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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겨루기' 벼르는 中 "태권도 쿼터제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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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겨루기' 벼르는 中 "태권도 쿼터제 필요 없다"

"한국 태권도, 시험에 들 것"…미국 로페즈家도 도전장

한국의 종합순위를 결정할 마지막 '메달밭' 태권도가 오는 20일부터 4일 동안 열린다. 올림픽에서 태권도에는 남여를 합해 총 8개 메달이 걸려 있다. 한국은 4개 체급에 선수를 내보낸다. 한국의 메달 독점을 막기 위해 한 국가 당 4체급에만 선수를 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금메달 2개 이상을 노린다. 대표팀을 이끄는 김세혁 감독은 주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담이 크다"고 말하고 있지만 대표단은 내심 3개 이상의 금메달을 바라고 있다.

한국이 2개의 금메달을 가져온다 해도 6개가 남는다. 태권도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쓸어가는 국가는 어디일까. 외신은 강력한 후보로 개최국 중국과 미국을 꼽는다.

태권도까지 안으려는 '中華'

18일 <로이터>통신은 '주최국이 한국의 태권도 지배에 도전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올림픽 태권도 지배를 이어가려는 한국의 희망은 열렬한 지지자들의 성원을 받으며 가장 강한 팀을 꾸린 중국에 의해 시험에 들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AFP>통신 또한 "태권도가 쿵푸와 우슈의 땅에 급속히 보급되면서 중국은 한국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여자부는 강력하다"고 전했다.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태권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뒤 한국은 금메달 5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따내 누적 획득 메달 수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흔히들 한국 다음으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나 대만 같은 나라들이 2위 자리를 차지하려니 생각하겠지만, 누적 메달 수에서 한국 다음 차리를 차지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그 차이는 2개에 지나지 않는다.

당장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성적만 봐도 중국의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다. 올림픽과 달리 남녀 8개 체급씩 총 16개 체급 메달이 걸린 이 대회에서 한국은 남자부에서 단 1개의 금메달만을 따냈다. 여자부는 3개의 금메달을 따내 체면을 세웠으며 바로 다음이 2개를 획득한 중국이었다.
▲베이징 올림픽 태권도 공식 포스터. ⓒ신화=뉴시스

이런 중국의 자신감을 반영하듯 중국 관영 영자신문 <차이나데일리>는 최근 보도한 '세계로 비상하는 태권도'에서 태권도의 세계화 성공에 한국 조상의 공로가 크다고 전하면서도 "종주국 한국이 차지했던 영광은 이미 과거 속으로 사라졌다. 한국의 금메달 독식을 막기 위해 제정된 쿼터제가 필요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중국의 금메달 기대주는 중국 태권도의 간판스타로 성화 점화 후보로까지 거론된 바 있는 첸 종(26). 시드니 올림픽에 17살 나이로 출전해 68kg 이상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4년 뒤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해 이 부문을 2연패한 중국 태권도의 간판스타다. 조국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에서 첸 종은 3회 연속 금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하지만 첸 종은 첫 경기부터 강자와 만나게 됐다. 그의 맞상대는 지난 아테네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베네수엘라의 간판스타 아드리아나 카르모나다. 한국의 금메달 기대주 황경선(22·한체대)은 67kg 이하급에 출전해 첸 종과 만나지 않는다.

49kg 이하급(핀급) 세계챔피언인 우징위(21) 역시 이 체급에서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다만 4강전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 대만의 태권도 스타 양슈춘을 넘어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우징위는 중국 정저우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양슈춘에 패했다.

대만 역시 국가 수립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안겨준 종목인 태권도에서 3개 정도의 금메달 획득을 기대하고 있다. 우징위와 맞붙을 양슈춘은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의 기세를 몰아 올림픽 메달까지 따내겠다는 각오를 자국 언론을 통해 밝히고 있다.

양슈춘보다 금메달이 더 확실한 선수는 그의 남편 추무옌(26)이다. 남자부 최경량급인 58kg 이하급에 출전하는 추무옌은 지난 아테네 올림픽에 이어 이 체급 2연패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대만 국민은 이 태권도 커플의 활약 여부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 커플 외에 페더급에 출전하는 숭이치 역시 한국의 손태진(20·삼성에스원)을 넘어 최강자 자리에 오르겠다는 목표다. 마치 같은 국가 선수인 것처럼 열렬한 환호를 보내주는 중국 관중은 이들에게 심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문의 영광이 곧 조국의 영광
▲미국의 태권도 명가 로페스가문 선수. 지난 2005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남매 세 명이 모두 금메달을 따내 화제가 됐었다. 왼쪽부터 스티븐, 마크, 다이애나, 진 로페스. 맨 오른쪽 맏형 진 로페스는 미국대표팀 코치다. ⓒ연합뉴스

미국 또한 태권도 강국이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미국의 '한 가문'이 태권도 명가(名家)다. 미국은 니카라과에서 건너와 '아메리칸 드림'을 일군 로페스 가문에 태권도 금메달 3개를 기대하고 있다.

이 가문의 첫째 스티븐 로페스(29)는 80kg 이하급에서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한다. 그는 시드니와 아테네 올림픽뿐만 아니라 2003, 2005, 2007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1위를 차지한 자타공인 최강의 선수다. 하지만 그가 이번 올림픽 첫 경기에서 맞붙을 상대가 아테네 올림픽 결승에서 만난 터키의 바흐리 탄리쿠루라는 점은 부담이다. 당시 팔이 부러진 채로 스티븐과 맞붙었던 바흐리는 복수전을 다짐하고 있다.

셋째 마크 로페스(26) 역시 68kg 이상급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2005년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인 마크는 한국의 기대주 손태진과 맞붙을 가능성이 있다. 손태진은 마크와 함께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지난해 맨체스터에서 열린 올림픽 선수 선발을 위한 세계예선에서 마크는 왼쪽 팔꿈치 탈골 부상을 입은 손태진에게 진 바 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자신을 이긴 대만의 숭이치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넷째인 다이애나 로페스(24)는 여자 57kg급에서 우승을 노린다. 다이애나 로페스는 미국 주니어대회를 휩쓴 뒤 2005년 세계선수권대회 1위, 2007년 대회 2위에 오른 강자다. 다이애나 역시 마크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인 임수정(22·경희대)과 맞붙어야 한다.

미국은 이들 가문에서만 금메달 2개 정도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망은 예전처럼 밝지 않다. 갈수록 전력이 평준화돼 출전 선수들 어느 누구도 우승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새로 바뀐 '10초 룰'이 이들 가문에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로페스 가문은 일명 '로페스 스타일'이라 불리는 변칙 태권도를 사용한다. 앞발을 미리 들어 상대방의 접근을 막은 뒤 기회를 노려 포인트를 쌓아 이기는 기술이다.

하지만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위해 이번 올림픽에서 이와 같은 스타일이 제재를 받게 되면서 교과서적이고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하는 선수가 유리한 반면 로페스 스타일과 같은 변칙적 경기 운용을 많은 제약을 받을 것이라는 게 태권도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미국이 '가문의 영광'을 얻기 위해서는 한국과 새 규정, 두 가지 장애물을 넘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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