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가 무려 세 편, 외화 네 편이 이번 주에 개봉한다. 외화 네 편은 모두 놓치기 아까운 수작들이거나 열렬한 컬트팬층을 거느리고 있는 영화들이다. 류승완 감독이 <야차>를 만드는 도중 '가볍게' 만든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는 과거 한 시대를 풍미한 B급 액션영화들에 대한 메타 영화로, 인용된 영화들을 알고 보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젤리피쉬>는 '해파리'라는 뜻의 제목에 어울리게 바다를 배경으로 세 가지 에피소드를 엮은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 <누들>은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이방인들이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돼가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두 영화 모두 이스라엘 영화다. 한편 '엑스파일'의 열혈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두번째 극장판 <엑스 파일 : 나는 믿고 싶다>와 코믹 호러 뮤지컬로 과거 영화동호회 등의 (불법) 단골 상영작이었던 <카니발 더 뮤지컬>도 드디어 개봉한다.
. |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감독 류승완 주연 임원희, 공효진, 박시연 |
1940년대. 독립운동을 하는 최정예요원의 명단이 담긴 문서의 행방을 찾던 도중 내부의 첩자가 감지된 가운데 정예요원 금연자(공효진)가 사라진다. 이를 찾기 위해 다찌마와 리(임원희)가 다른 여성요원 마리(박시연)와 함께 투입된다. 류승완 감독이 인터넷에서 공개했던 자신의 단편 <다찌마와 리>를 극장 버전으로 확장했다. 6, 70년대 영화들을 의식적으로 모방한 문어체 대사와 조잡한 로케이션, 후시녹음 등 과거 한국 액션영화의 향수를 전달하면서도 새로운 액션을 보여주고 있다. 류승범, 김뢰하, 황보라, 리쌍, 안길강, 정석용, 오지혜, 김병옥 등 탄탄한 배우들이 조연진으로 대거 참여했다.
. | 당신이 잠든 사이에 감독 김정민 주연 예지원, 탁재훈, 김현숙 |
술만 취하면 필름이 끊기고 막 나가는 주사를 펼치던 유진(예지원). 직장에서 잘린 후 설상가상으로 호텔방에서 깨어나 누구와 밤을 보냈는지도 기억 못한 채 비싼 호텔비와 와인값을 떠안게 된다. 그 와중에 오래 전 첫사랑 석규와 재회하게 되고, 그런 그녀의 좌충우돌을 10년지기 친구 철진(탁재훈)과 룸메이트 현주(김현숙)는 답답하게 여긴다. "술만 마시면 필름이 끊어지는" 가운데 펼쳐지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점에서 한국적인 로맨틱 코미디로서 아이디어는 매우 좋았지만 아이디어 이상으로 영화가 나아가질 못한다. 주연배우들의 연기는 좋지만 이를 플롯이나 연출 호흡이 제대로 받쳐주질 못하는 편이다.
. | 아기와 나 감독 김진영 주연 장근석, 문메이슨, 김별 |
사고뭉치 고등학생 준수(장근석)의 마트 카트에 어느 날 아들이라며 우람이(문메이슨)가 놓인다. 설상가상으로 준수의 부모님은 준수의 말썽을 더이상 감당 못한다며 가출하신 상태. 준수는 자신 때문에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는 엉뚱한 소녀 별이(김별)와 친구들의 도움으로 아이를 보살피기 시작하지만 육아의 길은 멀고 험난하기만 하다. 아이를 보살피며 아버지가 돼가는 과정에서 비로소 자신을 낳아준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는 교훈을 매우 신파적으로 풀어낸다. 우람이의 기저귀 갈아주는 사람이 매번 준수가 아닌 별이라는 점도 이 영화의 경악스러운 부분.
. | 엑스 파일 : 나는 믿고싶다 감독 크리스 카터 주연 데이빗 듀코브니, 질리안 앤더슨, 아만다 피트 |
컬트 TV 드라마로서 오랫동안 인기를 누려온
의 두 번째 극장판. FBI 요원이 실종되고 신통력을 가진 조셉 친부의 도움으로 잘려나간 팔만 발견하게 된다. 스컬리(질리안 앤더슨)와 멀더(데이빗 듀코브니)에게 도움을 청한다. 의사로 살고 있던 스컬리는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가는 멀더를 설득해 조셉 신부와 함께 의문의 실종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TV 시리즈에서 멀더와 스컬리가 서로 손을 붙잡고 도망가는 장면으로 끝났던 만큼, <엑스 파일 : 나는 믿고 싶다>는 스컬리와 멀더가 함께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 오랜 엑스파일 팬들에게 만족감을 준다. . | 누들 감독 아일레트 메나헤미 주연 밀리 아비탈, 바오치 첸 |
스튜어디스인 미리(밀리 아비탈)는 중국인 가정부에게서 한 시간만 아이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러나 가정부는 돌아오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그녀가 강제출국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졸지에 아이(바오치 첸)를 떠맡게 된다. 말도 통하지 않고 밤새 아이만 기다리던 아이는 테이블 위의 누들을 감쪽같이 해치워 '누들'이라는 애칭을 갖게 된다. 가족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게 된 누들은 어느덧 미리의 가정에 특별한 존재가 돼가고, 미리는 누들을 위해 놀라운 결심을 하게 된다. 2007년 몬트리올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은 이스라엘 영화. . | 젤리피쉬 감독 시이라 게펜, 에츠카 케렛 주연 사라 애들러, 니콜 라이드만, 노아 크놀러 |
세 가지 에피소드가 느슨하게 엮인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로 2008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했다. 총체적 난국에 직면해 있는 스무살의 아가씨 바티야(사라 애들러)는 어느 날 정체불명의 꼬마(니콜 라이드만)를 떠맡게 된다. 하지만 꼬마는 곧 사라져버리고, 바티야는 잊고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오릴게 된다. 막 결혼한 신혼부부인 케렌과 미카엘은 케렌이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허름한 호텔에서 최악의 허니문을 보내게 된다. 스위트룸에 묵고있던 작가와 친해진 케렌은 그녀에게 질투를 느끼면서 잊고있던 글쓰기의 꿈을 되찾게 된다. 필리핀에 아들을 두고 돈을 벌러온 조이는 연극하는 딸을 둔 고집불통의 할머니 말카의 집에서 가정부로 지내게 된다. 의사소통도 되지 않지만 조이는 말카와 점점 아픔을 공유하게 된다. . | 카니발 더 뮤지컬 감독 트레이 파커 주연 트레이 파커, 디안 바쳐, 맷 스톤 |
1883년, 록키 산맥에서 알프레드 파커는 동료들을 산 채로 뜯어먹었다는 죄목으로 구속, 수감된다. 알프레드는 결백을 주장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고, 결국 사형선고를 받는다. 폴리 프라이라는 여기자만이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알프레드는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들려주게 된다. 인기 TV 애니메이션 <사우스 파크>를 만든 트레이 파커와 맷 스톤이 트로마 영화사에서 만든 B급 코믹 호러이자, 심지어 '뮤지컬'이다. 자신들이 직접 영화에 배우로 출연한다. 1996년 만들어져 그간 호러팬들에게 전설의 작품으로 암암리에 해적 비디오로만 유통되었다가 드디어 극장에서 정식으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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