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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예서와 이대호, 그리고 MB의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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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예서와 이대호, 그리고 MB의 올림픽

[김종배의 it] 스포츠로 '국력'을 말하기엔…

1.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준결승전에, 그리고 동메달 결정전에 임하는 당예서 선수의 표정 하나하나를 놓칠 수가 없었습니다.

'저 선수의 심정은 어떨까?'

당예서는 모국을 등지고 귀화한 선수입니다. 경쟁자들에 밀려 국가대표가 되지 못하고, 필생의 목표인 올림픽 메달을 딸 기회를 얻지 못한 게 한이 돼 한국으로 귀화한 선수입니다.

그런 선수가 모국에서 올림픽 메달에 도전했습니다. 모국 관중들의 야유를 받은 일도 있습니다.

어땠을까요? 당예서 선수의 심정이 어땠을까요?

당예서 선수가 어제 탁구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딴 직후에 눈물을 훔치며 말했습니다.

"올림픽 메달을 따서 너무 기분이 좋다."

2.

이진영 선수가 전했더군요. 올림픽 야구 미국전이 열리기 전의 상황이었습니다.

"(송)승준이가 갑자기 대기타석에 나서던 (이)대호를 부르더니 이렇게 외쳤다. '너 군대 갈래 안타 칠래. 둘 중 하나 골라.' (이)대호는 대답 없이 조용히 타석에 들어서더니 큼지막한 홈런을 때려버렸다."

이대호 선수가 미국전에서 장쾌한 투런포를 작렬시킨 동기가 '군대 가기 싫어서'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알아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운동을 하는 선수에게 입대는 치명적입니다. 특히 '한철 장사'를 해야 하는 프로 선수에겐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프로 선수가 연루된 병역 비리가 종종 발생했습니다.

(프로)운동선수에게 입대는 실존의 문제이자 생존의 문제입니다.

3.

비록 일부의 사례에 불과하고 하나의 조각에 불과하지만 감히 해석하려고 합니다.

당예서 선수에게서 제2의 조국인 한국에 메달을 안겨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읽지 못했습니다. 송승준 선수의 '진한 농담'에서 '조국애' 이전에 '생존논리'를 읽었습니다.

두 선수를 탓하려는 게 아닙니다. 아니 정반대로 두 선수를 두둔하려고 합니다.

운동선수로서 최고의 무대인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목에 걸고자 하는 건 너무나 소박하고 너무나 절절한 소망입니다. 프로 선수로서 올림픽 메달을 따려는 건 선수 생명을 지속시키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입니다.

4.

'개인적인' 소망이 투지를 낳는 첫 번째 동인이라고 감히 말하는 근거는 두 선수 외에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많은 나라가 올림픽 메달을 따낸 선수들에게 억대의 포상금을 줍니다. 동기 유발 차원입니다.

중국의 탁구 선수들이 이 나라 저 나라로 귀화한 일도 있습니다. 나라 이름은 중국이 아닌데 출전 선수는 중국인인 경우를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했습니다.

똑 같은 경우로, 한국의 양궁 선수가 국내의 벽을 넘지 못해 일본으로 귀화한 일도 있습니다. 이 선수 또한 올림픽 출전이 소망이었습니다.

5.

물론 이분법은 위험한 논리입니다. 운동선수의 '개인적인 소망'과 '조국애'를 나누는 건 작위적입니다. 그래서 어색합니다.

2002년 월드컵 미국전에서 골을 넣은 안정환 선수가 '오노 세레머니'를 펼친 적이 있습니다. 야구 대표선수들이 '독도 도발 일본'을 꼭 이겨야 한다고 다짐했다는 후문도 들립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국가대표는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출전합니다. 그들이 자발적으로 조국에 대한 애정과 긍지를 안고 경기에 임하는 건 자랑스럽고 대견한 일입니다.
▲ ⓒ연합

6.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합니다. 갖다 붙이지 말았으면 합니다.

한 언론이 비아냥댔더군요. 여자 역도에서 금메달을 딴 북한의 박현숙 선수가 "장군님 생각에 기쁨과 영광이 솟구친다"고 말한 것을 두고 '장군님'이 지원이나 제대로 해줬는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더군요.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우리도 그랬습니다. 5공 시절에 국제 대회에 나가 금메달을 따면 어김없이 전두환 씨가 경기장에 전화를 걸었고 선수는 '대통령 각하'의 관심과 애정에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지금은 많이 가셨습니다. 그 시절처럼 호들갑은 떨지 않으니까요. 오히려 고생하며 자신을 뒷바라지 해온 '엄마'를 그리며 눈물을 훔치고 포상금으로 '엄마' 호강시켜 주겠다고 다짐하는 게 요즘의 풍경입니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대통령 각하' 개인의 이벤트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많이 가셨지만 '국위' '국력'과 연결하려는 시도는 아직도 엄연히 살아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더군요. 지난 10일 박태환 선수가 남자 수영 400m에서 금메달을 따자 "박 선수 같은 세계적 선수가 나온 것은 우리의 국력이 그만큼 신장된 증거"라고 환호했다더군요.

수영연맹 회장을 16년간이나 하면서도 올림픽 금메달을 한 개도 따지 못한 경험이 있는 이 대통령이니까 개인적 소회가 남달랐으리라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력'을 읊조리기엔 우리 엘리트 스포츠의 그늘이 너무 짙습니다. 선수가 없어서 은퇴 선언을 했던 선수까지 설득해 올림픽에 출전시키는 게 작금의 한국 스포츠입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국력'과 '국위'를 외칠 때 학교장과 학교법인 이사장은 '학교의 명예'를 앞세웁니다. 그렇게 우승을 강조하고 선수를 혹사합니다. 그 탓에 어린 선수들은 학업과 담을 쌓고 지내다가 운동 경쟁에서 탈락하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교문마저 등집니다. 이런 현실이 싫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려고 했지만 주위 환경이 허락지 않아 미국 유학길에 오른 여자 수영선수도 있습니다.

이게 작금의 한국 스포츠입니다. 메달에 목을 거는 엘리트 스포츠의 기반인 학원 스포츠의 엄연한 현실입니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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