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잘 들려요?"
"극단적인 생각하지 말아요."
"모든 일, 신중하게 생각해요."
높이 올려다 보는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의 목이 위태롭다. 반면 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 고공농성자들의 얼굴은 아득해 보였다.
***비정규노동자, 국회 안 타워크레인 농성 돌입**
비정규노조 대표자 4명은 26일 오후 12시 20분경 국회 안 공사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 고공농성에 전격 돌입했다.
이들은 지상 50m 높이의 타워크레인에 "현대판 노예제도 파견법을 철폐하고 이주노동자들의 노동허가제 쟁취하자", "기간제 사용요건 엄격하게 제한하여 비정규직 확산 막아내자"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걸어놓고 겨울바람을 맞고 있다.
이들 4명은 전국타워크레인노조 이수종 위원장, 서울지역사무노조 김경진 위원장, 현대중공업사내하청노조 김주익 사무국장, 현대차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 김기식 조합원이다. 이들은 지난 25일 저녁8시경에 열린 전국비정규노조대표자연석회의(준) 투쟁회의에서 타워크레인 점거농성을 결의했다.
이에 앞서 김주익 사무국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민주노총이 총파업까지 감행하겠지만, 결국 비정규개악안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비정규노동자들이 보다 높은 결의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었다.
이들이 국회 타워크레인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12시경으로, 건설회사측 관계자들이 뒤늦게 알고 저지하려했지만 이미 고공농성을 저지하기에는 높이 올라간 뒤였다. 다만 고공농성을 지지하기 위해 함께 온 40여명의 비정규노동자들은 항의집회를 진행하다 긴급 출동한 경찰에 의해 16명이 그 자리에서 연행되고 나머지는 해산했다. 연행자 중에는 이용식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구권서 시설노조위원장, 이남신 서울본부 부본부장도 포함됐다.
***민주노동당 의원단 현장 도착**
고공농성에 돌입한지 4시간여만에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단병호, 조승수, 최순영, 이영순 의원이 그들이다. 올 겨울 첫눈을 맞으며 공사현장으로 걸어오는 단 의원 등의 표정은 한껏 굳어있었다. 카메라가 이들을 향해 잇따라 터지는 가운데 경찰 관계자가 나와 타워크레인으로 안내했다. 의원단이 오기전 취재진까지 공사현장 출입은 엄격히 제한된 상태였다.
공사현장은 간헐적으로 내린 논과 비로 진흙 범벅이었다. 철근과 목재를 몇차례 건너자 타워크레인에 다달았다. 타워크레인 앞에는 경찰 10여명이 배치되어 있었다.
단 의원 등은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비정규노동자들에게 큰 소리로 불렀다.
"많이 춥지요", "여러분들 마음 다 압니다. 민주노동당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제발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마세요"...
50m 상공의 농성자들은 의원들의 육성을 잘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바람이 심하게 불고, 흔한 확성기도 준비하지 못한 탓이다. 농성자들은 의원들의 외침에 대한 응답으로 "비정규개악안 철회시키자", "비정규권리입법 쟁취하자"란 구호로 대신했다.
***의원단은 떠나고..**
그렇게 20여분간의 민주노동당과 고공농성자들과의 만남은 끝났다. 의원들은 국회 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에 바로 참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 의원은 자리를 뜨기 전 경찰 관계자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음식물과 침구류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고, 경찰은 확답은 피한채 "단 의원님이 설득 좀 해주십시오"라고 응답했다.
의원단이 떠나고 다시 공사 출입 철문은 닫혔다.
집회장으로 향하는 이영순 의원은 "비정규권리입법이 한 순간에 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며 "제발 (고공농성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은 말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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