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방치된 '남북 공동 응원열차'를 보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방치된 '남북 공동 응원열차'를 보며

[김종배의 it] 아테네 올림픽 공동입장 감동이 엊그제인데…

1.

반갑습니다.

베이징 하늘 아래에 한반도기가 등장했습니다. 북한 유도의 간판 계순희 선수가 경기를 치르던 지난 11일, 남북 응원단이 같이 한반도기를 흔들었습니다.

하루 뒤, 이번엔 톈진에서 한반도기가 펄럭였습니다. 독일과 경기를 치르는 북한 여자 축구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하얀 바탕에 한반도 지도가 푸르게 새겨진 한반도기가 출렁였습니다.

2.

아쉽습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남과 북의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는 경기장이 한두 군데가 아니고 경기 종목이 한두 개가 아닌데도 한반도기는 더 이상 펄럭이지 않습니다.

빨간 옷을 맞춰 입은 남측 응원단이 '대∼한민국'을 연호하고, 역시 빨간 옷과 빨간 모자로 통일한 북측 응원단이 '이겨라'를 합창합니다. 따로 그렇게 외칩니다.

3.

격세지감을 느끼기엔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북측의 응원단에 열광하던 모습, 2003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에서 아리랑 응원단이 어깨동무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남북 선수들이 손에 손잡고 공동입장하던 감동도 아직 가시지 않았습니다.

기대도 컸습니다.

지난해 10월 4일, 남과 북의 정상이 베이징 올림픽 공동응원 열차를 운행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의 흥분과 기대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부산을 출발해 휴전선을 넘어 평양과 신의주를 지나 만주벌판을 달리는 기차 여정에 자못 큰 기대를 품었습니다. 남과 북의 응원단이 삶은계란과 사이다를 나눠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장면을 상상하며 즐거워 했습니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살아있었습니다. 10.4정상선언의 합의가 살아있었습니다. 남북은 2월 4일 경의선 열차를 이용해 300명씩 두 차례에 나눠 600명의 공동응원단을 베이징에 보내기로 합의했었습니다.

4.

이제는 잊혀졌습니다.

어느 누구도 공동응원 열차를 얘기하지 않습니다.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고 있는 이 때에, 개막식 공동입장마저 무산된 이 상황에 생뚱맞게 무슨 공동응원 열차냐는 핀잔을 들을까봐 오히려 경계합니다.

상황은 상전벽해입니다.

5.

두 개의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 ⓒ영남일보

사진 한 장이 실렸습니다. <영남일보>가 제공한 사진을 <경향신문>이 어제 실었습니다.

코레일이 남북 공동응원 열차로 쓰기 위해 70억 원을 들여 개조한 관광열차가 경북 김천시 철도차량 전문제작업체 야적장에 방치된 사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밑에 아주 건조한 사진설명이 달렸습니다.

"열차는 무용지물이 됐다."

지난 12일 권총 50m 금메달과 은메달을 나란히 차지한 남측의 진종오 선수와 북측의 김정수 선수에게 미국 기자가 물었습니다. "런던 올림픽에서는 남북이 공동 입장할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두 선수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그건 정부가 할 일이지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