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는 20일 "최동열 회장은 자신의 소유였던 비상장회사 (주)디에스아이티위너스의 주식을 상장회사인 기륭전자에 팔아, 그 돈으로 기륭전자의 주식을 19% 인수해 최대주주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 같은 이른바 '우회 상장' 과정에서 "기륭전자가 디에스아이티위너스의 가치를 실제보다 지나치게 높게 평가해 최동열 회장에게 무려 395억 원을 주고 인수했고 이는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참여연대는 기륭전자가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본사 부동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알짜배기 땅을 자본금 5000만 원, 자산총액 29억 원에 불과한 작은 기업에 405억 원을 받고 팔아넘긴 것도 "비정상적"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최 회장의 경영권 취득 과정 및 최근 기륭전자의 본사 사옥 매각 과정을 검토해 본 참여연대 실행위원 이상훈 변호사는 "결과적으로 최 회장은 지분 이득, 실제 영업 이득, 자산 이득을 다 챙기게 된 셈인데 혹 처음부터 그런 계획으로 기륭전자에 들어왔다면 당연히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해결은 안중에 없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기륭전자 경영진에 공개 질의서를 보내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해명해 줄 것을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이런 행위가 사실이라면 이는 노동자 뿐 아니라 소액주주의 피해를 발생시키고 증권 시장의 질서를 교란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사 측의 답변 결과를 검토한 뒤 추가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륭전자는 무엇을 믿고 최동열 회사에게 395억을 쾌척했나?
참여연대가 이날 제기한 기륭전자 경영진에 대한 의혹은 크게 3가지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은 지난 2008년 6월 최동열 회장이 최종적으로 기륭전자의 주식 19.3%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되는 과정에 대한 것이다.
최동열 회장은 2007년 12월 기륭전자에게 자신이 소유하던 회사를 395억 원에 팔았다. 이 회사는 실제 영업 활동이 없이 중국의 광서대상신식과기유한공사를 100% 소유하고 이 회사의 영업으로 수익을 내는 '홀딩 컴퍼니'였다.
이 인수 계약으로부터 불과 3개월 뒤, 최동열 회장은 기륭전자의 주식을 7.6% 매수했고 다시 3개월 뒤, 최 회장 개인이 11.7%를 사들였다.
참여연대가 문제 삼은 것은 바로 이 과정에서 홀딩 컴퍼니인 디에스아이티위너스를 기륭전자가 395억 원이나 주고 인수한 배경이다. 특히, 2007년 12월 기륭전자 스스로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유가증권 신고서가 불과 15일도 못 돼 같은 기업에 대해 180도 다른 내용의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기륭전자는 자신이 인수한 중국 기업을 놓고 애초 "설립된 지 3년이 되지 않은 회사이지만, 중국 정부와의 양해각서(MOU) 체결 등을 근거로 수익 가치를 높게 평가"했지만, 금감원의 정정명령이 나오자 보름 만에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의 존속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즉, 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395억 원을 주고 사들였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참여연대는 "이는 최근 몇몇 상장회사에서도 형사상 문제가 되었던 외국과의 MOU 체결건과 마찬가지로, 기륭전자가 최동열에게 395억 원을 유출하고자 의도적으로 회사의 가치를 고평가한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360억 원 미리 주고도 디에스아이티위너스는 아직 최동열 소유?
더욱이 이런 결정을 주도했던 당시 기륭전자 경영진 가운데 한 사람인 임상현 이사는 기륭전자가 인수한 디에스아이티위너스에서 인수 당시 감사로 재직 중이었다.
임 이사는 기륭전자가 디에스아이티위너스를 사들이기 직전인 2007년 11월 기륭전자 이사로 등재해 의혹의 눈길을 더하고 있다. "최 회장의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임 이사가 기륭전자에 고의로 이사로 들어가 기륭전자로 하여금 최 회장의 개인소유 기업을 인수하도록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특히 기륭전자는 디에스아이티위너스 인수 자금의 90%인 360억 원을 최동열 회장에게 이미 지급했지만 아직까지 이 회사를 인수하지는 못한 상태라는 것도 눈에 띈다. 이는 기륭전자가 2008년 2월 29일 지급할 예정이던 나머지 잔금 10%의 지급을 알아서 1년 늦추는 것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기륭전자 스스로의 결정이긴 하지만, 이 회사를 인수하지 못함으로써 기륭전자는 돈 360억 원만 최 회장에게 선(先)지급하고, 올해 이 회사의 수익은 고스란히 최 회장 개인에게 넘겨주게 됐다. 참여연대는 "만일 이 디에스아이티위너스 인수가 물거품이 되더라도 기륭전자가 이 돈을 다시 환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결국 이 역시 정상적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처음부터 본사 매각 시나리오 위해 기륭에 들어갔나?"
기륭전자가 본사 부동산을 450억 원에 (주)희정에게 양도한 것에 대해서도 참여연대는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이상훈 변호사는 "부동산 대행업체는 많이 있지만 왜 굳이 기륭전자가 울산에 있는 작은 회사에게 알짜배기 땅을 시급히 넘긴 것인지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록 참여연대는 이 (주)희정과 최동열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처음부터 최 회장이 회사 본사 매각이라는 전체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기륭전자의 돈으로 기륭전자의 경영권을 인수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기륭전자 "감사 결과 아무런 문제 없었다"
이에 대해 기륭전자 측은 "이미 삼일회계법인과 선경회계법인의 감사가 끝났는데 당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기륭전자는 "현 경영진이 기륭전자를 인수하는 과정 역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모든 감사를 다 받았다"며 일축했다. 나아가 기륭전자는 오히려 "현재 노조와 (비정규직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이는 가운데 노조 측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방안으로 문제제기를 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면서 기륭전자는 이날 주식 급락세를 보였다. 오후 2시 현재 전날보다 130원, 9.96% 내린 1175원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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