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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새둥지' 주경기장 '골칫덩이' 될라"

올림픽 건축 남발은 이제 그만

올림픽 개최지엔 '건설붐'이 불기 마련이다. 세계인을 감동시킬 주경기장을 건설하고 도로를 닦고 말끔한 아파트를 새로 짓느라 수년 동안 도시의 곳곳은 건설 현장으로 탈바꿈한다.

베이징도 예외가 아니었다. 베이징의 일명 '새둥지' 주경기장은 4억 달러(약 4000억원)가 넘는 비용을 들여 역대 올림픽 경기장 사상 최대 규모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 외에도 베이징에 도로와 철도, 공항 등을 짓는 대형 '건설 프로젝트'에는 총 400억 달러(약 40조원)의 비용이 들었다.

그뿐이 아니다. 도로건설과 미관상의 이유로 150만 명에 달하는 베이징 거주자는 강제철거를 당했고, 베이징 거주권인 '호구'가 없는 가난한 지방 사람들은 건설현장에 동원됐다가 개막식을 앞두고 고향으로 쫓겨가기도 했다.

막대한 비용과 희생을 들인 베이징은 과연 올림픽의 성화가 꺼진 후 투자를 모두 회수할 수 있을까? 베이징은 관광객 증가와 경제발전, 올림픽 효과 등을 통해 비용의 수 배를 벌어들일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애널리스트인 마이클 수틀먼은 단지 올림픽만을 고려해 만든 건축물은 향후 쓸모 없게 될 수 있고 다른 심각한 문제들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올림픽이 끝난 이후 '새둥지'의 엄청난 관중석은 어떤 스포츠 경기나 행사로도 채울 수 없을지 모른다. 또 새로 건설된 도로는 중국의 '자전거 왕국'으로서의 명성을 뒤로 하고 자가용 시대로의 전환을 이끌어낼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이미 중국의 심각한 문제인 환경문제가 순식간에 심화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수틀먼은 올림픽을 앞두고 무분별한 건축을 남발하기 이전에 이제는 '지속 가능한 건축'이라는 패러다임을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제언한다.

다음은 미국의 외교 문제 전문 사이트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에 실린 수틀먼의 글 '베이징의 극적인 전환: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까?'(Beijing's Extreme Make-over: Is it worth it?) (☞ 원문 보기)의 주요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편집자>

일명 '새둥지'로 알려진 베이징 국립경기장은 4만 2000톤의 강철로 만들어졌다. 올림픽 경기를 위해 만들어진 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장으로, 고급 식당가와 4성 호텔, 그리고 지하 쇼핑센터가 들어 있다. 관중석도 9만 1000석에 이른다.

'새둥지'의 구조적 표현양식은 중국의 현대성과 글로벌 시대 대국으로의 부상을 보여준다. 이 건축물은 혁신, 강함, 중요함을 상징한다. 세계 각국의 정상 80명을 포함한 관중들은 개막식이 열리는 동안 1082피트(약 330m)의 길이와 721피트(약 200m)의 너비의 경기장 안에서 춤과 음악 그리고 불꽃놀이가 빚어낸 조화에 경외심을 가졌다.

'새둥지'는 분명히 건축의 한 성과물이다. 최근 경기장 건축의 고급화 경향은 비단 베이징 뿐 아니라 전세계 도시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여전히 새 경기장과 베이징을 둘러싸고 뭔가 불분명한 것이 있다. 스모그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새둥지'와 베이징 올림픽을 위해 수행된 대규모의 건설 프로젝트는 일단 올림픽의 열기가 꺼지고 나면 득보다는 실이 크지 않을까?

베이징에 든 비용은 얼마?

베이징은 올림픽 역사상 가장 비용이 많이 들었고 큰 규모의 전환을 경험한 도시다. 100만 명이 넘는 이주 건설노동자들은 도시를 정화하고 밀려오는 관광객들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빈곤한 시골 지역에서 고용됐다.

지난 3월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가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하루 15시간 이상 일하며, 불공정 계약, 무계약 또는 기본적인 공공서비스의 박탈로 임금을 착취당했다.

