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급(48~51kg)에 출전한 '얼짱복서' 이옥성(27·51kg). 그는 지난 12일 열린 러시 워렌(21·미국)과의 경기에서 팽팽한 승부 끝에 9대 8 판정승을 거두고 16강에 올랐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로서 플라이급 최강자 중 하나와 싸워 승리한 것이다. 게다가 상대 선수에 대한 중국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이기고 따낸 값진 승리였다.
금메달을 노리고 태평양을 건넌 선수는 3년 만에 열린 라이벌 이옥성과의 재대결에서 다시 무릎을 꿇었다. 이옥성은 지난 2005년 세계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워렌을 꺾고 우승해 19년 만에 한국 권투계에 금빛 소식을 알린 적 있다.
플라이급은 한국 권투에 금빛 희망을 안겨준 효자 종목이다. 지난 서울 올림픽 때 김광선이 금메달을 딴 종목이 바로 플라이급이다. 하지만 그 후 20년간 한국 권투는 올림픽에서 단 한 차례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권투 열기는 급속히 식어갔다. 이번 올림픽에 한국이 역대 최소 규모인 5명의 선수단을 파견할 정도로 국내의 관심은 빠르게 이종격투기 등 다른 종목으로 옮겨갔다.
이옥성은 식어가는 권투 열기를 다시 지펴 줄 권투계의 희망으로 불린다.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을 때는 오랜만에 방송 카메라가 이 무명 권투선수를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해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이옥성이 8강 고비를 넘지 못하고 조기탈락했고, 권투는 다시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간간이 들리는 그의 이름 앞에는 비난성 수식어가 붙었다. 비인기 종목 선수로는 드물게 가지게 된 팬클럽, 그리고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버팀목이 됐다.
올림픽은 이옥성 자신은 물론,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권투의 영광을 되찾아 올 거의 마지막 기회다. 올림픽을 위해 이옥성은 올 1월 결혼식을 하고도 신혼여행을 포기하고 훈련에 매진했다. 풋워크가 좋고 스트레이트 기술도 좋아 충분히 메달을 노려볼 만 하다는 평가다.
이 부문 강력한 금메달 후보인 아웃복서 솜지트 종조호르(31·태국) 등 아직 그가 넘어야 할 고비는 많다. 하지만 이옥성이 만일 상위 라운드에 진출한다면 잠시 그를 잊었던 방송사는 다시 그를 브라운관으로 불러낼 것이다. 너무나 부담스러운 짐이지만, 그의 두 주먹은 한국 권투의 회생 여부를 가늠할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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