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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주연, 昌-文 조연의 '비극적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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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주연, 昌-文 조연의 '비극적 코미디'

<고성국의 정치분석> 정치부재와 정치희화화의 무대 '8월 여의도'

지난 대선을 돌이켜 보면 이명박, 박근혜가 맞붙은 한나라당 경선과 정동영, 손학규가 맞붙은 민주당 경선은 박빙의 승부답게 관전재미를 안겨줬지만 막상 이명박 정동영이 맞붙은 본선은 관전재미는 고사하고 정치적 긴장감도 거의 느낄 수 없었던 일방적인 선거였던 것 같다.

그런 중에도 정통보수를 자처하고 나선 이회창이 어느 정도나 약진할 것인가 하는 대목과 문국현 돌풍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 하는 대목에 대해서는 호사가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꽤나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개인의 힘으로 매니아 수준의 지지자들을 조직해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기존의 거대 정당후보들과 맞싸워 선전했다는 점 때문에 이들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한국정치에 일종의 다이나믹스와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가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이들에 대한 기대를 거두어들일 때가 된 것 같다.

두 당의 이름을 조합해 '선진과 창조 모임'이라는 공동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이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애써 설명하는 이회창, 문국현 두 사람의 모습에서 현실정치의 벽 앞에 무릎 꿇은 타산 빠른 폴리티션의 모습을 본 것이 나 뿐일까.
▲ ⓒ뉴시스

'선진과 창조 모임'이라는 생뚱맞은 공동교섭단체의 출현을 기다렸다는 듯 원구성 협상을 원점에서 다시 하자는 홍준표 원내대표의 밀어붙이기는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각고의 노력 끝에 민주당과 원구성 협상을 타결지었다가 청와대의 한마디로 모든 것을 날려버리고 '곰바우'가 돼버린 홍준표 원내대표의 모습이 보기 딱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정치적 입장을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해서야 정국운영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해 나갈 수 있겠는가 말이다.

"법에도 없는 것을 수용할 수는 없다"면서 여·야 합의를 결렬시켜버린 청와대로부터 받은 정치적 압박이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내 의사수렴이 부족했다",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는 당내 의원들의 공세와 반발 또한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황을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그것이 사실상의 정치부재 상황을 뜻하는 일방적 정국운영을 정당화하지는 못할 것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원만한 정국운영이야말로 집권당 원내지도부의 1차적 책무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청와대와 당내 의원들로부터 받는 압박이 크면 클수록 집권당 원내 지도부에게는 그것에 맞서, 또는 슬기롭게 우회해 정국을 운영해가는 정치적 리더십이 더욱 요구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켜주고 싶다.

2008년 8월, 한국정치는 정치실종과 정치복원의 갈림길에 서있다. 갈림길이긴 하나 위에서 살펴본 여러 정황으로 미뤄볼 때 설사 국회가 가동된다 하더라도 정국은 십중팔구 정치실종의 길로 접어들 것 같은 분위기다.
▲ ⓒ뉴시스

정치실종은 정치부재와 행정권력의 일방적 주도라는 고통스러운 정치현실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다소 엉뚱한 진지함 때문에 더욱 극적인 정치의 희화화로 나타나기도 한다. 권위와 힘의 상징인 경찰이 미니스커트의 길이를 재느라 진지하게 길바닥에 무릎을 꿇은 모습에서 드러났던, 유신체제가 연출한 비극적 코미디와 같은 정치부재 상황 같은 것 말이다. 정치부재와 정치희화화의 동시 발현이야말로 권위주의 정치체제의 반정치적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정치 풍자인 셈이다.

이념과 정치적 지향이 정반대인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 당장의 핵심적 정국현안인 KBS사태에 대해서도 "감사원 감사를 존중하라"와 "정부의 언론장악기도를 중단하라"는 식으로 양극단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두 당이 공동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것에서 정치 희화화의 극단적 행태를 보는 것은 나뿐이 아닐 것이다. 이 정치코미디에 기대 어려운 정치상황을 우회하려는 홍준표 원내대표 또한 집권당 원내지도부로서의 권위와 위엄을 잃어버린 지 오래되었다.

정치에서 진지함과 권위와 상호존중이 사라진다면 과연 무엇이 남을 것인가. 노골적인 권력욕과 경박한 계산, 그리고 어설픈 진지함과 의사-담론. 2008년 8월의 한국정치가 보여주고 있는 이 같은 정치부재 상황을 극복할 길은 과연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나름의 진정성으로 정치를 감당해온 여·야의 정치지도자들이 "지금 여기에서" 진정으로 천착해야 될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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