도시 바깥에서 이주해 온 노동자들은 '호구제도'라 불리는 베이징 도시 거주권을 갖고 있지 않다. '호구 제도'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격리)정책과 비슷하다. 노동을 통제하고 착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제도로 도시 거주자는 모든 사회복지의 수혜자가 되지만 시골 거주자에게는 이 같은 혜택이 없다. '호구'가 없이는 고용주에게 불만을 호소하거나 의료보험을 요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중국 정부는 모두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호구 제도를 없애는 대신 올림픽 기간 동안에만 허용되는 '임시' 도시 거주권을 발행했다.

임시 거주권의 기한이 다하자 노동자들은 노동의 대가를 즐기기도 전에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다. 정부는 개막식이 열리기 전에 노동자들을 모두 베이징으로부터 몰아내는 작업을 통해 도시정화의 마무리를 장식했다.

쫓겨난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다. '강제 퇴거·주거 인권 감시단체(Centre on Housing Rights and Evictions)'가 내놓은 보고서에 의하면 최소 150만 명이 올림픽 도로 건설을 위해 그들의 집으로부터 쫓겨났다. 새로 살 집이나 공정한 보상을 받게 해 줄 제도도 마련되지 않은 채 많은 거주자들은 집에서 쫓겨나 어딘가에서 집 없이 살고 있다.

경기장을 짓는데 든 비용은 4억 2300만 달러 이상이다. (물론) 올림픽을 위해 베이징에 투자된 400억 달러에 비하면 적은 돈에 불과하다.(아테네 올림픽 준비를 위해 든 비용의 세 배가 넘는 액수다) 엄청나게 많은 돈이 베이징의 사회기반시설 개선을 위해 투자된 것이다. 올림픽 기간 동안 교통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베이징의 '액션 플랜'은 철도, 공항, 도로, 대중교통, 주차시설과 관련한 건설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추진했다.
중국 베이징의 일명 '새둥지'로 불리는 국립경기장은 4억 불이 넘는 비용을 들여 역대 올림픽 경기장 사상 최대 규모라는 기록을 남겼다. ⓒ프레시안

새로운 베이징, 새로운 올림픽

수백만 세계인과 상당수의 TV 시청자들에게 베이징은 하나의 쇼케이스다. 올림픽이 관광객 증가와 투자 유치, 경제 강화에 영향을 줄거라는 기대감은 팽배해 있다. 정부 관료와 건축가, 정책 결정자의 일반적인 태도는 "지으면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다"이다.

베이징 올림픽이 발전과 전환의 촉매제로 작용해 온 것은 맞지만 베이징의 빠른 사회기반시설 확장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할 수도 있다.

올림픽이 끝난 뒤 이 같은 투자와 사회기반시설 구축이 어느 정도 이용될 수 있을지, 또 중국경제에 얼마나 잘 통합될 수 있을지가 문제다. 예를 들어 호텔방은 너무 많아 남아돌게 될 것인가, 아니면 광광객과 비즈니스 여행이 증가해 올림픽 때문에 늘어난 방을 채울 수 있을까?

기회 비용의 측면에서 40조원이라는 액수는 병원과 교육, 건강시설에 투자되거나 납세자들에게 재분배될 수 있었다. 이 돈은 다른 부문에서 빼내 한 부문(올림픽)에 투자됐다.

베이징이 세계적인 경제 허브로 커나갈수록 사회기반시설은 혹사될 것이다. 버스는 충분하지 않으며 지하철은 사람들로 넘치고 있다. 이미 베이징 내 인구는 1949년에 비해 거의 세 배를 넘어섰다. 수십 년 안에 문제는 더 커질 것이다. 도시증가 계획은 자전거, 보행자, 문화적 유산의 보존을 위한 장기계획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운전을 저지하는 것이다. 올림픽 기간 동안 자전거 사용이 증가했지만 일단 운전에 대한 제한이 풀리면 한 때의 자전거 왕국을 누르고 자가용이 보급화될런지도 모른다.

환경론자들은 도로 건설계획의 확대가 장기적으로 심각한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믿는다. 중국의 건설 프로젝트가 자가용의 확대에 기여할 것이고 이것이 베이징의 오염 문제를 심화시킬 거라는 전망이다. '현대경영 조사센터(Research Center for contemporary management)'의 보고서는 "도로 건설이 교통 수요 증가를 해소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은 고속도로 구간을 216km에서 700km로 세 배 이상 확장했으며 가스에 대한 보조금도 마련했다.

