미분양이 속출하고 2기 신도시 공급물량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마당에 입지도 그리 좋지 않은 곳에 신도시 2곳을 추가로 지정하겠다고 한다.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건설업계에 일거리를 주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 힘들다.
아울러 정부의 신도시 추가공급 방침은 국토균형발전 및 수도권 과밀화 억제방침과도 상충할 뿐더러 공급과잉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정부는 조합원 지위 양도 확대 및 층수 완화 등을 골자로 하는 재건축 규제완화와 전매제한 기간 단축 등도 이번 대책에 포함시켰다. 하나같이 부동산 투기 심리를 자극할 만한 조치들이다. 적어도 지금은 한시적 투기억제장치들을 폐지할 때가 아니다.
그냥 가만히나 계시지…
8.21대책을 보면 MB와 한나라당이 구상하거나 집행하려는 정책들은 하나같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할 것들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행히 이번에는 종부세 및 미시적 금융대책이 크게 훼손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MB와 한나라당이 종부세 및 미시적 금융대책을 손상시킬 궁리를 멈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대책을 다루는 MB와 한나라당을 보고 있자면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조마조마하기 이를 데 없다.
다른 부문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적어도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MB와 한나라당에 대해 기대하는 것이 거의 없다. 그냥 기존 정책을 손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 뿐이다. 그러나 ABR(Anything But Roh·뭐든 노무현 정부와 반대로)를 지고의 가치로 삼고 있는 MB와 한나라당에게 이를 기대하기란 무망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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