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0일 저녁 한나라당 신임 당직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만찬에서 "이제 내가 많은 것을 결심하고 행동할 준비가 됐다"면서 "여러분이 동의하고 행동해 주길 믿는다"고 한나라당의 적극적인 뒷받침을 당부했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규제완화와 공기업 민영화, 감세 등 각종 '우파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의지이자 이에 대한 입법적 지원을 요청하기 위한 '친(親)여의도' 행보의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참석자들을 "동지", "식구"라고 칭해 유대감을 표하면서 "이렇게 든든한 '백'이 있으니 든든하다. 마음의 걱정이 안 된다"며 "대한민국이 단합, 화합하고 선진국으로 나아가는데 함께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나는 그동안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많은 걱정을 했다. 여러분도 나에 대해 많은 걱정을 했을 것"이라며 "이제부터 경제에 전념할 테니 당도 나를 뒷받침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정권이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한 "나 스스로도 여당으로서 중심을 잡는데 한 달이 걸렸다"며 "우리가 어떤 일이 있던 국민들에게 변명할 여지가 없다"며 집권 세력으로서의 책임 있는 자세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위해 강조한 건 '법치'. 그는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법과 질서가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예외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우리 식구도 봐주지 않겠다는 뉘앙스를 강조한 분위기였다"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 내가 힘이 빠질 때, 그리고 동지들의 격려가 필요할 때 자리를 갖도록 하겠다"며 "우리가 희망을 가지면 지금의 난국을 함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당과 대통령은 공동운명체"라며 "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적극적인 뒷받침을 해야하고 그 결과에 대해 국민과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호응했다.
그는 "대통령께 경제를 살리자는 초심을 잃지 않기를 당부드린다"면서 "이를 위해 당도 힘을 합치겠다"고 적극적인 지원의사를 밝혔다. 이어 "이제 이명박 정권은 봄을 맞이했다. 우리가 모두 함께 씨를 뿌리고 가꿔서 큰 열매를 거두자"고 분위기를 돋웠다.
장광근 서울시당위원장은 "지난 8.15를 기념해 이명박 정부가 새로 출발한다는 느낌을 가졌다"며 "대통령이 앞으로도 여러 고비를 맞겠지만 위기극복 능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선교 의원도 "국민들은 이 대통령의 '거침없이 하이킥' 같은 모습을 사랑하고 좋아한다"며 "이 대통령이 당당한 한국을 보여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차명진 당 대변인은 만찬 분위기와 관련해 "대선 이후 중하위 당직자들은 대통령을 만나지 못해 반가운 기운이었고 특히 8.15를 계기로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힘을 얻고 비전을 갖고 나아가는 것에 대해 서로가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한편 조만간 한나라당 사무처 직원 10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당과의 스킨십을 강화하는 한편 이르면 내주 중 민주당 등 야당 지도부와의 회동을 추진키로 하는 등 전방위적인 '여의도 정치'를 예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의 정상적인 정치경로 무시, 소위 '탈(脫)여의도' 행보에 따르는 청와대의 독주에 대한 비판을 수렴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나 '우(右)클릭'이 뚜렷해진 청와대의 정책기획에 대해 민주당 등 야당의 반발이 노정돼 있어 이 대통령의 달라진 모습이 얼마나 효력을 거둘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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