올림픽을 위해 베이징은 대중 교통수단도 개선했다. 그러나 이 기반시설은 주로 올림픽 현장과 연관된다. 27.6km를 따라 세워진 23개의 지하철역은 티앤통위앤(天通苑北) 역에서 베이징 남부 펑타이(丰台)지역의 송지아주앙(宋家庄) 역까지 운행된다. 지하철 시스템이 향후 얼마만큼이나 교통체증 완화에 도움이 될지 측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운전자 수를 어느 정도 억제할 것으로 기대된다.

모든 도시 거주자와 사업체들이 올림픽 프로젝트에서 단기적, 장기적으로 이익을 얻고 있지 못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상당수의 프로젝트는 지역 거주자와 거의 혹은 전혀 상의 없이 만들어진 것이다. 부동산은 오르고 도로 이용료는 비싸고 격에 맞지 않는 상점들은 문을 닫았으며 산업들은 멈춰서고 수천명의 이주 노동자들은 무기한으로 쉬고 있다.

천안문 광장에 설치된 올림픽 카운트다운 시계는 더 이상 똑딱거리지 않는다. 그러나 시계는 계속 움직여야만 한다. 올림픽 폐막까지는 경기장을 이후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경기장의 관중석 중에서 1만 1000석은 제거되고 경기장은 국내외 스포츠 경기와 문화 공연을 위한 장소로 이용된다. 그러나 폐막 이후 펼쳐질 많은 경기에서 8만 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채울지는 미지수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예로 들어보자.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정부는 올림픽 이후 비경제 부문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해 4600만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대고 있다"고 밝혔다.

런던은 2012년 하계 올림픽을 개최한다. 영국은 작고 간편한 경기장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세계에서 가장 최신이며 최다 비용이 드는 경기장이다. 이 경기장은 향후 올림픽 경기장으로 전환될 수 있다. 그러나 건축가 아만다 밸류는 "축구 경기가 그 곳에서 열리진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관중석이 너무 멀고 도면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영구석을 가리기 위해 지붕을 내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영국의 기후에서 그 누가 야외 경기장에 앉아 있길 바라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만약 재활용이 가능한 경기장이 실현 가능한 거라면, 개발도상국에 올림픽이나 다른 대규모 행사를 개최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남아공은 2010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기반시설 건설과 증축을 위해 20억 불이 넘는 돈을 쏟아붓고 있다.

런던은 건축의 지속성 차원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올림픽 게임의 장기적인 차원에서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영향은 아직 측정되야 할 문제다. 그러나 폐막식을 지켜볼 때 올림픽의 횃불이 꺼지는 순간 베이징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의 경기장은 빚더미 경기장?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치르기 위해 건설된 10개 경기장의 신축비용은 모두 1조 950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경기장 주변 시설에 든 비용을 합하면 2조 5000억원이 월드컵 시설에 투자됐다.

경기장 건설비 내역을 보면 국고보조 2714억원,기금보조 2103억원,광역단체 보조 1879억원,민간자본 782억원,자체예산 1조2025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체예산은 거의 지방채와 재정특별융자 등으로 이루어지며 지자체가 끌어들인 빚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대규모의 건설 비용에도 불구하고 월드컵이 끝난 이후 대부분의 경기장은 건설비 회수는 고사하고 매년 경기장별로 20억∼46억원씩 드는 유지관리 비용을 충당하는 것조차 버거운 실정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였지만 대규모 행사가 끝나면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리는 셈이다.

서울 월드컵경기장은 주택가와 인접한데다 지하철역이 경기장까지 바로 연결되어 있는 등 우호적인 조건으로 수익을 내고 있지만 그외 다른 도시의 경기장들은 사후 활용에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

1994년 월드컵에서 미국은 축구장을 신축하는 대신 미식축구장을 활용했고 1998년 프랑스는 생드니구장 한곳을 신축하는 데 그쳤었다.

한편, 한국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경기장 건설과 행사준비를 위해 무려 72만 명의 주민들을 강제로 퇴거시킨 대회로 기억되고 있다. 동계 올림픽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평창에서도 비슷한 일은 되풀이되고 있다.

'강제 퇴거·주거 인권 감시단체(Centre on Housing Rights and Evictions)'가 지난해 7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올림픽을 유치했던 모든 도시들을 조사한 결과 올림픽이 대규모 강제 퇴거와 빈곤을 확산시킨 계기가 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1988년 이후 약 2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올림픽 때문에 집에서 쫓겨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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