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나무랄 데 없는 이 훌륭한 성적표의 주인은 인천국제공항이다. 게다가 옳고 그름에서 논란은 있지만,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는 인력 가운데 무려 87%가 이미 아웃소싱돼 있어 '효율적인 인력운용'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인천국제공항은 이명박 정부의 1차 '공기업 선진화' 대상에 포함됐다.
서비스의 질이 낮지도 않고, 경영실적도 우수해 정부에 돈을 벌어다주는 기업이며, 이미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아웃소싱이 잘 돼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정부가 내세운 공기업 선진화의 명분에서 보더라도 타당성이 떨어진다. 그런데 왜 이명박 정부는 인천국제공항의 지분을 최소 49% 이상 매각하려는 것일까?
"유력한 인수기업? 맥쿼리 금융그룹"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은 12일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의문에 "아주 확실한 민영화 이유가 한 가지 있다"고 대답했다. "바로 맥쿼리 같은 회사에게는 인천국제공항의 인수가 탄탄하고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창출할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에서는 인천국제공항의 민영화 명분은 없는 것이나 다름 없지만, 맥쿼리 금융 그룹의 입장에서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새사연은 "만약 우리 정부가 국민이 아니라 맥쿼리 금융그룹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라면 민영화의 절박한 이유가 생길 수는 있겠다"고 추론했다.
특히 "방만하고 부실한 기업은 사적 자본이 살 이유가 없음이 분명하기 때문에 공기업 민영화는 일반적 상식과 반대로 대자본이 인수하고 싶어하는 고수익의 알짜배기 기업들을 합병 시장에 내놓는 것이 현실에서의 민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새사연은 포스코, KT, KT&G, 한국중공업 등 "민영화 이전에도 흑자가 나던 알짜기업들"을 그 근거로 들었다.
새사연의 주장대로라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시장에 내 놓은 공기업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상품"이다. 그 상품을 팔려는 이유에 대해 정부는 "세계 수준의 허브 공항으로 육성하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그를 위해 "전문공항운영사와의 전략적 제휴(15%) 등을 포함해 지분의 49%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의혹의 눈길이 존재한다. 정부가 콕 찍어 밝힌 '전문공항운영사'가 바로 호주계 금융회사인 맥쿼리라는 주장이다.
그 근거는 이렇다. 국제공항이 민영화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문 일인데, 그 중 대표적인 '민영화 국제공항'이 바로 호주의 시드니공항과 영국의 히드로공항이다. 그런데 "두 공항에 투자하고 있는 유명한 금융자본이 바로 맥쿼리"라는 것이 새사연의 설명이다.
시드니공항과 히드로공항 외에도 맥쿼리 금융그룹은 지난해 10월 일본 하네다 공항터미널 빌딩 운영회사의 주식을 19.9% 취득해 "일본공항이 외국자본에게 먹히는 것 아니냐"는 일본 내 우려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었다.
"맥쿼리 주력 분야가 바로 SOC투자"
특히 새사연은 "맥쿼리 금융그룹의 주력 분야가 바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인수합병 자문회사인 신한맥쿼리금융자문과 SOC에 투자하는 자산운용사인 맥쿼리신한인프라스트럭쳐운용을 포함해 6개 국내 법인과 1개 지사를 가지고 있는 맥쿼리 금융그룹은 우리나라에서 민간이 SOC에 투자한 첫 사례이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의 지분의 24.1%, 인천대교의 지분 41%도 맥쿼리가 갖고 있다.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의 경우는 전체 지분의 무려 60%가 맥쿼리 소유다. 새사연은 "맥쿼리는 올해 상반기에만 우리나라에서 1550억 원의 이자 및 배당수익을 올리고 145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정부가 밝힌 '전문공항운영사'가 국내에는 없다는 점도 인천국제공항의 전략적 제휴회사로 맥쿼리가 유력하다는 추론의 근거가 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이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현 시점에서 인천공항 소유지분 매각은 시장여건으로 보나 산업특성으로 보나 국부유출이 틀림없다"고 주장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히드로 공항, 여객 이용로 6-7배 높고 서비스질은 떨어져"
민영화를 추진할 이유가 전혀 없는 기업을 외국계 금융자본에게 넘기려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새사연은 "인천공항의 민영화는 수돗물 민영화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훨씬 중대한 공익 파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장 당연히 서비스 비용 폭증이 예상된다. 민영화된 해외 공항의 사례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인천국제공항노조의 조사에 따르면, 민영화된 히드로공항은 다른 국가의 국영 공항에 비해 여객 이용료가 6~7배, 시드니공항은 4~5배 정도 높다.
요금은 오르고 서비스의 질은 떨어졌다.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45위 수준이던 히드로공항은 민영화 이후 103위로 추락했고, 코펜하겐공항은 1위에서 30위로 떨어졌다.
특정 기업에 매각될 경우 공항이 특정 항공사의 편익위주로 운영될 소지가 높다는 점도 우려 지점이다. 인천국제공항노조는 "이미 세계 최고인 인천공항을 세계적인 공항전문기업의 경영 노하우를 배우게 하기 위해 민영화한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며 "이런 정책은 정부 스스로가 15년간 육성해 온 세계최고의 인천공항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새사연이 "가장 주목해야하는 민영화 대상"으로 인천국제공항을 지목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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